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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돈보다는 신뢰가 중요한 법이거늘

나에 대해서 깊이 있게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절대 속지 않고 냉정할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런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상황을 들으면 이해를 하고 그러다 보면 돈을 쉽게 빌려주곤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 쓸 돈 그냥 다 빌려주기도 하고 없으면 만들어서 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닌지라 그래봤자 몇백에서 몇천 단위긴 하지만. 근데 올해는 정말 내가 돈이란 게 사람을 이렇게도 바꾸는구나 하는 걸 절실하게 느끼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난 빌려준 돈 받으려고 쪼지 않아

내가 돈을 빌려주는 방식은 이렇다. 빌려주고 나중에 언제 갚겠다고 하면 그 때까지 아무 말 안 한다. 나는 어차피 내가 돈 갖고 있으면 쓰니까 빌려주는 걸 저축한 셈 친다. 물론 이자가 없는 저축이지만 내가 돈을 모으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요즈음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는 게 낫지 엄하게 빌려줬다가 사람 잃고 돈 잃는다는 거다 말이다.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는 그런 일이 생기는데 올해는 유독 많이 생기다 보니 생각이 바뀐 거지.

사람이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잖아? 나도 그랬으니까. 오히려 나같은 경우는 존심이 강해서 누구한테 그런 얘기 잘 못해서 점점 더 힘들어졌던 경우도 있었으니 그런 걸 잘 이해한다. 그래서 좀 쉽게 빌려주는 편이다. 얼마나 쉽게 빌려주냐면 어머니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나를 못 믿겠단다. 뭘? 내가 절대로 돈 안 빌려준다는 말을 못 믿겠다는 거다. 돈 떼이고 난 다음에도 다른 사람이 빌려달라고 하면 상황을 들어보고 이해가 되고 내가 빌려줄 여력이 있으면 빌려준다. 그래서 동생과 같은 경우는 나보고 "절대로 형님은 돈만 빌려주지 마라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나는 별로 쪼지 않는다. 왜? 지키기로 한 약속 기간이 있으니 그 때까지 그냥 잊어버리는 거다. 그런데 갚지 못할 상황이 되면 전화를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물론 미안해서 전화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사람이니까. 그래서 내가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를 하면 사정이 이만 저만해서 안 되겠다고 한다. 그럼 또 그런다. 언제까지 되겠냐고. 그러면 그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 때까지 갚는 경우 없다. 왜? 미안하니까 빨리 갚을 날짜를 그냥 얘기하는 거거든.


신뢰를 잃지 않고 돈을 빌리려면

나도 돈을 빌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돈을 내가 쓰려고 빌린 게 아니라 다른 이에게 빌려주려고 빌렸었다. 남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 이해가 안 갈지 몰라도 나는 예전에 그랬다. 지금은? 그렇게는 안 한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아예 돈 관계 자체를 안 하려고 마음 단단히 먹었고. 그런데 갚기로 한 날짜(이 날짜가 또 내가 갚기로 한 날짜였다)에 돈이 안 들어오는 거다. 그러면 나는 상황 파악하고 나서 일단 다른 데서 돈 빌려서 갚는다.

만약 시간이 급해서 그게 불가능하면 1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 하고 그 다음날부터 돈 빌려서 일단 나한테 돈 빌려준 사람 갚아준다. 그렇게 노력을 해서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돈보다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적도 있다. 정말 사이가 좋았던(그러니까 의동생이었지) 후배한테도 돈을 빌려줬을 때 갚기로 한 날 돈을 못 갚았던 적이 있다. 전화도 없길래 전화를 했다. 전화했더니 상황이 이러 저러해서 조금 연기하자는 거다.

그 때 나도 돈을 빌려서 빌려준 거라 갚아야 하니 이렇게 하자고 했다. 일단 우리 둘이 합쳐서 다른 데서 돈을 빌려보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렇게 해서 일단 내가 빌려준 데에서 돈 갚고 나면 시간을 좀 벌거 아니냐. 그러면 그 시간 내에 돈 갚아나가면 되잖아. 그렇게 해서 서로 합심해서 돈 빌려서 일단 나한테 빌려준 지인에게 돈을 갚았다. 나는 그런 식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절대 신뢰는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근데 대부분은 전화를 안 받아

전화라도 받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말 갚으려고 하는데 상황이 그래서 못 갚으면 그걸 두고 나는 뭐라 하지 않는다. 왜? 그럴 수도 있잖아. 난 내 입장만 생각 안 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그런데 내가 지금 돈이 필요해? 그럼 딴 데서 구해야지. 그게 현명한 거 아니겠냐고. 그런데 내가 육두 문자를 날리면서 죽일 듯이 뭐라할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나이고 뭐고 없다. 대부분 내가 돈 빌려준 사람이 나보다는 손윗사람인 경우가 많은데 반말에 육두문자 남발한다. 왜 내가 그럴까? 나는 배려할 만큼은 배려하는데 상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다.

