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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8살. 병역특례 4주 훈련

아마 여기에 나열된 것들을 보면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군대라는 곳에서 뭔가 집착 거리를 찾아야했다. 너무나 허송세월하는 듯이 물에 떠밀려가듯이 아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의미한 시간들 속에 뭔가를 했으면 했다. 그 때 찾은 집착 거리가 훈련은 무엇을 받았으며, 오늘은 무슨 간식이 나오는지 등등에 대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허나, 그러한 정리만으로는 무의미한 시간을 때우기에는 너무나도 모자랐다. 그만큼 훈련소에서 보낸 시간들 중에서 무의미한 시간들이 많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이었지만 많은 훈병들은 그 시간 동안에 시간의 소중함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훈련을 끝마치고 사회에 돌아와서 그 소중한 시간을 다시 헛되이 버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회상을 하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훈련을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은 훈련소의 생활을 엿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훈련받은 곳

내가 훈련 받은 곳은 27사단 77연대 신병교육대이다. 흔히 말하는 이기자 부대. 11중대에서 받았다. 아마도 자신이 훈련받는 곳이 27사단이고 77연대라면 여기에 적은 것들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신병교육대라 하더라도 중대가 다르다면 조교들과 교관들이 다르다. 여기에 나열된 것들 중에서 같은 곳이라도 중대에 따라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조교와 교관들이므로 이 또한 잘 보기를 바란다.

국가 기밀 사항(군부대 위치)이지만 배짱 좋게 알려준다. 27사단 77연대 신병교육대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삼일2리에 있다. 만약 혹시라도 퇴소식에 누가 차를 끌고 오게 된다면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일찍 출발하라고 얘기해주기를 바란다. 많은 훈련을 받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훈련소 중에서도 가장 빡세다고 하는 이기자 부대.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아무리 훈련이 빡세다고 해도 나만 하는 것도 아니요 사람이면 다 견디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산업 특례인 사람들은 고작 4주이다. 고로, 그리 걱정할 것은 못 된다. 그러나, 들어간 1주차부터 4주라는 시간이 1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본 비디오들

무슨 훈병이 비디오를 보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 이기자 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경우가 있는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기자 부대 11중대에서 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은 나와 같을 것이다. 비디오는 언제 보느냐? 주말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동안에 시청하게 해준다. 그러나, 마음대로 내가 골라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VTR 대형이라는 대형으로 모아서 본다. VTR 대형이 뭐냐? 직접 훈련 가보면 알 것이다. 일요일에는 보통 종교 행사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종교 행사에 갔을 때 보여주는 비디오는 못 볼 수도 있다. 아래의 비디오들 중에서 나도 못 본 것이 있다.(내가 종교 행사 갔을 때 틀어줬던 비디오들) 허나 이리 저리 들어서 리스트를 올려본다.

1. 엽기적인 그녀
2. 뷰티풀 마인드
3. 햄버거 힐
4. 익스트림 오피에스
5. 밴드 오브 브라더스 1,2,7편
6.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재미있는 일화 한 가지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했고 톰 행크스가 감독을 맡은 총 10편의 장편 전쟁물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나도 보고 싶었지만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는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아 미루고 보지 않았던 영화였던 영화다. 내가 훈련받으면서 본 비디오들은 다 내가 전에 본 영화였지만 유일하게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로서 뜻밖에 훈련소에서 접할 수가 있었다.

가만히 보면 알겠지만, 1편과 2편 그리고 7편이다. 1편과 2편 다음에 당연히 3편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건너뛰어서 7편이다. 2편이 끝나고 비디오를 틀어주는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7편이었다. 이상하게 영화가 연결이 안 되고 독일군이 나오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배경이라 이 영화를 다 본 얘들이 얘기했다. 이거 7편이라고. 그래서 얘기했다. 연결이 안 되니까 3편을 틀어달라고. 그랬더니 훈련소 사내 방송으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시끄럿! 그냥 봐!"

이게 군대다. 그냥 까라면 까야되고 그냥 보라면 봐야된다. 보여준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감사해야 하는 곳. 이 세상에서 합리와 이성이 지배할 수 없는 유일한 조직. 군대. 그래서 난 7편은 보지 않았다.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3편부터 순서대로 보기 위해서였다.

먹은 것들

물론 내가 먹은 모든 것들을 적을 수는 없다. 하루 세 끼 먹는 식사의 메뉴를 나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훈련을 받으면서 훈련소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주차 주말부터이기 때문에 사실 그 전에는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한 기억도 없다. 그래서 식사를 제외한 간식들 위주로 적었다.

1주차 : 맛스타(MASTAR) 사과맛 1개, 맛스타(MASTAR) 오렌지 1개, 즉석 쌀국수 (신강원 식품) 1개, 식혜 (산에산에) 1개, 바나나우유 (대관령) 1개, 건빵 (국방부) 1개
(1주차 주말부터 기록을 해서 언제 뭐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2주차

火 : 아침 - 햄버그 식빵(상일 식품)과 코카콜라 1캔, 야식 - 맛스타 복숭아맛 1개
水 : 아침 - 축협 우유, 오전 - 쵸코파이 1개, 점심 - 대관령 딸기 우유
木 : 아침 - 축협 우유
金 : 점심 - 롯데 삼강 구구콘, 야식 - 맛스타 사과맛, 건빵, 즉석 쌀국수
土 : 아침 - 햄버그 식빵(상일 식품), 매일 치즈피아, 점심 - 롯데 비피더스 매실맛
日 : 아침 - 축협 우유

3주차

月 : 점심 - 롯데 후레쉬 딸기(떠먹는 요구르트), 저녁 - 맛스타 오렌지맛, 삼양식품 육개장(사발면)
火 : 아침 - 햄버그 식빵(상일 식품), 코카콜라 1캔, 점심 - 축협 우유
水 : 아침 - 축협 우유, 점심 - 대관령 바나나 우유, 야식 - 맛스타 복숭아맛
木 : 아침 - 축협 우유
金 : 점심 - 햄버그 식빵(상일 식품), 축협 우유, 롯데 삼강 구구콘
日 : 아침 - 축협 우유, 야식 - 맛스타 사과

4주차

月 : 아침 - 축협 우유
火 : 아침 - 햄버그 식빵(상일 식품), 축협 우유, 행군중 - 건빵, 맛스타 오렌지, 행군후 - 라면, 수박
水 : 아침 - 축협 우유
木 : 아침 - 축협 우유
다과회 : 농심 조청 유과, 농심 꿀꽈배기, 삼양 짱구, 해태제과 홈런볼, 오리온 오징어 땅콩, 오리온 오! 감자, 오리온 스윙칩, 코카콜라 or 일화 매쉬

군대에서는 세상에 처음보는 메이커를 볼 수가 있다. 놀라운 사실은 훈련을 다 끝마치고 사회에 나와서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과의 얘기를 통해서 안 사실은 그들도 거의 비슷한 메이커를 안다는 것이다. 고로, 위의 메이커들은 내가 훈련을 받은 27사단 77연대에서만 제공되는 메이커는 아닌 듯 싶다.

맛스타 MASTAR : 영어 표기는 MASTAR 이다. 그런데 한글 표기는 맛스타이다. 이거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지 생전 처음 보는 메이커이다. 그러나, 훈련을 받으면서 알 것이다. 이거 하나 더 먹고 싶어하는 심정을 말이다. 사과맛과 오렌지맛, 복숭아맛 이렇게 세 가지 맛을 봤다. 물론 더 있는지는 모른다. 훈련을 받을 때 누가 하는 얘기로 맛스타 콜라도 있고 사이다도 있다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근거는 없다. 단지 그렇게 얘기한 사람이 맛스타 공장 옆에 산다는 것 밖에는...

특히나 오렌지맛은 쌕쌕과 맛이 똑같다. 허나,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알맹이가 없다는 점이다. 알맹이는 없고 쌕쌕과는 맛이 같은 것이 맛스타의 맛이다. 복숭아맛은 우리가 청도나 황도에서 먹어본 국물맛과 같다. 이 역시 안에 알맹이는 없다. 그래도 훈련소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 아닐 수가 없다. 군대에서는 단 것이 그렇게 먹고 싶다. 내가 있던 내무반에는 비만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다이어트조라고 따로 관리를 하던 내무반이었다. 그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 4주 동안 특별 대우(?)를 받는데 그들 중에 하나가 살 뺀다고 맛스타를 안 먹고 항상 나한테 줬기 때문에 난 항상 맛스타를 먹을 때는 두 개를 먹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맛스타를 주던 동기(24살의 동생이다.)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즉석 쌀국수 :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맛없는 면은 먹기 처음이다. 이것은 훈련소마다 주는 게 아니라 27사단에서만 취급되는 것 같은데, 즉석 쌀국수가 맛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뜨거운 물을 부어서 데워야 하는데 미지근한 물로 데워서 그런 것인지는 모른다. 훈련소에서 먹는 면들은 뜨거운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로 넣어서 먹기 때문에 면이 설익는다. 쉽게 얘기하면 사발면을 미지근한 물을 붓고 딱딱한 면을 씹어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먹지 않은 유일한 간식이었고, 마지막에 나온 쌀국수는 그 때 너무나 배가 고파서 한 번 먹어봤다.

