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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검사, 사시검사, 굴절검사 @ 서울 밝은세상안과: 원시에 근시성난시를 동반한 약시 + 간헐성 외사시 판정 본문

일상/아들

시력검사, 사시검사, 굴절검사 @ 서울 밝은세상안과: 원시에 근시성난시를 동반한 약시 + 간헐성 외사시 판정

風林火山 2012.10.24 07:30
진강이는 미간이 넓다. 그래서 눈이 다소 몰려 보인다. 그러나 미간이 좁아서 그렇지 사시는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즉 가성 내사시(가짜 내사시, 실제로는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사시가 아닌데 그렇게 보이는 것)라고 생각했던 거다. 진강이가 어렸을 때는 눈을 뜨면 사시였던 때가 있었다. 어리니까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크고 나니 그렇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믿었고. 예전부터 어머니는 진강이 사시검사 해보자고 하셨다. 어머니는 안과 간호사 출신이다. 그렇다고 의사는 아니잖아~ 게다가 여자다 보니 사소한 것도 크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거든. 그래서 무시해왔었다.

그러다 최근에 어머니께서 진강이와 비슷하게 미간이 넓은 아이를 둔 엄마에게서 얘기를 들었단다. 사시 우려가 있어서 가봤더니 사시여서 수술했다고. 그러면서 진강이도 한 번 검사해보라고 그랬다는 거다. 그래서 "알았어요" 했다. 뭐 검사 받는 거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고 한동안 뜸했다가 그렇게 얘기하시니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그러다 페북에 서울 밝은세상안과의 이제명 원장님(나의 페친)이 내 글에 덧글을 다셨길래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조만간 진강이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사실 서울 밝은세상안과는 내 회사의 고객이다. 그래서 잘 안다. 마인드가 어떤지 실력이 어떤지. 원장님들도 많이 알 뿐더러 직원분들도 많이 안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워낙 직원들이 많아서. ^^; 게다가 이종호 대표원장님이나 이제명 원장님 모두 부산 분이시라 친근하고. 원래 부산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다고. 그 중에 이제명 원장님은 내가 나온 동아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혜광고등학교 출신이시다. 그런 연유로 해서 이번주 월요일에 서울 밝은세상안과 이제명 원장님을 방문한 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 한번 해보지~ 하는 생각에 방문했던 건데(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도 다른 치료가 있어서 동행했었다. 안과가 아니라 치과 치료) 결과를 듣고는 다소 충격이었다. 미안할 따름이다. 내가 신경을 크게 쓰지 않은 탓이라 생각하고. T.T 여튼 서론이 좀 길었다. 서론만 긴 게 아니라 이제부터 쓰는 글도 길 거다. 혹시라도 진강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나처럼 그냥 무시하지 말고 빨리 빨리 병원 가서 진단 받기를 바란다. 어지간해서는 병원 가지 않고 살았던 나라 진강이 데리고도 병원 잘 안 다녔는데 이제는 조금 이상이 있어도 데리고 가야겠다. T.T



서울 밝은세상안과는 시력교정술로 유명하다. 그러나 나는 시력교정술 때문에 간 게 아니라 일반 외래진료 때문에 간 거고, 외래진료 접수는 서울 밝은세상안과 2층에서 한다. 별도로 얘기하지는 않았는데 하필 그 날은 접수하는 데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별로 티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여튼 초진이라 기록지에 기록하고, 시력검사 때문에 왔다고 했다. 사시검사 때문이라고 하지는 않고 시력검사 때문에 왔는데 이제명 원장님 뵈러 왔다고 얘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뭐 검사 한 번 해보지 뭐. 이제명 원장님 얼굴이나 보러 온 셈 치자. 뭐 그랬다. 


