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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가 죽으면 정말 나를 위해 얼마나 울어줄까?

TV 드라마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내가 최근 재밌게 보던 것이 <하얀거탑>이었다.
그 이유는 조직의 생리 속에서 능력 있으면서 야심가인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나름 재미를 느꼈던 것이다. 물론 약간의 극적인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는 것이 사실이고
존심 강한 사람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일반적인 존심 강한
사람과는 다른 유형의 독특한 캐릭터라는 것이 극적 구성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창 법정 얘기가 오고갈 때 <하얀거탑>의 결말에 대해서 알아버렸기는 했지만
단순히 듣는 것과 비쥬얼이 가미된 TV 를 보는 것과는 다르리라 생각해서 어제 오늘
열심히 지켜보았다. 처음에 재미를 가졌던 부분과는 거리감이 있지만
그런 캐릭터였기에 그런 결말이 났다는 인과관계에서의 해석이 아니라
그런 캐릭터였기에 그런 결말이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에서 인생무상함을 느꼈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수없이 싸웠고,
자신의 존심과 자신의 능력을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싸우지 않았던 그였지만
죽음 앞에서는 초연했던 그의 마지막 장면이 참 감동적이었다.

어제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을 때 아버지가 그런 얘기를 했다.
"병원 한 번 가서 진찰 받아봐라."
예전에 차를 몰고 다닐 때는 내가 워낙 험하게 차를 몰고 다녀서 차를 몰지 않았으면 했었고
잔기침으로 시작된 할아버지의 병 때문에 잔기침이 심한 내가 걱정되는 것은
나도 아버지의 자식이기 때문이겠지...

내가 아버지를 생각하기는 아버지가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못하듯이
내가 내 아들 진강이를 생각는 것도 진강이가 아버지인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자식에 대한 사랑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아직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할 나이가 아니라 현실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과의 갈등을 낼 수 밖에 없는 존재지만 <하얀거탑>을 통해서 조금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계기가 된 듯 하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매우 냉철하고 차갑도 냉정해서 피 한 방울 안 흘릿듯
한 인간같아 아무리 힘들어도 불쌍하게 생각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줄 알고 옳은 것에 앞뒤 안 잴 줄 알고
내가 믿는 바를 끝까지 밀고 갈 줄 아는 생각보다 마음 여리고 바른 사람이다.

오늘 문득 예전에 참 많이 생각했던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내가 죽으면 정말 나를 위해 얼마나 울어줄까?' 물론 가족을 제외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