행정보급관 상사도 퇴소하기 하루 전날 얘기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자신의 아들은 면하면 라면이든 우동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먹는 아이라고 한다. 면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자기의 아들도 즉석 쌀국수만은 안 먹는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거 존나 맛없어? 그지? 우리 아들도 안 먹어. 미지근한 물에 부어서 그런 줄 알지? 팔팔 끓는 물 부어봐 맛이 달라지나 똑같애~" 이로써 의문은 풀렸다. 즉석 쌀국수는 끓는 물을 부어도 맛은 똑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많은 훈병들이 이것을 기념으로 집에 들고 갔다. 이유는 끓는 물을 부어서 먹으면 맛이 어떨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식혜 : 비락 식혜랑 겉은 똑같다. 캔으로 나오는데, 난 비락 식혜인 줄 알았다. 허나, 일일이 먹는 간식들의 메이커들을 적어가면서 메이커 보는 습관이 생겨서 봤더니 메이커가 산에산에다. 거의 겉보기는 비락 식혜랑 비슷하다. 근데 메이커는 전연 딴 판이었다. 사실 식혜를 먹으면서 의심이 나서 메이커를 확인했는데 비락 식헤인 줄 알고 먹었는데 이상하게 식혜의 알맹이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거의 끝부분에 있긴 있었지만(내가 안 흔들어서 마신 것이 결코 아니다. 알맹이가 거의 없는 식혜다.) 이렇게 식혜가 알맹이가 없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군대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음료는 알맹이가 거의 없다. 맛스타는 원래 알맹이가 없는 것이지만 식혜와 같은 경우 우리가 사회에서 사먹을 때는 꽤나 알맹이가 있는 것들이 군대에서는 이상한 메이커로 둔갑하고 알맹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도 군대에서는 맛있다.

바나나 우유 : 이거 정말 인기 좋은 음료다. 보통 아침에는 축협 우유를 준다. 아침 식사 시간에 말이다. 바나나 우유는 4주 동안 1주차와 3주차에 각각 한 번씩 두 번만 먹었는데, 많은 훈병들이 이 바나나 우유를 기대하곤 했다. 오늘은 우유가 아니라 바나나 우유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런 기대 말이다. 이 바나나 우유는 대관령 우유에서 나오는 거였다.

건빵 : 많은 훈병들이 기념으로 가져 가는 식품 바로 건빵이다. 메이커? 없다. 국방부라고 찍혀서 보급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건빵은 따로 살 수도 없다. 시중에 파는 건빵과는 다르다. 사실 시중에 파는 건빵을 사먹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맛이 있다고는 말을 못 하겠지만 난 훈련 받으면서 건빵 킬러였다. 원래 건빵을 잘 먹지 않는다.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질 뿐. 난 처음부터 건빵이 맛있어서 애들이 먹지 않는 것들은 내가 죄다 먹었을 정도로 건빵 킬러였다. 행군 때도, 불침번을 설 때도 항상 건빵과 함께 했었다. 없어서 못 먹었었지 있으면 죄다 먹었었다. 맛이 없다면 남 주지 말고 숨겨둬라. 나중에는 틀림없이 맛좋은 간식이 될 것이다.

햄버그 식빵 : 일주일에 두어번 나오는 식사 대용이다. 햄버그 빵이다. 잼과 치즈, 고기와 곁들여서 햄버그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 내가 따져본 결과 보통 화요일과 토요일에 나오는 식사로 난 맛이 있어서 기본으로 먹는 두 개에 동기꺼 하나 더 해서 3개씩 먹었다.(보통은 두 개 먹고 체질에 맞지 않는 훈병들은 1개를 먹는다.) 그 정도로 난 맛있었는데 이거 먹을 때는 고기랑 곁들여서 먹지 말기를 바란다. 고기는 닭고기 한 번, 소고기 한 번 나오는데 맛이 이상하다. 차라리 잼 발라서 먹는게 훨씬 맛있다.

쵸코파이 : 2주차 수요일 오전에 간식으로 준 것이 아니라 목사님의 강의 시간에 나눠준 것인데, 군대 가면 먹고 싶은 것이 쵸코파이인 이유가 단 것이 먹고 싶기 때문인 듯 하다. 군대 가면 먹고 싶은 게 비단 쵸코파이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단 게 먹고 싶다. 그리고 쵸코파이는 군대에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단 식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훈련 4주 동안 간식으로 나오는 쵸코파이는 없다.

구구콘 : 구구콘이 나온다면(이것은 어떻게 아느냐? 식당 앞에 정렬할 때 식사 끝내고 나오는 사람의 식판을 보면 알 수 있다. ^^) 먼저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이유는 구구콘은 아이스크림이므로 녹기 때문이다. 어떻게 먼저 들어가느냐? 줄을 잘 서야 한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밥 다 먹고 먹지 말고 먼저 먹어라. 나중에 먹으면 다 녹아서 먹을 맛도 안 난다. 내가 훈련 받을 때는 두 번 나왔는데, 한 번은 밥 다 먹고 먹어보니 거의 다 녹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맛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 번에 나올 때는 밥 먹기 전에 먹었다.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꼭 아이스크림부터 먹고 밥 먹어라.

육개장 : 건빵보다도 맛있는 것이라면 단연 사발면이다. 절대 물 부어서 먹지 마라. 물이 끓는 물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보통은 미지근한 물이기 때문에 맛이 없다. 보통 육개장 같은 경우도 우리 내무반의 다이어트조에서 살 찐다고 먹지 않는다고 준 거랑 해서 보통 두 개씩 먹었는데, 하나는 물에 부어서 먹어봤고 하나는 뽀개서 먹었다. 물에 부은 거는 정말 맛없지만 뽀개서 먹으면 건빵보다도 맛있는 간식이 된다. 근데 뽀개서 먹으려면 신고하고 먹어라고 하던데 그런 거 다 부질없다. 그냥 어디 숨겨뒀다가 불침번 설 때나 배고플 때 부셔 먹어라. 무지하게 맛있다.

라면 : 사발면이 아니다. 봉지 라면(봉지 뜯어서 물부어 먹는)도 아니다. 식당에서 끓여주는 라면이다. 야간 행군을 하고 돌아온 날 그 날 먹어봤다. 여러 명이 먹기 때문에 늦게 가면 라면이 퉁퉁 뿔어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 20Km 야간 행군하고 돌아오면 허기지고 배고프고 피곤할 때 먹어서 그런지 맛있다. 다른 부대에서는 해주는 지 모르겠지만 27사단에서는 해줬다.

수박 : 유일하게 나오는 과일이었다. 내가 훈련 들어간 날이 여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수박이 나왔다. 물론 이것 또한 다른 부대에서는 주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허나, 난 먹지 못했다. 분대장(우리 내무반 담당 조교)와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얘기한다고 수박 먹을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어찌 동기들은 내 꺼를 남겨두지도 않았는지.

다과회 : 훈련소에서 피엑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다. 피엑스에서 사온 과자를 가지고 다과회를 했었는데, 훈련소에서 다과회를 했었다는 소리도 들어본 바는 없다. 내가 간 부대 27사단 11중대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다과회를 했었는데 우리 기수만 그랬는지도 모른다. 매 기수마다 분대장(조교들)이 바뀌기 때문에 우리 때에는 조교들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피엑스를 이용한다고 하여 모든 훈병들이 피엑스에 가서 맘껏 사먹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당 1천원씩 거두어(훈련소 들어가면 돈은 죄다 내놓는다. 나중에 돌려받는데 돌려받을 때 거기서 1천원을 감해서 준다.) 내무반에서 대표로 2명(내무반 전체는 20명 정도인데 우리는 23명이었다.)이 가서 사오는 거다. 그리고 나눠서 먹는데 위에서 먹은 것은 6명이서 나눠서 먹은 것이다. 개수는 각각 하나씩 이었으며 음료는 코카 콜라와 매쉬 중에서 택일이다.

매쉬는 강원도 동기의 얘기를 들어보니 강원도에서는 자판기에서도 있다고 하는데 난 코카 콜라를 선택했다. 왜냐면 매쉬는 밀키스와 비슷한 류의 탄산 음료인데 딸기 맛이라는 것을 보고 딸기와 밀키스를 상상하니 먹고 싶지 않았다. 매쉬를 선택한 많은 동기들은 매쉬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다. 군대에서는 참 희한한 음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맛스타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선택하지 말기를 바란다. ^^

종교 활동

훈련을 받게 되면 종교가 없는 누구라도 종교 활동은 의무적이다. 가기 싫어도 할 수 없다. 인원수 일일이 체크하기 때문이다. 고로, 종교 활동은 필수적인데, 많은 훈병들은 종교보다는 어떤 간식을 주느냐에 따라 종교를 달리 선택하게 마련이다. 우선은 내가 훈련을 받았을 때의 종교 활동을 하면 나오는 간식부터 알아본다.