ARK(Auto Refraction Keratometer) 검사


우선 우리가 흔히 아는 시력검사 하기 이전에 자동굴절검사기(ARK, Auto Refraction Keratometer)를 통해서 검사한다. 이건 안과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 중에 하나인지라 라식이나 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기 위해서 검사를 받을 때에도 가장 먼저 하는 검사다. 기계가 눈의 굴절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측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얘기하면 자동으로 시력 측정해준다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깊게 알려고 하면 다쳐~ 그럼 이거 하나만 갖고 측정하면 되지 왜 다른 검사를 하냐? 측정할 때 오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다른 검사도 같이 해서 크로스 체크하는 거다.


시력검사


이제 시력검사를 한다. 나보고 저기 가 있으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었다.


이거 보고 있으니 그래도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 키우는 부모들이 다 그런 심정이겠지만 이 녀석은 또래에 비해서 발달이 좀 더뎌서 걱정을 좀 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서울 밝은세상안과 직원의 질문에 대답도 잘 하고 말도 잘 듣고.


자각적 굴절검사
 


이제는 렌즈를 바꿔가면서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자각적 굴절검사다. 그런데 허걱~ 빨간색 렌즈? 저건 난시용 렌즌데. 난시가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각적 굴절검사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성인이 아닌 아이다 보니까 문답으로 진행되는 자각적 굴절검사에 명확하지 않고 애매한 답변이 나올 수도 있다 보니 이리 저리 시간이 걸린 듯. 근데 난시용 렌즈로 난시축을 바꿔가면서 물어보고(이게 잘 보여 1번, 난시축 돌리고 이게 잘 보여 2번, 1번, 2번 어떤 게 잘 보여 이런 식으로 묻는다) 난시용 렌즈도 이것 저것 바꾸고 했던 게 유독 눈에 띄더라고.


타각적 굴절검사


그 다음은 타각적 굴절검사다. 자각적 굴절검사는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관적일 수 밖에 없어서 검사자가 레티노스코프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하는 굴절검사다. 이 또한 검사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전문가가 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보통 안과에서 하는 시력검사다. 안과에서 시력검사한다고 하면 ARK 검사, 시력검사, 자각적 굴절검사, 타각적 굴절검사 이렇게 하게 된다. 나도 예전에 짝눈이라는 거 때문에 검사 받았을 때 이 순서대로였었다. 군입대 전에는 짝눈 판정 받았는데 몇 년 전에 서울 밝은세상안과에서 검사 받았을 때는 정상이었다는.


사시검사



보통의 경우는 2층에 진료실이 있고 거기에도 원장님이 계시기 때문에 거기서 진료를 보는데 이제명 원장님이 7층에 계셔서 결과지를 갖고 7층으로 갔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했다. 미간이 좀 넓어서 사시처럼 보이는 듯 해서 검사 받으러 왔다고. 사시면 시력도 떨어지고 하니 시력 검사도 필요했다고. 그러자 이제명 원장님 사시 검사부터 하신다. 항상 그렇지만 이제명 원장님은 이런 거 하실 때 내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사실 내가 아는 라식, 라섹의 지식들 대부분 이제명 원장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식에 대해서도 연재를 할까? 정말 많은 것들을 얘기해줄 수 있는데. ^^; 이제명 원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사시검사집에서도 간단하게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사시검사 Step1

① 정면에 라이트를 비춘다. 그리고 불빛을 응시하라고 한다.
② 눈에 반사된 불빛이 동공의 정중앙에 있으면 사시가 아니다. 제대로 본다는 얘기다.


음. 그렇군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시력이 상당히 안 좋다고 얘기하신다. 원시에 근시성 난시. 음. 그리고는 한 가지 테스트를 더 하셨다.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사시검사 Step2

① Step1과 같이 정면의 불빛을 응시하라고 한다.
② 이번에는 한손으로 한쪽 눈을 가린다.
③ 조금 있다가 한쪽 눈을 가린 손을 뗀다.
④ 불빛을 응시하려고 눈동자가 움직이는지 본다.

정상의 경우 움직임이 없고 손을 치워도 동공 정중앙에 반사된 불빛이 보여야 한다.


