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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아들과의 대화 (1) 밖에서 사 먹지 마아~ 돈만 나가~

어김없이 7시 되면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아들이다. 아들은 아직 핸드폰이 없기 때문에 할머니나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가끔씩 할아버지가 전화올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진강이가 기분이 안 좋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내게 전화를 안 하지. 할아버지랑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뭐 그런. ㅋㅋ 갑자기 들었던 생각이 아들과의 대화가 참 재밌다 보니 이걸 시리즈로 그 때 그 때 올려야지 해서 적는다.

아들: 아빠. 지금 밥 꽂았으니까 7시 30분까지 들어오세요.

여느 날과 다르다. 보통은 "아빠. 밥은 어떻게 할 거에요?"라는 식인데 말이다. 그게 이유가 있다.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라 그렇다. 그래서 오늘 문자까지 보냈다.


사실 난 아버지한테는 문자 잘 안 보낸다. 끽 해봤자 저녁 약속이 있어서 밖에서 먹어야 한다는 내용을 미리 문자 보내는 경우 빼고는 없다. 보통 7시 되면 연락이 오긴 하지만 미팅 때문에 밖에 나갈 때 문자 보내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 때 외에는 문자 안 보낸다. 내 기억으로 아버지 생신 때 케익 사들고 간 적이 있었다. 그게 대학교 1학년 때였나 그랬을 거다. 1학년 아니면 2학년이다. 내 평생 그래본 적 없거든. 내가 좀 무뚝뚝하거든. 아버지 닮아서. 작년에는 모시고 가서 쇼핑해드렸고. 아무래도 돈 아까워해서 이것 저것 고르지 못 하는 거 보고 내가 골라서 이거 입어보세요. 저거 입어보세요. 이거 저거 주세요. 하고 사드렸었다. 딱 보면 어떤 걸 맘에 들어하는지 알거든. 표정에 다 드러나니까. 그래서 내가 결정해서 이것 저것 사드렸다.

그러나 사실 나는 아버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의 어떤 면은 정말 정말 내가 싫어하는 면인지라 그런 건데 어느 순간 부터는 평생 그렇게 살아오신 분인데 그게 바뀌나?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걸 깨우친 게 내가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나서부터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게 동양철학을 공부하면서 깨우친 거다. 그런다 하더라도 맘에 안 드는 부분은 정말 맘에 안 들어서 가끔 충돌이 나긴 하는데 예전과 같지 않다. 그만큼 아버지가 많이 약해지셨다는 거. 여튼 축하 문자는 내 생애 처음 보내보는 거 같다. 원래 우리 집안 남자들이 그래. 전화 통화도 10~15초 정도면 다 끝나. 핵심만 얘기해. ^^;


나: 알았어요오~
아들: 어~ 오늘 아빠 기분 좋은가 보네?
나: ㅎㅎㅎ
아들: 그러게. 밥은 집에서 먹어야지. 밖에서 사 먹지 마아~ 돈만 나가~
나: ㅋㅋㅋ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자라서 그런지 말하는 거 들어보면 노친네들 같다. 그래서 같이 데리고 다니면 재밌다. 그래도 인사성은 엄청 밝지. 그래서 어른들이 좋아하고.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운전 기사한테 큰 목소리로. "아고~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이러고. 덧붙여서 "살살 운전해주세요." 그런다. 등교길에 학생 주임이 있으면 지나가면서 "학생 주임 선생니임~!" 하고 달려가서 악수하면서 그런다. "아고~ 수고 많으십니다. 할렐루야~" ㅋㅋ 이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 여튼 앞으로 종종 이런 얘기 시리즈로 올리련다. 나중에 진강이 커서 내 글 읽어보라고. 흔적 남기는 게지. 이런 일이 있었다아~ 뭐 그런. 그래도 뭐가 됐든 애가 애답고 밝아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