1주차

기독교 - 펩시 콜라 1캔 + 소브르 빵 1개
천주교 - 사이다 1캔 + 쵸코파이 3개
불교 - 캔커피 레스비 1캔 + 쵸코파이 2개

2주차

기독교 - KIN 사이다 1캔 + 쵸코파이 2개 + 핫브레이크 1개
천주교 - 펩시 콜라 1캔 + 쵸코파이 3개
불교 - 바나나 + 쵸코파이 2개 + 요구르트

3주차

기독교 - 펩시 콜라 1캔 + BBQ 햄버그
천주교 - KIN 사이다 1캔 + 쵸코파이 3개 + 핫브레이크 1개
불교 - 캔커피 1캔 + 쵸코파이 2개

27사단에서는 쵸코파이를 가장 많이 주는 곳은 천주교였다. 그리고 가장 편한 곳은 불교였다. 가서 누워서 자고 왔다고 한다. 1주차, 2주차, 3주차 일요일 되기 전 날 어느 종교로 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가 있다. 고로, 각 주마다 다른 곳을 갈 수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허나, 조언한다면 27 사단에 훈련 받을 경우, 첫 주는 천주교를 선택해라. 이유는 쵸코파이를 가장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2주차 때부터는 각 종교를 갔다 온 사람들의 얘기들을 수집해서 선택하도록 해라. 위에서 먹은 간식들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핫브레이크였다. 그래서 퇴소하고 나와서 핫브레이크를 자주 사먹곤 했다. 너무나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종교는 모두 기독교였다. 왜 나는 기독교만을 고집했을까? 첫 주는 기독교를 가려고 했었다. 왜냐면 기독교 종교 행사는 순서나 분위기가 익숙하기 때문이다.(중학교 2학년 때까지 독실한 크리스챤이었기 때문이다.) 2주차부터는 달리 가려고 했었지만 2주차 때 기독교에서 세례식을 한다고 해서 갔다. 세례를 받으려면 사회에서는 학습을 받고 난 다음에 세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몇 달이 걸린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그런 거 없다. 세례 받고 싶다고 하면 즉석해서 해 주기 떄문이다. 그래서 기독교를 선택했다. 2주차 때 기독교 종교 행사 때 3주차 때는 롯데리아 햄버거를 준다고 해서 기독교를 갔었는데, 롯데리아가 아니라 BBQ 햄버그였다. 속았다.

보통 기독교와 같은 경우는 서울에 있는 특정 교회의 지원을 받아서 행해지는데, 햄버거를 준다는 날에는 역삼동의 무슨 교회에서 교회 신도들 100명이랑 함께 롯데리아 햄버거를 가지고 온다고 했었다. 다른 것은 맞았는데, 롯데리아가 아닌 BBQ 햄버거였다. BBQ 는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가 아닌가? 거기서도 햄버거가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민간인들도 종종 오기 때문이다. 민간인들이 온다 함은 여자를 볼 수 있기도 하다는 뜻이다. ㅎㅎㅎ

명심하도록 해라. 종교 행사를 갈 때 기회를 틈타서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담배를 좋아한다면 종교 행사를 틈타기를 바란다.

훈련 리스트

군대 훈련이 아무리 빡세다 해도 다 견디어 낸다. 이유는 옆에 있는 동기들도 다 견뎌내기 때문이다. 즉 같이 하기 때문에 아무리 빡센 훈련이다 해도 다 견디어 낸다. 아마도 해병대나 UDT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거기에 가기만 하면 다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이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역이 아닌 산업 기수일 경우는 훈련의 강도가 아무리 빡세다고 해도 현역보다는 덜하다.

내가 훈련을 받던 27사단에는 훈병 중대가 10중대, 11중대, 12중대가 있었다. 그 중에는 현역들만 모인(6주 훈련 이후 자대 배치를 받는 현역들만 모인) 중대가 있었는데 그들과 비교해 보면 정말 우리 산업 기수들은 편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만큼 그들은 군대라는 곳에서 2년 남짓한 기간을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군기를 잡아야 하고 우리는 4주 후에는 사회로 돌아갈 사람이라서 그런지 현역들보다는 덜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훈련 스케쥴은 상황에 따라 앞뒤가 바뀔 수 있으나 훈련을 받는 것은 똑같다. 현역들은 6주이므로, 시간이 더 늘어나고 더 빡세고, 산업 기수들이 받지 않는 훈련(총검술과 같은)이 있을 뿐 아래의 훈련들을 그들도 똑같이 받는다. 다음은 내가 받은 훈련들의 리스트이다.

1주차

月 - 제식 훈련
火 - 입소식, 정신 교육, 군법 교육
水 - 경계, 도수 체조
木 - 군대 예절, 제식 훈련
金 - 수류탄, 구급법
土 - 정신 교육, 대공 설문

2주차

月 - 제식 훈련, 각개 전투
火 - 각개 전투
水 - 정신 교육
木 - 화생방
金 - 주간 행군(15Km)
土 - 정신 교육, 야전 축성

3주차

月 - PRI
火 - PRI
水 - 영점 사격
木 - 기록 사격, 야간 사격
金 - 정신 교육

4주차

月 - 기초 유격
火 - 야간 행군(20Km)
水 - 정신 교육
木 - 정신 교육, 태권도
金 - 정신 교육
土 - 퇴소식

훈련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있다. 기상 시각은 6시이며, 취침 시각은 10시이다. 모든 훈련들은 정해진 스케쥴대로 움직이며, 비가 와도 훈련은 한다. 단, 섭씨 28.5 도가 넘으면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져서 훈련이 중지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여름이나 겨울과 같은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간 여름에는 그랬다. 또한 한여름에는 1시부터 2시 반까지는 더워서 훈련을 받으면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훈련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4주차때부터 그랬었던 것 같은데, 대신 교육 스케쥴이 앞당겨지거나 해서 훈련은 다 받는다. 단지 시간만 줄어들 뿐이다.

제식 훈련 : 경레하는 법, 걷는 법의 기본적인 것들 부터 시작해서 질문하는 법, 대답하는 법등등의 것들을 배운다. 정말 단순의 극치인 훈련이다. 이 훈련은 차라리 교본을 주고 검사를 받는 식으로 바꾸면 아마도 훨씬 교육 효과가 높을 것이다. 잘 하면 쉬게 해주고 그것도 편히 말이다. 그게 아니면 계속 훈련을 시키도록 해야지 모든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의 잘못으로 단체 생활이라는 명목하에 얼차려를 주는 것은 부당한 처사이다. 그러나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군대는 이성이나 합리적인 사고로 해석이 불가능한 조직이다. 그게 군대다.

정신 교육 : 정신 교육이라고 하지만 사상 교육과 비슷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앉아서 잠자는 훈련 시간이다. 별의별 자세로 자게 된다. 그만큼 지루한 시간이다. 정신 교육이라고 보기보다는 몇 시간 동안 앉아 있기 연습이다. 아주 짜증나 죽는다. 엉덩이도 간지럽고 무릎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다. 군대에서 훈련 받으면서 앉아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다.

경계 : 경계 근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경계를 서는 법을 말하는 것이다. 참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전쟁터에서 이런 것들을 시행하기라는 것은 참 어려울 듯 싶다. 폭탄 터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무슨 자세가 필요하고 무슨 순서가 필요하단 말인가? 좀 더 실질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형식적이지 않나 싶다.

도수 체조 : 국민 체조와 거의 흡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좀 더 박력이 있다. 태권도는 품세가 있다. 태극 1장부터 8장까지 그리고 그 다음에 고려권, 태극권.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된 자세로 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한다. 후배 중에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가 있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면 단수가 높을 수록 태극 1장 하나 하는 것의 자세가 다르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도수 체조도 제대로 하면 이것도 운동이 된다. 그러나, 4주차가 되어봐라 거의 하는 듯 마는 듯 되는 것이 도수 체조다. 이거 외우라고 하는데 외울 필요 없다. 도수 체조는 아침에 일어나서 점호할 때 하는데 앞에서 조교들이 하기 때문에 따라하면 된다. 굳이 외울 필요 없다. 못 외우면 얼차려 준다고 윽박지르는데 쫄지 말기를 바란다.

군대 예절 : 이것은 사실 내무반에서 자치 분대장(내무반을 이끌어갈 훈벼으로 처음에 들어가면 선출한다.)이 아닌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즉, 여러 명이 훈련소 내를 움직이는데(내무반별로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상사가 나타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는가 등인데 사실 자치 분대장이 아니면 써먹을 곳이 별로 없으니 필요가 없다. 무슨 그리 형식이 많은지 도무지 내 머리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수류탄 : 수류탄이 어떠한 종류가 있는지 부터 교육 받고 연습용 수류탄을 투척도 해보고 수류탄 투척하는 방법등에 대해서 배우는데, 전쟁 나서 수류탄 던지는데 저런 자세 일일이 생각해서 던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말 형식적이다. 그래도 수류탄 한 번 던져보고 실제 수류탄 터지는 거 보면서 수류탄이 장난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배우는 게 있는 시간이다.