이 테스트를 하고서는 이제명 원장님이 두 가지를 얘기해주셨다. 간헐성 외사시와 우성안은 좌안이라고. 우선 간헐성 외사시라 함은 멍하게 있거나 피곤할 때 바깥쪽으로 눈이 돌아가는 걸 말하는데 왜 그러냐면 보려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눈에 있는 근육에 힘이 없어져서 눈이 바깥으로 돌아간다는 거다. 바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외사시인 거고. 항상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간헐성이라고 하는 거고. 

이제명 원장님이 테스트할 때 옆에서 보라고 하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내가 본 결과로도 그렇다. 진강이의 오른쪽 눈을 손으로 가렸다가 손을 치우면 눈이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더라는 거다. 이 말은 손으로 눈을 가렸을 때 왼쪽 눈으로는 불빛을 응시하고 있지만, 오른쪽 눈은 보려고 하는 게 없다 보니까 바깥쪽으로 돌아갔다가 손을 치우면 불빛을 응시하기 위해서 제 위치로 이동한다는 걸 말한다.

그런데 왼쪽, 오른쪽 모두 다 그렇다. 다만 왼쪽은 빨리 돌아오는 반면, 오른쪽은 돌아오는 게 늦더라는 거다. 그래서 진강이는 좌안(왼쪽 눈)을 우성안이라고 얘기하셨던 거다. 우성안이라는 건 두 눈 중에서 자주 사용하는 눈을 말한다. 왼쪽 눈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왼쪽은 바깥으로 돌아가 있어도 빨리 돌아오는 반면 오른쪽 눈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늦다는 거다. 집에서 와서 나도 테스트를 해봤다. 나는 손으로 한쪽 눈을 가렸다가 손을 치워도 눈동자의 움직임이 없었다. 음...


그리고 프리즘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사시인지를 체크하셨다. 프리즘도 두께에 따라 숫자가 달리 적혀 있던데 15-20 정도 사이라고 얘기하셨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볼텐데 그런 걸 물어볼 생각조차 못했다. 원시에 근시성 난시에 간헐성 외사시. 이 세 단어만 머리 속에 맴돌았을 뿐.


1차 진단 결과


진강이의 진단지다. OD(Ocular Dexster)는 우안이고, OS(Ocular Sinister)는 좌안을 말한다. 첫번째 칸(sph라고 되어 있는 칸)은 Spherical로 구면도수시력을 말해준다. 양쪽 다 +1.75다. 원시다. -면 근시고, +면 원시라는 얘기다. 다음 칸(cyl이라고 되어 있는 칸)은 Cylinder로 난시도수를 말해준다. 우안은 -1.75, 좌안은 -1.25다. 여기서 -라고 되어 있는 건 근시성 난시를 말한다. -2.00 이상을 고도난시라고 하는데 진강이 생각보다 수치가 높다. T.T 다음 칸(Axis라고 되어 있는 칸)은 난시의 축방향을 뜻하는 것으로 우안은 175도고 좌안은 180도다.

축방향은 12시방향을 0도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각도를 측정한다. 눈이 동그란 게 아니라 타원형이라 빛이 들어와도 상의 여러 개가 맺힌다는 거다. 그래서 타원의 축이 몇 도 방향으로 틀어져 있는지를 측정하는 거다. 마지막 PD좌안과 우안의 동공 사이 거리다. 진강이는 좀 먼 편이다. 그리고 교정 시력좌우 모두 0.7. 교정해봤자 0.7 정도의 시력 밖에 안 된다는 거다. 헐~