미안해서 전화 못 받을 수 있지. 그러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런다. 나는 당신의 비서가 아니다. 돈 빌려준 죄 밖에 없는데 왜 내가 돈 받을 날짜를 챙겨가면서 당신한테 연락까지 해야 하느냐? 이자를 받는 것도 아닌데. 내가 당신 비서냐? 뭐 이런 논리다. 그러니 그런 생각이 들면 내가 기분이 나쁘니까 다시는 그러지 말고 상황을 얘기하고 이해를 구해라고. 어쩔 수 없는 걸 내가 뭐라 하냐고. 내가 언제 돈 빨리 갚으라고 그랬냐고. 그러면서 말이다.

근데 가만히 보면 지금껏 돈 빌려가서 제 때 갚거나 전화를 해도 항상 받는 사람은 돈 갚고 나서 돈을 잘 안 빌린다. 뭐냐. 원래부터가 남에게 돈 빌리는 걸 꺼리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그런 경우다. 그런데 그게 돈 빌려간 사람들 중에서 극히 아주 극히 일부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올해 들어서 내가 여러 번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올해 특히 심하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 돈 빌려가서 못 받는 경우가 절대 다수였다는 거.


정말 당신 그래? 그냥 하는 말 아냐?

현재 내가 개인적으로 받아야될 돈 중에 가장 큰 액수가 몇천만원이다. 근데 그 사람한테는 내가 뭐라 하지 않는다. 벌써 2년이 지나가는데 말이다. 왜냐? 항상 연락을 하고, 내가 연락을 하면 연락 받고 상황을 설명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이? 나보다 훨씬 많다. 근데 그 사람도 예전에는 안 그랬다. 내가 별의별 얘기를 다 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 말이다. 나는 일단 인간같지 않다 싶으면 얄짤없다. 인간이 아니니 연장자란 게 의미가 없고 그러니 인간 대우를 안 해주는 거다.

내가 얘기하는 핵심을 몇 달의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거다. 그 전에는 내가 좀 심하게 대했지. ^^; 내 핵심은 이거다. 속이지 마라. 바른 말 해라. 약속을 여러 번 어겼으니 이제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마라.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에 불확실한 일을 단정지어서 얘기하지 말고 이럴 수도 있으나 노력해봐야 한다고 똑바로 얘기해라. 뭐 그런 거다. 그 이후로는 난 안 쫀다. 물론 그 중에 일부 몇 천만원은 갚았다. 그러나 아직도 몇 천만원 남았다.

그래도 나는 기다려준다. 그 사람은 남 속일 사람이 아니라 믿기 때문이다. 근데 몇백만원 빌려간 모 업체 대표 같은 경우는 맨날 거짓말이다. 상황이 이러 저러해서 연기 좀 하자. 그러다가 자꾸 연기만 하니까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시간은 상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생활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서 갚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랬더니 몇 개월의 시간에 걸쳐서 분할 상환하겠다는 거다. 나 이런 거 정말 싫다. 왜? 목돈 빌려주고 나눠서 받으면 그거 금새 쓰게 되거든.

그런데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수락했다. 그런데 그거 마저도 안 지킨다. 이제는 전화도 안 받는다. 올해 어떤 지인한테는 돈 받으려고 야구 방망이 들고 집 쳐들어가서 난리법석을 떤 적도 있다. 그건 회수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돈을 회수할 수 있구나. 내가 못 해서 안 하는 거 아닌데. 믿는 거다. 적어도 사람의 말을 믿고 조금은 내가 손해가 난다 하더라도 기다려주는 거다. 근데 사람들은 그걸 이용한다. 내가 순진한 건가?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 보기 보다 순진하다고.