구급법 : 이것은 실제 사회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잘 봐두도록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인공호흡법, 붕대 감는 법등을 배우는데 꽤 쓸만한 교육이다.

각개 전투 : 각개 전투는 쉽게 얘기해서 총들고 장애물 넘고 포복으로 기어가는 훈련이다. 사실 많은 훈련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각개 전투가 빡세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훈련 받았을 때는 정말 쉬웠다. 왜냐면 날씨가 무더워서 그 긴 코스를 한 번만 돌고 그만 뒀기 때문이다. 이는 각개 전투를 시행하는 교관(내가 정말 군인 답다 생각했던 훌륭한 교관님이다.)님의 지시로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이거 한 번 하면 온 몸에 땀으로 범벅이 된다. 이것도 배울 만 한 것은 별로 없다.

화생방 : 정말 배울 만한 훈련이다. 뭐 다들 하는 거니 그리 걱정하지 않았었는데, 솔직히 죽는 줄 알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 이게 화학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훈련은 그래도 받을 만 했다. 들어가기 전에는 다들 웃는다. 허나, 들어가서 나올 때는 콧물, 침, 눈물 안 나오는 곳이 없다. 눈도 못 뜨겠고, 얼굴은 무지하게 따갑고, 침에 콧물에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훈련을 받았을 때는 캡슐이 아니라 수류탄을 터뜨려서 했는데 캡슐보다 28배나 독하다고 한다. 대신 시간이 3분이 아니라 1분이었고, 방독면 착용하고 45초 방독면 벗고 15초였는데, 그 15초 못 참겠나 했던 나도 그 15초 동안 죽는줄 알았다. 한 번 겪어봐라 정말 맵다. 맵다는 표현으로는 표현이 안 된다. 당해 보지 않으면 말이다.

주간 행군 : 15km 를 걷는다. 군장을 하고 걷는데 27사단 이기자 부대의 코스 중에서도 산을 넘는 코스.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갈 때는 괜찮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미치는 줄 알았다. 산을 오르기가 그렇게 힘들 줄이야. 그러나 걱정마라 다 견딘다. 허나 그 순간은 정말 힘들다. 그래도 예전에는 20km 였는데 15km 로 줄었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5km 차이가 얼마나 큰 지는 아마 겪어봐야 알 것이다. 주간 행군도 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PRI : Preliminary Rifle Instruction 의 약어이다. 총을 가지고 조준하는 법등의 교육인데, 내가 훈련 받았을 때는 비가 와서 실내에서 해서 별로 어렵지 않았다. 현역병들 훈련 받는 것을 훈련소에서 봤는데, 그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철모 쓰고 운동장에서 엎드려서 연습하는 것을 보고 나는 정말 편하게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다기 보다는 처음에는 재밌는데 똑같은 연습을 수십번 수백번 반복하는 것이 무지하게 짜증난다. 그래도 실내에서 한 내가 무슨 짜증을 낼 수 있으리요.

영점 사격 : 훈련 받으면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연 사격이다. 영점 사격은 총과 자신의 눈을 맞추는 연습인데, 이 때는 이론 교육을 들을 때도 재밌고 신기하다. 그리고 연습도 재밌다. 실제 사격을 할 때는 정말 총소리가 그렇게 큰 지를 깨닫게 되며, 재밌고 신기하기도 하다.

기록 사격 : 만발이 되면 피엑스를 이용하는 특권이 주어진다. 10발을 쏘는데 10발을 다 정확하게 맞추면 그렇다는 것이다. 거리는 100m, 200m, 250m 총알이 포물선을 그려서 가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교육 받은 대로 하면 된다. 난 10발 중에서 7발을 맞췄는데, 변명을 하자면 3발 째까지는 다 맞추었는데 3발 쏘고 난 다음에 탄피 받이가 떨어져서 그거 채우느라 4발째부터 타이밍을 놓쳤다. 조교가 탄피 받이를 고정시켜주긴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고, 또한 빨리 쏘라는 얘기에 내가 제대로 쏘지 못한 원인이 있었다. 그 이후부터 조금 이상했다. 잘 할 자신 있었는데...

야간 사격 : 야간에 사격하는 법을 배우는데 정말 이것도 신기하다. 배우기는 하지만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안 보이는데다가 그냥 5발을 갈기는 거다. 마치 당구에서 대충 치고 쫑보기 식이다. ^^ 그래도 재밌다. 야간 사격 때에는 총구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도 볼 수가 있다.

기초 유격 : 가장 많은 훈병들이 가장 빡세다는 훈련으로 손꼽는 1위인 기초 유격이다. 왜 기초 유격이 빡셀까? 받아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기초 유격은 4주 훈련을 받는 산업 기수들에게는 1일 8시간으로 배정되어 있다. 오전에는 유격 체조를 배우고, 오후에는 장애물 넘기를 하는데, 운 좋게도 오전에 우리 내무반은 다른 중대에 투입되서 삽질했다. 유격보다는 삽질이 낫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오후에는 장애물 넘기니까 그거는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었던 우리 내무반이었다. 그러나 왠 걸. 받아보고 느꼈다. 왜 유격이 빡센지.

이건 유격으로 체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다. 무조건 시비 걸어서 얼차려를 주는 거다. 얼차려와는 조금은 강도가 높은 것인데,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장애물 넘기가 아니다. 장애물은 넘은 게 거의 없다. 계속 얼차려를 주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 룰은 통한다. 모든 얼차려에는 요령이 있다는 룰 말이다. 이것은 내가 지어낸 룰이다. 얼차려를 받으면서 항상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얼차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야간 행군 : 야간에 행군하는 것이다. 20km 를 행군하는데 주간 행군과는 코스가 다르다. 산을 넘는 것이 아니라 평지를 가는 것이지만 완전 군장이라서 무게는 주간 행군과는 비교가 안 된다. 쉬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15km 정도 되면 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가 않다. 앞사람이 걸으니 나도 걷고 뒷사람이 따라오니 걷는 것이지 내가 걷고 싶어서 걷는 것이 아니다. 그냥 뒤쳐지면 안 되니까 걷는 것이다. 다리 무지하게 아프다. 특히나 유격 때 왼쪽 무릎을 약간 삔 상태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조금 아프던 것이 나중되서는 고생 꽤나 했다. 무지하게 아퍼서리... 그래도 끝까지 낙오하지 않고 오기로 버텼지만 사실 난 야간 행군이 가장 힘들었었다. 전 날 삔 무릎 때문이었다.

태권도 : 군대 태권도다. 사회에서의 태권도랑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정말 짜증난다. 기본 자세 6개를 계속하는데, 그거 처음부터 끝까지 하면 2분 걸린다. 그것을 4시간 동안 한다. 50분 수업에 10분 휴식이니 50분 * 4 = 200분. 총 100 번을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도대체 뭐하러 이거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하는 거다.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마지막 주라서 그런지 많이 농땡이를 쳐도 많이 봐줬고 또한 비오는 날이라서 실내에서 해서 그래도 편한 편이었다. 다른 중대는 밖에서 하던데 말이다.

훈련 베스트

소위 말하는 빡센 훈련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허나, 베스트 1위부터 5위를 순위를 지으라고 하면 그 순위는 천차만별인 것인 훈련 받았던 곳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은 곳이라도 중대가 다른 경우 즉 조교들이 다른 경우(같은 중대라도 조교는 다를 수 있다.)도 있을 것이고 각 상황에 따라 훈련의 강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베스트 5를 선별하라고 하면 그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만을 얘기하며, 각 훈련의 강도는 내가 다른 훈련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것이니 이해하기 바란다.