시력 발달이 필요한 적정 시기는 7-8세

조금 일찍 오지 그랬냐고 이제명 원장님이 그러신다. 애들의 시력 발달이 되는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시신경 세포에 전달해야 시력이 발달하여 정상 시력이 되는데 진강이 나이(만 8세)면 이제 발달이 마무리 되는 때라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하시는 거다. 아이고~ 참 내가 신경을 더 썼어야 했는데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받은 검진 결과에 안과에서 시력 검사해보라는 소견이 있었는데 무시했었다. T.T 늦게나마 어머니 때문에 오게 된 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어도 내가 참 잘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좋은 시력을 가질 수가 없다고 한다. 몰랐다. 아~ 참.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어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지 하는 거 밖에 도리가 없었다. 정말 나는 나쁜 아빠인 거 같다. T.T 이제명 원장님은 일단 안경은 무조건 써야 한다고 하시면서 항상 착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렇게 안경을 착용하고 나서 얼마나 시력이 올라오는지 경과를 봐야겠다고 하신다. 단, 두 동공 사이의 거리가 먼 편인지라 아이들 안경이 아니라 어른들 안경을 써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잘 아는 안경점 있으면 진강이한테 맞는 안경을 찾아주라고 하셨다. 잘 아는 안경점이야 당연히 있지만 참. 왜 그리 가슴이 답답한지... 사시는 지금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시면서 수술을 하게 되도 애들과 같은 경우는 전신 마취를 해야하고 하니 일단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아이들의 안경 처방에 꼭 해야 하는 검사

어른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데 아이들의 안경 처방에는 꼭 해야 하는 검사가 있다. 정확한 굴절 이상을 측정해야 그에 맞는 안경 처방을 하는데 아이들의 경우는 눈 속에 있는 렌즈인 수정체를 이완하고 수축시키는 조절근의 힘으로 굴절력에 영향을 주어 정확한 굴절 이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조절근을 마비시키고 난 상태에서 검사해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하지 않고 안경을 처방하게 되면 자신의 눈과 맞지 않는 안경 즉 자신의 굴절 이상에 부적합한 안경을 착용하게 된다.


이런 저런 검사하느라 눈이 피로했을 건데 그래도 진강이는 밖에 나왔다는 거 자체를 즐기는 녀석이다. 사진기 똑바로 봐바 해서 찍은 진강이의 정면. 미간이 넓어서 그렇지 사시라고는 생각 안 했다. 사시라고 해도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라면 몰라도 외사시라니. 나는 가성 내사시라고 생각했었는데... 내사시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시는 아닌. 결국 간헐성 외사시라는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평소에는 전혀 사시라는 걸 느낄 수 없었다.


우선 점안 마취제를 넣고, 조절근 마비제를 넣었다. 진강이 아프단다. 뭐가 아프냐고 그랬더니 따갑단다. 서울 밝은세상안과 직원분께 물어보니 이건 처음에 조금 따갑다고 그런다. 그렇군. 그래도 두번째 넣는 조절근 마비제는 점안 마취제를 넣은 후인지라 마취가 되었으니 따갑고 그런 건 없었던 듯. 이걸 3회에 걸쳐서 넣는다.


점안 마취제와 같은 경우도 어른들에게 사용하는 거랑은 성분이 다르다고 한다. 몰랐네.


눈에 넣고 난 다음에 "진강아 눈 크게~" 했더니 이렇게 쳐다본다.


그러다 이내 잠든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약을 넣고 난 다음에 오래 기다려야 했던지라.


그리고 이제 ARK 검사부터 시작해서 아까 했던 검사를 똑같이 반복한다. 이번에는 조절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검사하는 거다. 근데 아까 검사했던 분이 아니라 남자 분이 해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제명 원장님이 가장 실력이 좋은 직원분에게 이번 검사에는 직접 검사해라고 얘기하셨다고. 음... 여러 모로 신경 써주심을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


2차 진단 결과


이제 2차 진단 결과가 나왔다. 이제명 원장님께서 이번에는 2층에 친히 내려오셔서 상담했다. 1차 진단 결과에서는 원시가 양쪽 모두 +1.75이었는데 이번에는 우안 +4.75, 좌안 +5.25고도원시로 나온다. 난시와 난시축 방향은 그리 큰 차이가 안 나는데 말이다. 교정시력은 더 떨어져서 우안 0.2, 좌안 0.3 나온다. 그리고 나더러 이리 와보라고 하신다.


