천재는 확률을 계산하지만, 승부사는 천재의 판단을 읽는다.

간만의 휴식 본문

일상

간만의 휴식

風林火山 2018.09.23 23:33

#0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올인. 정말 그랬다. 8주 정도는. 밥 먹는 시간, 잠 자는 시간 외에는 오직 일만 생각했다.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이걸 어떻게 풀까만 생각했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바로 바로 반영했다. 그렇게 올인하다 보니 여자 친구도 떠났다. 그래. 이해한다. 그렇게 올인하는 순간을 이해해주는 여자 여지껏 못 봤다. 착한 친구였는데. 정말 착하고 나한테는 헌신적이었는데.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안다. 

"옆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는 모를 수 밖에 없다."

#1
코웍 스페이스에서도 나는 낮에도, 밤에도 CCTV에 등장하는 인물이었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만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픈하기 전에 쓰러지겠다, 고생 많이 했다는 건 관계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내가 고생했다 생각치 않는다. 즐거이 일했다. 스트레스? 없었다.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한다. 이 때문에 약속한 부분이 다소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긴 했지만, 나는 그런 약속은 어긴다 해도 내가 원하는 정도 수준의 뭔가를 내놓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게 해서 내놓는다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 지 나는 뻔히 보이니까 그랬던 거다. 이해 못 하겠지. 아마 내가 어디 소속이라면 그거 한다고 돈 되는 거 아니니까 일단 오픈하고 나서 하자 그럴 수도 있겠지. 그건 기술을 모르는 이들의 가벼운 한 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런 거 안 따지면서 일하는 사람 아닌데 말이다. 왜 그럼 수많은 대형 사이트들은 오픈하고 나서 사이트 변화가 없을꼬. 잘 생각해봐라.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적어도 그런 식으로 개발하고 싶지는 않아. 지금 당장 문제 없다는 게 아니라 향후의 문제까지 고려하고 확장성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야 나중이 편해진다. 큰 배는 한 번 움직이기는 힘들어도 일단 움직이면 멈추기도 힘든 법이다.

#2
보여주고 싶었다. 수많은 벤처 모델들이 분위기만 잡고 수익 모델은 없는 경우 허다하고, 또 분위기에 편승해서 빅 데이터니, 핀테크니, AI니 외칠 때 나는 좀 더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뭐 개발한다고 그렇게 많은 인력 들이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사이트를 만드나 싶었지. 그래서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따라서 만들어봐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 

수많은 사이트들 따라만들기 쉬우니까 돈 투자 받아서 마케팅에 돈 쏟아부어 시장 선점을 하려고 하지. 나는 반대로 제품 경쟁력을 키워서 따라오기 힘들게 만드는 게 더 맞다고 본다. 우리나라 성공 모델들 봐라. 거 비즈니스 모델 같지도 않은 비즈니스 모델로 돈 써서 매출 올리는 형국이다. 돈 써서 매출 올리는 거는 개나 소나 다 한다. 돈 안 쓰고 매출 올리는 게 힘든 거지. 돈 쓰고 퀄리티 내는 거는 개나 소나 다 한다. 돈 안 쓰고 퀄리티 내는 게 쉽지 않은 거지.

적어도 나는 자본주의형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인본주의형 비즈니스 모델을, 플랫폼이 아닌 생태계를 구현하고 싶었다.

#3
최근 슬럼프 3년 동안에는 많은 걸 느꼈다. 뭐랄까? 나름 머리 굵어지고 사회에서 인정받다 보니 내가 우습게 보였나 보다. 한 때는 잘 나갔던 한물 간 뭐 그런 사람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항상 나는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미안하지만 나는 너네들과 클래스가 다르다. 내가 그 일을 하면 너만큼 못 할까? 니가 하는 수준 이상의 뭔가를 해낼 수 있겠지만 내가 그 일을 안 하는 것일 뿐이지. 그러나 나는 변변찮게 지내면서 초라하게 지내고 있고 지네들은 잘 나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역시 클래스가 낮으면 그렇게 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모양.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가 잘 되고 나면 그런다. 그럴 줄 알았다고. 지랄들 한다. 그랬으면 힘들 때는 왜 그따구로 대했냐고. 나는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지금 힘들어서 그렇지 저 사람은 분명 언젠가는 두각을 나타내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렇게 얘기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나중에 그런 날이 오면 놀라지. 내가 뭐랬냐고.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 여튼 잊지 않고 있다. 항상 배로 돌려주려고 생각하고 있고. 까분 만큼 배로 당하게 해줄께. 어줍잖은 비즈니스 하면서 좀 나간다는 사람 만나고 그러니까 신분 상승한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잘 나가게 되도 그런 식으로 살진 않을 거다. 잘 봐둬라. 클래스가 어찌 다른지.

#4
추석이라 간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휴식이라고 해도 뭐 별다른 게 있는 거 아니다. 그냥 보고 싶었던 영화나 보면서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이제 추석 지나면 많이 바빠질 거 같은데, 아직도 해야할 게 많긴 하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나씩 처리해나가야지. 그래도 이제는 뭔가를 하면 그게 매출이나 수익으로 연결이 되니까. 뭐든 투명하게 하고 진정성을 갖고 임하면 되게 되어 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 잘 해야겠지만... 여튼 빠른 시간 내에 나는 외국 진출할 생각이다. 한국은 좁아.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