강도 5 : 화생방, 기초 유격
강도 4 : 주간 행군, 야간 행군

훈련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내 친구가 그러는데 야간 행군 안 어렵대? 그러면 해봐라. 정말 그게 쉬운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다 힘들지만 단지 참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란 지난 시간은 쉽게 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놓고 나서 그런다. 별로 안 어렵던데? 그러면 그게 정말 어렵지 않은 것인가? 결코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처럼 얘기하기 싫었다. 내 주관적인 느낌이 들어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같은 논리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화생방 vs 기초 유격

화생방이 짧고 굵다면 기초 유격은 길고 굵다. 화생방은 짧은 시간에 강도는 극에 달한다. 물론 캡슐을 터뜨리고 했을 때는 시간이 길어지지만 그래봤자 3분이다. 화생방실에 들어가는 순간 그리고 방독면을 벗는 순간부터 출구로 나올 때까지 그리고 출구로 나와서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아주 죽을 맛이다. 내가 고개를 떨구고서 내 몸에서 물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것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지 않나 싶다. 눈이 따가와서 뜨지는 못하고 실눈을 뜨고 있는데, 눈물은 앞을 가리고 아래로는 얼굴에서 무슨 물이 그렇게 달려 있는지... 코에서 나온 맑은 콧물이 얼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입에서 나온 침도 대롱 대롱 매달려 있다. 얼굴은 무지하게 따갑고 내가 출구로 나오긴 했는가 싶다. 화생방실 안에서는 나가지 않으면 나 죽을 꺼만 같다는 생각 밖에 없고 얼굴은 따갑고 숨 쉬기도 힘들고 미치는 줄 알았다. 그게 화생방이다. 겪어봐라. 재밌다. 더 재미있는 것은 먼저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아직 들어가지 않고 장난 치고 재밌다고 하는 놈들 보면서 재밌어 하는 것이다. 아직 안 들어간 사람은 나온 사람보고 웃고 나온 사람은 아직 안 들어간 사람 보고 '너도 당해봐라' 생각하면서 웃는다. 그게 더 재밌다.

기초 유격은 보통의 얼차려와는 다르다. 모든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한다. 생각을 해봐라. 어깨동무를 하고 어떻게 앞으로 엎드릴 수 있을까? 손이 있어야 짚고 엎드리지. 땅에 그냥 얼굴을 쳐박는 거다. 그리고 쪼그려 뛰기 등등 무지하게 혹사시킨다. 하라는 장애물 넘기는 하지도 않고 말이다. "목소리 봐라 목소리!" 하면서 이렇게 외친다. 전체 어깨동무하고 좌로 한 번 우로 두 번 좌로 세 번 이런 식으로 쪼그려 뛰기를 하는데 "10회 실시!" 라고 하면 따라서 목청껏 10회 실시라고 외쳐도 그런다. "안 들린다. 20회 실시! 몇 회 실시?" 목청껏 20회 실시 외쳐도 안 들린다면서 회수를 높인다. 진짜 이런 생각들었다. '이런 개새끼 니가 인간이냐? 생각을 해 봐라. 저기서도 그렇게 목청껏 외쳐서 목이 다 쉬었다. 이 개새끼야. 어린 놈의 새끼가 무식하게 이런 식으로 군대에서 계급 있다고 지랄하냐? 이런 개새끼 죽여버릴라.' 진짜 그 때의 조교는 죽이고 싶은 대상이다. 나중에 내가 가장 군인다운 군인이라 생각하는 교관(이 교관이 기초 유격 교관이었다.)이 하는 말이 생각난다. "조교들이 그렇게 시킬 때 니들이 어떻게 해야된다고 생각하냐? 요령을 피워야 되냐? 조교들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으르렁대야 할 것 아니냐. 악으로 깡으로 하면서 조교들을 죽일듯이 봐야 할 꺼 아니냐" 아직도 그 말이 생각난다. 조교들은 미웠지만 그 말의 의미는 되새겨 볼 만 한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격이 가장 받을 만 했던 훈련이었다. 뭔가를 배웠다기 보다는 유격하면서 생기는 단합심 등등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격을 4주차가 아닌 1주차에 받았다면 동기들은 보는 눈이나 조교들은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악으로 깡으로 견뎌내면서 서로 도와주던 기초 유격 힘들었지만 그만큼 얻었던 것도 있었던 훈련이다. 기초 유격 총 8시간 동안 받는 그 얼차려는 정말 다시는 받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요령은 통한다. 되도록이면 조교와 떨어진 줄(맨 뒷줄)에 위치하고 조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해라. 나를 보고 있지 않는 순간 요령은 통할 것이다. 대신 목소리만은 크게 질러라.

주간 행군 vs 야간 행군

둘 다 힘들다. 주간 행군은 산을 오르 내리는 것이 힘들고 야간 행군은 무거운 짐을 지고 긴 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힘들다고 하면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 주간 행군은 돌아오면서 마지막으로 산을 오를 때 그 시간이 가장 고통 스럽고, 야간 행군은 돌아오면서 마지막 5km 가 가장 다리가 풀리고 힘든 코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가 있는 내무반은 다이어트조가 있는 반으로 130Km 의 거구도 있었다. 그들이 늦으면 전체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로 도와서 뒤에서 밀어준다. 밀어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다음에 풀리는 다리로 인해서 고생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다 견디는 것이니 아무리 빡세도 견뎌라. 다 견디어진다. 인간이니까.

빠진 것이 있다면, 각개 전투다. 허나,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각개 전투를 내가 훈련 받을 때는 정말 쉽게 받았기 때문에 여기 베스트에는 넣지 않았다. 그러나 베스트 5 를 선별한다면 들어가는 다섯가지라면 위의 네 가지와 각개 전투가 그것일 것이다.

훈련소에 가게 되면 자신의 관물함(자신의 훈련복이나 양말등을 정리해 놓는 곳)에 보면 빡센 훈련 리스트들은 이전에 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이 적어뒀거나 새겨두고 가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해당 부대의 빡센 훈련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짜증 리스트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 짜증 나는 것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한 것들을 모아봤다.

아침 구보 : 처음에는 할 만 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날 아침이라도 산골짜기에서는 쌀쌀한 때가 있다. 1.5km 를 뛰는데 웃통을 벗고 뛴다.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나 또한 3주차 중간까지는 당연히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3주차가 지나고 나면서 정말 뛰기가 싫었다. 정말 짜증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잡초 뽑기 : 잡초 뽑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이어 옮기기, 쓰레기 치우기 등등의 노가다성 일들. 훈련을 받으러 왔지 노가다 하러 온 것이 아닌데 말이다. 정말 짜증나는 일들이다. 삽질 하기 등의 일 또한 마찬가지다. 겨울에는 제설 작업을 시킨다고 하는데 겨울에 훈련 받으러 가는 사람들은 이것이 가장 짜증 나는 일이라고 한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기 때문이라 하는데 노가다성 일은 요령을 피우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거 다 하면 빨리 쉰다는 그런 말에 현혹되지 마라. 어차피 시간 지나면 시키지도 않는다. 또한 내가 많이 하면 할 수록 나만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불침번/탄약고 : 로테이션로 시행되는 불침번과 탄약고.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일어나서 내무반을 지키는 불침번과 탄약고를 지키는 탄약고는 정말 하기 싫은 짜증나는 훈련이다. 특히나 시간대가 2시나 3시에 일어나야 하는 경우에는 정말 일어나기 싫어 죽을 지경이다. 10시에 자고 6시에 기상하는데 10시가 되어서 누우면 거짓말 같지만 금새 잠이 든다. 그래도 11시나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은 좀 덜하다. 2시나 3시가 가장 힘들다. 정말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짜증 나는 훈련이다. 또한 멍하기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불침번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하루에 1시간 정도 선다.

정신 교육 :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오래 앉아 있기 교육이다. 정말 정말 짜증나고 무료한 시간이다. 전체 훈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정신 교육은 이론 교육을 받고 내무반으로 돌아와 VTR 을 통한 교육이 있다. VTR 교육은 그나마 편하다. 이론 교육을 받을 때는 자다 걸리면 얼차려라 누가 정신 교육을 하는지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정말 강의 못하는 교관이 와서 강의 하면 미친다. 또한 자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교관이라면 더 미친다. 강의를 못해도 자는 것을 봐주는 교관이라면 자면 되고 강의를 재밌게 하지만 자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교관이라면 재밌게 들으면 그만인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골치 아프다. 그래도 어떤 경우라도 자는 사람은 잔다. 되도록이면 뒷쪽에 앉아라. 그리고 앞 사람은 나보다 덩치 큰 사람으로 배치해라. 그리고 걸리면 얼차려 받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대담하게 자면 된다. 그래도 짜증나는 것은 안장서 고개 떨구고 자야 한다는 점이다. 다리 저리고 무릎 아프고 고개도 아프다. 온 몸이 뻐근해 질 것이다.

대기 : 대기 시간이 길다. 뭐 5분전. 뭐 3분전. 근데 더더욱 웃긴 것은 샤워할 때는 1초 간격으로 줄어든다. "샤워 마무리 3분전!" 다 따라 외친다. 샤워 마무리 3분전~~~ 그러면 연이어서 그런다. "샤워 마무리 1분전. 밸브 잠궈!" 또한 대변도 무조건 참아야 한다. 못 누게 한다. 이성과 합리로는 해석이 안 되는 짓거리들이다. 그러면서 청소는 무지하게 시킨다. "청소 마무리 5분전" 해놓고 10분 있다가 그런다. "청소 마무리 5분전" 그래 놓고 대변이 급하다고 하는 훈병들에게는 그런다. "너만 그러냐? 군대는 단체 생활이야.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애들까지 힘들다는 것을 알아! 돌아가!" 말이 안 된다. 이런 상황들이 난 가장 짜증났다. 다른 것들은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시키면 해야지. 허나, 이런 비합리적인 조직 운영은 나로 하여금 군대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고 군대라는 조직은 이 세상의 Looser 들의 집단인 것과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정말 단순 무식의 집단인 듯한... 인간이기에 타협이 존재하고 이성과 합리를 생각하는 기존의 조직과는 다른 곳으로 생각케 했다.