시력검사실로 가서 안경에 렌즈를 끼우고서는 써보라고 하신다. 써봤다.

이제명 원장님: 어떻게 보이나요?
나: 상이 겹쳐서 보이는데요.
이제명 원장님: 그게 진강이가 보는 세상입니다.
나: ......

(명함 하나를 건네주면서)
이제명 원장님: 읽어보세요.
나: ...... (무슨 글씨인지 못 읽겠더라는. 읽으려고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을 반복해서 주고했다.)
이제명 원장님: 눈에 힘을 주게 되죠. 글씨 보려고. 진강이는 그래서 눈에 힘을 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참... 무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제명 원장님이 설명해주신다. 진강이는 어렸을 때는 눈이 더 안 좋았을 거라고. 커가면서 눈도 동시에 커지다 보니 그나마 초점이 망막 가까이로 오게 되어 덜 하게 된 거지만 뭔가를 보기 위해서 눈의 조절근에 힘을 엄청 주고 있기에 피로가 빨리 오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거라는 거다. 원시 +4~+5를 +1.75 정도 수준이 되게끔 조절근에 힘을 항상 주고 있다는 얘기고 그게 진강이한테는 일상적이라는 거다. T.T


근데 문제가 생겼다. 조절근에 힘을 많이 주고 있으면 그만큼 조절근과 연결된 근육 중에 눈을 안쪽을 모으는 근육도 있는데 진강이는 조절근에 힘을 많이 주고 있다 보니 간헐성 외사시 정도지만 굴절 이상을 치료하게 되면 조절근에 힘을 많이 안 줘도 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간헐성 외사시가 외사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참 애매한 상황이라는 거다. 왜냐면 외사시도 치료하면 되긴 하겠지만 중요한 건 시력교정인데 진강이가 시력 발달하는 시기의 막바지기 때문에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굴절이상 약시 근시, 원시, 난시에 의해서 시력이 좋지 않은 것으로 항상 흐릿한 상으로 보는 데에 익숙해져서 나중에 굴절 교정을 해도 시력이 정상이 되지 않는 걸 말하는데 이걸 치료하다 보면 사시 약시(사시로 인한 약시)가 되어 결국 굴절 교정을 하고 사시를 교정한다 해도 정작 중요한 시력 교정은 힘들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시기적으로 판단을 잘 해야 한다는 얘기. 쉽게 얘기하면 아까 내가 이제명 원장님이 준 안경을 쓰고 봤던 세상을 진강이는 계속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중요한 때라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거다. 이를 이제명 원장님은 이렇게 표현하셨다. 한의사가 이렇게 침도 놔보고 저렇게 침도 놔보면서 경과를 관찰할 때가 아니라 정말 이쪽 관련되어서 오래도록 한 한의사가 침 한방에 처리해야 하는 때라고. 그래서 이제명 원장님께서 두 분을 추천해주셨다. 그 중에 대학병원이 아닌 개업의를 난 선택했고. 병원 쪽을 잘 알다 보니 그건 당연한 거다. 대학병원에서는 일단 스케쥴 잡기도 힘들고, 바쁘다 보면 그만큼 신경을 써주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대학병원 안과 과장님 출신이시고, 이런 쪽으로는 이제명 원장님이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이 분의 책으로 공부를 했을 정도로 저명하신 분이니 이 분에게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주신다. 자필로 작성하신 진료의뢰서는 다른 분이 타이핑하여 이제명 원장님 도장 꽝 찍어서 내게 주더라는. 진료를 다 끝마치자 3시간 정도 흘러간 거 같다. 접수했던 곳에서 얼마 나왔냐고 그랬더니 이제명 원장님이 지인이라고 돈 받지 말라고 하셨다는 거다. 참... 그럴려고 찾아간 거 아닌데... 참... 여러 모로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릴 뿐이다. 마지막에 7층 올라가시기 전에 조금 얘기를 나눴다. 그 때 해주신 말씀. 소개해주신 저명한 의사분에게 가게 되면 아마 10년 정도를 보게 될 거라고.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진강이의 경우 안경을 쓰면 어린애들 중에서 돋보기 안경같이 두꺼운 안경을 써야 해서 그런 점도 걱정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 "만사 다 제쳐놓고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하셨던... 암요~ 그래야지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진강아~ 미안하다. 아빠가 노력하마.