아직도 나는 인간이 덜 됐나 보다

그래도 올해 나는 다시는 돈 관계 안 한다고 맹세했다. 맹세하고서 또 빌려줬다가 또 물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각오를 다졌다. 다시는 돈 관계 안 한다고. 모르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 돈 관계는 안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돈 관계에 얽힐 수 밖에 없다. 그게 정말 나를 힘들게 한다. 한 번은 친구 녀석한테 부탁을 했다. "제발 나한테 돈 빌려 달라는 부탁 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러면서 또 돈 빌려줬다. 내가 부탁을 잘 거절 못한다. ^^; 벌써 몇 차례 빌려가고 회사돈도 삥땅을 친 경험이 있는 녀석인데 또 빌려줬다.

그 녀석과 어떻게 되었나? 결국 올해 의절했다. 받을 돈 한 푼 못 받고. 어이가 없었던 게 그 친구라는 녀석은 마누라랑 애랑 사는데 나보다 집이 더 넓다. 지방이니까 집값이 싸서 그럴 수 있지. 실제로도 그렇고. 근데 생활비가 부모님 모시고, 동생이랑 아들 진강이랑 사는 나보다 2배 이상 많더라. 그렇구나. 지 하고 싶은 거는 다 하면서 남 갚을 돈은 없다 이거지. 그러나 내가 그거 때문에 의절한 거는 아니다. 이미 주변에서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돈 관계 하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그러나 나는 한 두해 친구도 아니고 십수년 친구인데 상황이 그러다 보니 이해해야지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잘 나가고 내가 힘들 때는 돈 빌려본 적도 있고. 물론 돈 빌려서 쓰고 갚으니 "친구 관계에는 돈 관계 하는 거 아니다" 하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돈 빌려주면서 그런 얘기 안 했다. 여유? 있어서 한 거 아니다. 그래도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 도와줘야지. 인간이면 그래야 된다는 생각에서 여유돈 그냥 다 줘버렸다.

그러나 거짓말의 연속에 나를 이용한다는 게 느껴지고 나니 생각이 바뀐 거다. 그렇게 십수년의 친구 관계를 청산했다. 또 의절한 사람 한 명 더 있다. 그 사람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갚지도 않고 변명만 하던 사람이고 사기 전과 2범이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 사람과 인간 관계를 가졌느냐. 이유가 있다. 사기 전과 2범으로 구속될 때 거기에는 내 돈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고소 취하해줬다. 일단 사람은 살고 봐야지. 감옥에 있을 때도 면회도 갔었고.

그 때 했던 얘기가 그거다. 나오면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형수 봐서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좋은 능력을 왜 그런 데다가 쓰느냐고. 그런데 결국 나중에 보니까 부부 둘이서 머리 맞대고 한 짓이다. 참! 환장할 노릇이다. 사랑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라고 그런다. 그런데 사람 관계에서는 더 믿어주는 사람이 지는 게임인 듯 싶다. 비록 내가 목사나 스님이 아닌지라 그런 걸 용서하는 아량은 없어도 적어도 나는 지극히 인간적이었고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돈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 망가뜨리는구나. 돈이 뭐길래. 가만히 보면 다들 쉽게 돈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빌리는 게 가장 쉬웠던 거고, 나같은 녀석은 그런 데에는 아주 제격이었던 거 같다. 다시는 돈 관계를 안 할 생각이다만 그래도 의절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받아야지. 정리해야지. 오늘 또 한 명이 잠적했다. 푼돈이긴 하지만 참... 이런 일을 겪으면서 돈 관계는 정말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제발 내가 뼈저리게 느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다만 지금까지 그랬던 사람들 살다가 마주치지 않으면 몰라도 마주치게 되면 꼭 배로 돌려줄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그 때 미안했다 그런 사과해도 난 받아줄 생각 없다. 돈이야 안 받을 수도 있다만 내 믿음을 저버리고 이용한 거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용서할 수가 없다. 이런 거 보면 나는 아직도 인간이 덜 된 거 같다. 근데 그렇게 만든 거는 내가 아니라 나를 이용했던 사람들 때문이라 스스로 위안해 본다.
  • Favicon of http://moonseller.net BlogIcon 달을파는아이 2012.10.31 10:31

    돈빌려줄땐 서서주고, 돈받을땐 무릅꿇고 받는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사람이 변하는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 사람의 진심은 아닐꺼라는 생각을 하지만 섭섭한건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안줘도 좋으니, 연락이라도 하면 상관이 없는데 말입니다. 연락을 받던지..
    글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2.11.01 13:22 신고

      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대처는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하기 보다는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나는 거라고 봅니다. 말로만 하는 진심은 진심이 아니라고 보지요. 그에 걸맞는 행동도 진심이어야 비로소 진심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