들어간 돈

훈련을 받으면 돈이 전혀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고로, 돈을 어느 정도 들고 가야 한다. 어떤 돈들이 들어가고 얼마나 들어가는지 내가 훈련받았을 때를 기준으로 적어본다.

우표 10장 1,900원
편지봉투 10장 190원
편지지 10장 140원
사진 6,000원
다과회 1,000원
Total 9,230원

우표는 남는다. 10장 다 쓰고 싶으면 주위에 친한 사람들 주소를 꼭 적어가길 바란다. 실제로 훈련소에 들어가면 정말 편지가 쓰고 싶어진다. 허나 주소를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이 많이 적어가길 바란다. 특히나 동성 이라도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분명 답장을 적어줄 것이다. 왜냐면 그 심정을 알기 때문이다.

우표가 남으니 편지 봉투가 남는 것은 당연하다. 허나, 편지지는 많이 남지 않는다. 나와 같은 경우는 다 쓰고도 남의 것 빌려서 다 쓰고도 모자랐다. 물론 난 주소는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계속 써내려 갔다. 왜냐면 우표를 다 쓰기 위해서 쓰고 보내고 쓰고 보내고 했던 것이다. 보내는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보내고 2주차 되어야 보내므로 그 때를 놓치면 보내기 힘들다. 잘 생각해서 쓰길 바란다.

사진 안 사도 된다. 허나, 기념으로 사라고 거의 강요하다 싶게 한다. 아니 분위기가 안 찍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게 좋겠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안 찍을 사람 손 들어라고 할 때 드는 사람도 없고, 나 돈이 없어서 못 찍겠다는 사람 손 들어라고 말하기 때문에 드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어쨌든 기념이라도 찍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난 찍은 사진 중에서 맘에 드는 거 하나 빼고 다 버렸다.

다과회는 안 할 수도 있으니 생각 안 해도 될 듯 하다.

Best & Worst 조교

(27사단 77연대 11중대의 조교들 중에서)

Best 조교

물론 내가 속한 내무반의 분대장(각 내무반에는 그 내무반을 담당하는 조교가 있고 그 조교는 그 내무반에서 잔다.)도 좋았지만 Best 로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사람을 꼽고 싶다. 물론 다른 훈련소나 같은 훈련소라도 다른 중대일 경우 또한 이 조교가 제대한 경우나 조교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모를 수도 있다. 단지 내 기억을 한 곳에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서 적는 것이다. 이름은 배동훈. 병장이다. Best 라고 꼽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왜냐면 이 조교는 이성적인 조교이기 때문이다.

다른 조교들은 어찌 보면 군대에 와서 계급이라는 것을 갖게 되고 훈병들 위에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어떠한 계급 의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더함과 덜함이 있을 뿐이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마치 돈 없는 사람이 갑작스레 돈이 생기자 졸부가 되는 것과 같은 사람의 심리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 조교는 지극히 이성적이다. 그래서 좋다. 이성적이라 함은 인간이 다른 여타의 동물과 구분이 되는 유일한 것인만큼 인간일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 이성을 군대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조교가 남달라 보였던 것은 그만큼 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좋은 조교들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나는 이성적인 이 조교가 좋았던 것은 그만큼 사람 냄새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군대라는 조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도대체 군대라는 존재 가치에 대해서 끝없는 부정을 했던 사람이다. 의병제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분단 국가와 군대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방법적으로 이건 잘못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들 그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기에 더욱더 빛나 보였던 부분이 이성적이라는 점이었다고 생각된다.

Worst 조교

내가 가장 싫어했던 조교로 나중에 조교들의 장단점을 적는 란에 1/4 페이지를 단점으로 채웠을 정도로 싫어했던 조교가 있었다. 바로 조영재 일병이다. 아마도 앞으로 27사단의 11중대에 들어가는 훈병들이 있다면 조영재 일병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주에 조교들이 9시 30분 정도에 각 내무반을 돌면서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이 조교가 들어와서 하는 첫 마디. "니들 나 존나 싫어하지? 알아. 나 삐졌으니까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해!" 얼마나 맘이 상했는지 그렇게 얘기하더군. 그러면서 하는 얘기. "솔직히 누구냐? 괜찮으니까 손 들어봐" 그러나 나는 들지 않았다. 겁나서가 아니라 들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적은 것이 무조건적인 비판은 아니었다. 허나, 조금은 적나라한 얘기들로 인해 기분이 상했을 수는 있다. 어린 나이에 계급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면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기에 부리려고만 하고 군림하려고만 하는 허황된 생각에 빠져들기 쉽상이다. 특히나 군대라는 계급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계급이다. 내가 아무리 잘 나도 계급이 낮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까라면 까야 된다. 그런 군대 조직이기에 그 조교는 부리려고만 했고 그것을 난 심리적으로 사회에서 대우 받지 못한 사람이 갖게 되는 잘못된 계급 의식이라고 꼬집어서 얘기했으며, 어린 나이기에 경험이 적기에 그렇지만 그런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면 결국 자기 손해라는 것을 지적해 주었던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햄버그 식빵이 나오던 날. 쨈을 많이 퍼갔다. 왜냐면 난 3개를 먹어야 하니까. 근데 많이 퍼간다고 나보고 뭐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랬다. 나도 군대라는 조직에서 요령이라는 요령을 터득한 터라, 배식을 받는 곳이 두 군데였는데 한 군에 쨈이 다 떨어져서 많은 동기들이 쨈을 못 가져갔다. 난 다른 배식받는 곳에 가서 쨈을 가져오다가 그 조교한테 걸린 것이다. "왜 이렇게 쨈을 많이 가져가? 니가 많이 가져가면 다른 애들이 못 가져가는 거 몰라? 어!" "저 쪽 배식받는 곳에서 쨈이 떨어져서 동기들이랑 나눠 먹으려고 많이 떠왔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뭐 말씀이십니까?" "어~?" 어하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난 이유를 설명했는데 그래서 뭘? 내 얘기를 들은 것인지 도무지 그 상황에서 그래서라는 말이 나올 리가 없는데 눈을 똑바로 보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군대라는 곳이 이렇구나는 생각에 잠겼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곳.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일병은 원래 상병이었는데 여자 친구 때문에 사고 쳐서 상병에서 일병으로 강등된 거라고 한다. 여러 상황을 알고 보니 그랬기 때문에 더욱 이상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그러한 행동들이 합리화가 될 수는 없다. 말끝마다 시비조에 "아 짜증나네" 그리고 항상 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에 째려보기나 하고... 어린 놈이 말이다. 계급 있다고 마치 훈병들을 개취급하는 그런 새끼가 정말 싫었다. 마치 사회에서 싸움 하나도 못 하던 것이 계급 있다고 윽박지르고 지가 뭐 세상에서 가장 싸움 잘 하는 놈인양 떠들고... 그래서 싫었다. 단지 싫었다는 것만으로 내가 이 사람을 Worst 로 판단하면 내 주관일 것이다. 그래서 지켜봤다. 가만히 보니 조교들이 뭔가를 할 때도 이 놈은 눈치 보고 농땡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노가다 시킬 때도 자기는 저 쪽에서 놀고 있고 돌아보고 윽박지르기나 하고. 지가 솔선수범할 수 없다면 지켜보면서 지시를 잘 내리던지 자기는 놀고 우리는 일하고. 그러니 인정을 못 받을 수 밖에.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조교였고 다른 이들도 싫어했지만 상황을 듣고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한다고 지난 과거에 잘못한 행동을 덮어두지 않는다. 그것은 난 정확하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이 나중에 나를 도와주면 도와주는 순간이 현재이기에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묻혀갈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은 과거는 쉽게 잊는다. 과거에 나를 아무리 잘 해 줘도 지금 순간에 나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 사람은 나에게는 원래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게 이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인 것이다. 지금 순간만을 생각하는... 그래서 난 지적할 것은 지적했을 뿐이고 그래서 후회가 없다. 지가 받은 상처만큼 깨닫지 못하면 자기 손해인 것이다.