집에 돌아와서 진강이 끌어안고 그랬다.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진강이 그런다. 왜에~? 병원에서는 정신이 없었는데 돌아와서 조용한 시간에 혼자 생각해보니 정말 답답했다. 진강이는 시력이 좋았던 때가 없었던 거다. 항상 세상을 흐릿하게 보면서 살아왔기에 또렷하게 보는 게 어떤 건지를 모른다는 얘기다. 글자도 상이 여러 개 겹쳐서 보이는데 여러 개 겹쳐서 보이는 상으로 글자를 배웠기 때문에 읽는 것이지 내가 보는 것처럼 또렷한 글자로 보는 게 아니라는 거다. 진강이가 독해 능력이 좀 딸리는 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흐릿한 글자를 읽으려고 하다 보니 글자 읽는데만 집중하는 거다. T.T 내용 신경 쓰고 할 겨를이 없다. 흐릿한 상이 어떤 글자인지 읽는 데에 집중하기도 바쁘니까.

이 좋은 세상(비록 이 세상 속에 사는 인간들 중에는 좋지 못한 인간들이 많지만)을 항상 흐리게만 보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만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참. 아빠로서 많이 미안했다. 돌이킬 수 없으니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겠지만 이제명 원장님의 마지막 말씀 처럼 지금의 내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게 나의 비전, 나의 일 그런 게 아니다. 진강이의 시력교정이다. 이제명 원장님이 추천해주신 원장님이 계신 곳은 강남이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더 멀어도 간다. 매일 와야 된다고 하면 매일 갈 것이고.

1년만 더 일찍 갔어도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많이 들었다. 다 내 잘못이거니. 근데 참 내가 잘못해서 이 지경까지 되었다 해도 아빠로서 내 자식이 그렇게 고생하는 거 생각하니 미치겠다.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진강이야 시력이 좋았던 때가 없으니 그게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하~ 참... 지금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진강이 치료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 밖에 없다. 이리 저리 찾아보니 그래도 시력 발달이 시기가 늦어서 10살 넘어서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요즈음은 저녁 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다시 사무실 나온다. 그래서 항상 7시 정도가 되면 내 스마트폰이 울린다. 진강이다. 집에서 밥 먹을 거냐? 그렇다고 하면 그러면 몇 시에 들어올 거냐? 몇 시에 들어간다고 하면 그럼 몇 시에 밥 꽂으면 되겠네 하고 끊어~ 한다. 그리고 내가 집에 들어가기로 한 그 시각에 집에 안 들어가면 바로 또 전화온다. 어디냐? 왜 안 들어오냐? ㅋㅋ 그렇게 해서 들어가면 달려와서 앉기면서 "아빠~"를 연거푸 내뱉는다. 보고 싶었다면서. 근데 왜 월요일 이후부터는 그럴수록 내가 더 죄인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T.T

돌이킬 수 없는 일 후회해봤자 소용없고, 생각해봐야 답답하기만 하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제명 원장님이 2~3일 뒤에 검사해봐야 하니 그 때 가는 게 좋겠다고 얘기하셔서 오늘 예약해두고 내일 소개해주신 원장님께 진료의뢰서 들고 찾아뵐 생각이다. 아빠 때문에 고생한 만큼 항상 아빠가 마음에 담아두고 더 노력하도록 약속하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치료에 충실히 임하면서 좀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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