Best 교관

가장 군인다웠고 내가 기억하기에 내가 아는 군인들 중에서 가장 멋진 군인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공수부대 출신의 교관으로 27사단 77연대 11중대의 강문수 중사이다. 많은 다른 동기들도 멋있게 느꼈는데 비단 공수부대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그 교관님의 훈련은 재밌고 또한 뭔가를 남기는 훈련이었기 때문이다. 빡세다고 하는 각개 전투도 날씨가 덥다고 1회만 실시하고 중단했고(이건 상부 지시가 아니라 자의에 의해서) 왠만한 것으로는 얼차려 같은 것 주지도 않았던 교관이었지만 훈련을 쉽게 하게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군대에서 보면 많은 교관들이 스케쥴에 따라서 교육을 한다. 물론 스케쥴에 따라서 교육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닌 형식적인 교육이라는 소리다. 스케쥴에 교육을 해야하니까, 내가 교육을 해야하니까 하는 것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R.O.T.C, 학사장교 또는 하사관들이다. 대답 소리가 작다던지 잔다던지 맘에 안 든다던지 하면 얼차려다. 그 교육이 왜 필요한지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너희들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나는 가르쳐야 하니 내 말에 복종해라는 듯이 들린다. 그러나 이 강중사님은 달랐던 점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전쟁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고로 교육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각개 전투도 대충 하는듯하고 끝났었다.

기초 유격과 같은 때는 마지막에 운동장을 돌면서 서로서로 도와주는 협동심을 기르게 해주고, 부모님을 생각케 만들면서 교육 종료후 말없이 뒤로 돌아서 가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만큼 그는 우리 산업 기수들은 곧 사회에 나갈 것이기 떄문에 군기보다는 뭔가를 남길 수 있는 교육을 추구했다. 배우는 많은 교육들 중에서 사회에서 써먹을 것들이나 실제 전쟁에서 써먹을 것들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교육의 핵심을 알려주고 뭔가를 남기려고 했던 강중사님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윽박지르고 명령조의 교관보다 이 강중사님의 교육 시간에는 자는 이들도 극히 드물었으며, 교육 또한 재밌게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교육이라는 것은 어떠해야하는 지를 알려주는 듯 했다.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보고 싶은 멋진 군인으로 기억되며, 언젠가 찾아가고 싶은 교관이다. 컴퓨터 수리 때문에 중사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었던 적이 있는데, 나중에 퇴소하면서도 정문 앞에 서 있는 교관님을 보고 "이기자"를 외치면서 경례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남는다. 삽질하다 물집이 잡혔는데 언제 봤는지 야간 행군 때 괜찮냐고 하던 그 교관님. 언젠가는 꼭 다시 보러 한 번 가고 싶다. 내가 살아있는 한 가장 멋진 군인이라고 한다면 아마 이 강문수 중사님이 아닐까 싶다.

추억들

당연히 담배 피던 기억이다. 처음에 내무반에 들어가서 담배는 내놓지 않았다. 나중에 검사하니까 나중에 걸리지 말고 내놔라고 했을 때 내놨었기에(내놓는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담배는 없었다. 탄약고 근무를 설 때 기간병(현역 생활을 하는 군인)이랑 친해져서 담배 몇 가치랑 라이터를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지는 않았었다. 그럼 난 도대체 담배를 어디서 얻었을까? 바로 우리 내무반의 분대장(담당 조교)에게서 얻어서 피웠다. 어떻게 얻었을까? 친해졌다. 어떻게 친해졌을까? 3주차가 되면서 부터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내무반에서 나에 대한 얘기를 들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어느 날 우리 내무반의 한 동기와 분대장이랑의 얘기 후에 나에게 그 동기가 얘기를 해줬다. 다른 내무반에서 내 얘기를 들었는데 나랑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그래도 난 별로 튀고 싶지도 않았고 조용 조용 있고 싶어서 면담 신청이나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 내게 관심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비를 거는 거였다. 그러나 시비를 걸어도 이해할 만한 시비와 관심의 표현에서의 시비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그러면서 친해지기 시작해서 항상 내무반 들어오면 나한테 시비를 거는 거였다. 나도 장난으로 그 시비를 받아 응수를 해주고 하곤 했는데 그러다 야간 행군 끝나고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 것이다.

서로 얘기를 하기 위해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 중에(다른 얘들은 행군 끝나고 샤워 중인데) 문득 나에게 그러는 거다. "샤워 해야지. 안 하면 담배나 필려고 했는데" 그 말에 바로 난 응수를 했다. "샤워보다는 담배가 좋습니다!" 일단 샤워를 한 다음에 호출에 의해서 다시 나갔는데 담배는 퇴소후에 준다고 한다. 실망한 나. 기대를 했기에 실망을 한 것이리라. 그러나 내무반에 있는데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승건 너 나와!" 하면서 가는 거였다. 종종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야간 행군 후에는 그 빈도가 정말 심했다. 당연히 불미스러운 일이 있고 나서 였기에 다른 동기들도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나가보니 조용한 목소리로 나에게 그러는 거다. "칫솔을 들고와야 될 꺼 아니냐. 넌 눈치도 없냐. 그래서 사회에서 어떻게 잘 나가냐?" 후닥닥 가서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들고 나왔다. 그리고 막사 옆에 있는 운동실에 들어가서 2모금만 빨고 버리라면서 담배 한 개피와 불티나 라이터를 주는 거였다. 그 때 문밖에 있는 조교(이 조교가 내가 가장 싫어했던 조영재 일병이었다.)한테 그러는 거다. "6분대장님 망 좀 봐주십시오. 걸리면 고참 영창 갑니다. 확실히!"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내뱉는 담배 연기. 그 때 정말 담배가 그리 맛있는 것인줄은 몰랐다. 6모금 빨고 난 다음에 나가서 바로 이빨을 닦았는데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아닌가 싶다.

조언들

내가 훈련 받으면서 누가 알려줬었으면 좋았을 것들을 정리해서 올린다. 내 주위에 훈련 갔다 와서 내가 훈련 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은 사람들 보면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다. 나같으면 알려줬다. 그리고 내 후배들 중에서 앞으로 훈련을 갔다 올 병역특례병들에게 할 얘기들을 여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다.

1. 되도록이면 뭐 맡지 마라.

내무반에 처음 들어가면 자치 분대장을 비롯하여 뭐 이리 저리 많이 시킨다. 많이 시키는데 되도록이면 뭐 맡지 마라. 고생만 더 할 뿐이다. 내무반에 처음 들어가서 앉을 때 그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되도록이면 가장 처음이나 가장 끝에 앉지 말도록 해라. 내무반에서는 중간이 좋다. 중간. 중간에 있어야 잘 걸리지 않는다. 또한 내무반에 있는 인원들에게는 다 훈련병에게 부여되는 번호가 있게 마련인데, 되도록이면 내무반의 3/4 되는 번호를 받는 것이 좋다. 즉, 내무반의 인원수가 20명이면 15번째 정도가 가장 좋다는 얘기다. 이유는 보통 뭐를 시킬 때 가장 앞 번호, 가장 뒷 번호 이렇게 시키면서 무슨 조라고 할당하는데 가장 앞 번호가 뭘 맡으면 그 다음번호 이런 식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난 훈련 받는 동안 아무 것도 맡은 것이 없었는데 그래야 편하다. 고로 되도록이면 나서지 마라. 나서면 나서는 만큼 힘든 곳이 군대다.

2. 특기나 취미, 학교 과를 적어낼 때는 되도록이면 ~척 하지 마라.

특기는 남들이 다 하는 컴퓨터, 취미 또한 남들이 다 하는 것들 독서 뭐 그런 것으로 튀게 적지 마라. 자격증 적는 란에도 있어도 없는 듯 하고 정보 처리 기사만 적던지 학교의 과를 적을 때도 되도록이면 경영학과와 같은 그런 과를 적는 것이 좋다. 자격증이 있으면 일 시킨다. 그리고 디자인과 관련 학과 나왔다고 하면 나중에 그림 그리라고 한다. 남들 잘 때 말이다. 인테리어 관련 학과 나오면 뭐 인테리어 해야한답시고 일 시킨다. 안 시키는 과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영학과다. 시킬 것이 없다. 경영을 시킬 것인가? 아니지 않은가? 뭐 이 일을 하면 좀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절대 믿지 마라. 나도 그 말 믿었다가 속은 사람 중에 하나다. 절대 아는 척 하지 마라. 절대! 나만 힘들 뿐이다.

3. 검사한다는 말은 믿지 마라.

뭐 해라. 나중에 검사한다. 절대 검사하는 적이 없다. 그러니 쫄지 마라. 이 말은 내무반 맨 처음에 들어갔을 때 가장 중요하다. 담배 다 내놔라. 핸드폰 다 내놔라. 돈 다 내놔라 나중에 검사한다 그러는데 절대 검사 안 한다. 군대 가서 있으면서 한 번도 검사 당해본 적이 없다. 나중에 검사한다 하고 검사하는 적 없다. 노트에 적어둬라 나중에 검사한다. 적지 마라 검사 하지 않는다. 처음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나도 검사한다는 말을 하는 것들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말을 믿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처음에 들어갈 때라는 점을 명심해라. 나중에 걸린다 해도 때리지 않는다. 얼차려 해봤자 그거 별로 어렵지도 않다. 나중에 걸려봤자 어렵지도 않은 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필요한 곳이 군대다.

4. 담배, 핸드폰 내놓지 마라.

담배와 핸드폰 모두 관물함에 숨겨두면 된다. 핸드폰은 항상 꺼두고 전화 걸 일 있으면 그 때 켜서 쓰면 될 것이다. 또한 담배는 숨겨 뒀다가 필 수 있는 기회를 노리면 된다. 피우는 게 쉽지가 않다. 이유는 단체 생활이라 내 맘대로 어디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도 내무반에서 양반다리로 있어야 한다. 웃긴다. 쉬는 자유 시간 마저도 그래야 하니까. 책을 읽으면 책 읽는다고 뭐라 하고 웃긴 곳이다. 담배를 필 수 있는 기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침번시. 불침번시 화장실에 가서 담배를 피우면 되는데, 내가 훈련을 받은 곳은 화장실이 금연 구역이었다. 그 중에서도 환풍기가 있는 곳에서 고등학교 시절에 담배 피우듯이 후후 불어가면서 피우면 된다. 화장실을 지키는 불침번이 있지만 동기다 그렇기 때문에 뭐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고로, 불침번을 잘 이용해라. 그러면 매일 담배 피울 수도 있다. 그럴려면 아마도 담배 두 갑은 사가야 할 것이다. 4주면 그 정도는 필 수 있을 듯.

둘째, 종교 활동시. 종교 활동 때에는 이동하게 마련이고 종교 행사 시에는 조교들의 손에서 벗어난다. 화장실을 간다고 하던지 등등의 핑계로 필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잘 활용하기 바란다.

셋째, 27사단의 경우, 기록 사격시. 기록 사격하러 가면 거기에 화장실을 알아둬라.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 27사단의 경우만 가능하다.

5. 로션을 가져가라.

로션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많은 이들이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아마 들고 가면 나눠써야 할 것이다. 로션중에서 추천하는 것은 존슨즈 베이비 로션이다. 이거 사가지고 들어가라. 다른 로션들 보다도 가장 좋은 것 같다. 남자들끼리 있는데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일반 로션 다 필요없다. 존슨즈를 사가기를 바란다.

6. 책 몇 권 가져가라

처음에 옷을 다 벗어서 파란 봉투에 다 담는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의 관물함 위에 다가 올려둔다. 물론 산업 기수니까 가능하다. 현역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다 소포로 집에 보내게 마련이다. 산업 기수일 경우에는 그렇게 관물함 위에 올린다. 가방도 그 안에 둔다. 즉 사회에서 가져온 것들 중에서 담배, 핸드폰, 귀중품은 내라고 하고(귀중품과 같이 고가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내지 마라. 손해다. 기회를 보면 활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파란 봉투에 담기 때문에 책도 거기에 담아두고 기회 봐서 꺼내 보면 된다. 정말 무료한 시간이 많다. 자유 시간이라도 말이다. 이 때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때다. 내무반에 있는 책이라고는 사상 교육을 위한 만화와 좋은 생각, 마음의 양식등인데 이것 또한 볼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 때문에 읽기 힘들다. 고로,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책이 있다면 사가는 것도 좋다. 5권 정도는 읽을 수 있을 시간은 있을 것이다. 단, 들키지 마라. 들키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사회에서 가져온 것이니 빼앗았다가 나중에 퇴소할 때 돌려주지 않을까 싶다. 허나, 5권이라면 한 권 빼앗겨도 다른 거 읽으면 될 듯 싶다.

7. 시계는 전자 시계 싼 걸로

시계는 전자 시계 싼 것으로 사서 들고 가라. 난 누구 하나 얘기해 주는 사람 없어서 그냥 차고 다니던 시계 차고 갔는데 각개 전투시에 낮은 포복 하다가 흡집냈다. 전자 시계 만원짜리 싼 거로 차고 가라. 흠집 나도 상관없고 퇴소하면서 버릴 수 있는 그런...

8. 흰 색 운동화를 신고 가라.

흰 색 운동화를 신고 가던지 들고 가라. 그렇지 않으면 군대에서 있는 예전에 훈병들이 신던 운동화를 주는데 상태가 말이 아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고 나서 이건 운동화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걸레다. 그런 거를 신고 생활해야 한다. 고로, 싼 거라도 사회에서 산 흰 색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9. 싼 라디오, MP3 등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을 들고 가라.

불침번 시에 유용할 것이다. 물론 들키면 뺏기겠지만 아마 가서 불침번을 서보면 요령이 생길 것이다. 라디오를 들고 가던지 MP3 플레이어를 들고 가던지 상관없지만 충전시킬 곳이 없을 것이므로 지하철에서 가끔식 파는 2천원짜리 라디오가 적합하리라 생각한다. 불침번의 1시간 동안 서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뭔가를 들으면서 지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한다.

10. 디카가 있으면 들고 가라.

만약 누군가가 나처럼 이런 정보를 줬다면 분명 나는 들고 갔을 것이다. 물론 내가 없으니 빌려서 말이다. 디카도 파란 봉투에 넣어뒀다가 가끔씩 꺼내서 내무반 동기들이랑 찍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무반의 생활을 찍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추억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정보가 없었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 꼭 들고 가라.

11. 4주 동안 가장 힘든 주는 1주차다.

1주차는 군대라는 조직에 적응하는 주이기 때문에 이 때가 가장 힘든 것 같다. 낯설고 어색하고 이해가 안 가는 군대에 나 자신을 적응 시키는 기간이 1주 밖에 안 걸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도 1주 지난 뒤에 적응이 된 나를 보고 놀라했었다. 그만큼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어린 조교들(대부분이 82,83년도생)이 위로 보이고 대변을 참는 것이 익숙해 지고, 때가 되면 배고파 지고, 건빵에 목숨 걸고, 맛스타 하나 더 먹고 싶어하면서 군대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2주차부터는 훈련 같은 훈련을 받게 되고 3주차는 사격으로 재밌는 시간들만 있을 뿐이다. 4주차 때 큰 훈련들 두 개(유격과 야간 행군)을 끝내고 나면 거의 예비군이나 말년 병장 수준으로 해이해지기 시작한다. 고로 가장 힘든 때는 1주차가 아닌가 한다. 또한 가장 시간이 잘 때는 다 다르겠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1주차였던 것 같다. 정신없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고 2주차 때는 시간이 안 간다. 4주가 깜깜하게 느껴지고 주말만이 기다려진다. 3주차 때는 이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사격이 재밌기 때문에 훈련은 고되지 않다. 4주차 때는 1주 남았다는 생각에 시간이 더디게 간다. 그러나 마음은 가볍다.

12. 시원한 물이 없다.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신다. 수돗물을 끓여서 그것을 마시는데 수돗물 잘못 먹으면 탈난다고 해서 그렇게 한단다. 여름에 뜨거운 물 호호 불어가며 마신다. 그런데 그것도 1주차 지나면 익숙해 지고 사회에서 식사 후 마시던 커피 마시듯이 호호 불면서 차와 같이 마시게 될 것이다. 인간이란 정말 무서운 동물이다.

FAQ

Q. 군대에서는 밥을 빨리 먹어야 하나?

A. 1주차만 그러는 것처럼 보인다. "빨리 먹어라" 뭐 그러는데 숫가락을 놓아라 뭐 그런 식으로는 으름장을 놓지는 않는다. 요령이 필요하다. 난 밥을 빨리 먹는 편이 아니었지만 내가 천천히 먹어도 뭐라는 사람 없었다. 우선 먼저 들어가서 먹는 경우(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다른 훈병들이 앉아서 먹을 수가 있다.) 나랑 같이 들어간 사람들이 빨리 먹어서 나가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자리가 채워지므로 천천히 먹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늦게 들어가면 다음에 들어올 사람이 없으므로 여유있게 먹어도 된다. 그러나 너무 늦게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나 하나 때문에 내가 속한 내무반 전체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이유는 내무반 별로 인원수 체크해서 자치 분대장의 인솔하에 내무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Q. 밥은 잘 나오는 편인가?

A. 사실 이것도 의견이 분분하다. 잘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사회에서 혼자 생활한 사람이 경우라면 잘 나온다고 생각할 것이고, 사회에서라도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사는 사람과 같은 경우는 아니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기에 생각보다는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 군대에서 나오는 밥이라는 것이 물리게 마련이다. 3주차가 되면서 부터 그렇게 많이 먹던 밥도(한 끼에 두 공기 분량을 먹었었다.) 많이 먹지 못할만큼 물렸기 때문이다. 식단은 생각보다는 잘 나온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처음에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가는 지에 따라 내 말이 맞다 틀리다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기준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듯 싶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Q. 월급은 주는가?

A. 6주 현역병은 모르겠다. 허나, 4주 훈련을 받는 산업 기수들은 월급 없다. 대신 차비는 준다. 1km 당 70원인가로 계산하는데, 내가 있던 27사단은 강원도 화천군인데 따지고 보니 7,500 원 준다. 이것은 처음에 들어가서 소지하고 있는 현금 맡긴 것을 찾을 때 합산해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