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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낳은 자식 vs 기른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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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696번째 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요즈음 영화를 잘 안 보는데도 이 영화 이후로 30여편을 더 봤다. 예전에는 그래도 본 영화는 가급적 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요즈음에는 어지간해서는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야 정리벽 때문에 그런 거였고 이제는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그런 건데, 이 영화는 그래도 블로그를 종종 방문해주시는 분이 추천해줘서 봤고, 추천해준 분이 단 최근 덧글에 리뷰를 보고 싶어하는 듯 하여 이왕이면 누군가가 기다리는 글을 적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영화 리뷰 적는다. 별 시덥잖은 리뷰지만.

#1
이런 류의 영화 그러니까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재미없을 수도 있다. 영화적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시사하는 바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애를 낳아서 길러본 부모의 입장이 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거라는 게지.

#2
나는 애 딸린 돌싱이라 재혼하기가 쉽지 않다. 내 나름 이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나와 처지가 똑같은 상대를 만나면 재혼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내 스스로가 내 자식이 아닌 다른 이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기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이게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그렇더라고. 그런 생각을 가진 나기에 상대가 미혼이 아니면 애가 없는 돌싱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건 내 입장만 생각한 거 아닌가. 이기적인 생각이란 얘기지. 그래서 재혼이라는 걸 쉽게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인연이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거다.

#3
그런 생각을 갖고 사는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 지금껏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아니 상상할 수도 없는 걸 상상해봤다. 어떤 상상이냐면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기르던 내 아들 진강이가 실제로는 남의 자식이었다는 상상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상상을 했었지. 영화를 보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내가 낳았다고 믿고 길렀지만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껏 내 자식이라 생각했던 진강이를 떠나보내지 못할 듯 싶다. 누가 뭐라 해도 진강이는 내 아들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겠더란 게지. 그러다 보니 영화 속 상황들이 이해가 되는 거다.

#4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나도 남의 자식이라고 해도 내 자식처럼 기를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도 들더라. 물론 애초부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나의 태도 자체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에 꼭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사람이라는 게 아예 모르면 몰라도 알고서는 그러기 쉽지가 않은 법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게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 말이다.

#5
내 아들 진강이가 내 친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에서 보여지듯 내가 자식이라 생각하고 지금껏 함께 해왔던 수많은 추억들 때문이다. 만약 친부모가 상당한 재력가라 내가 기르는 것보다 친부모가 기르는 게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고 한다면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듯 싶지만... 

원래 부모란 존재는 애가 어릴 때는 옆에 있어야 하지만 크면 뒤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나는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게 꼭 돈이 많아서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게 부모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나는 아들이 성인이 되면 독립시킬 생각이다.) 그건 말이 그런 거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쉽지는 않을 거라 본다. 나는 애가 크면 지가 하고 싶지 않다면 공부 안 시킨다는 그런 얘기는 자신있었던 부분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이거와는 좀 다른 면이 많지. 애가 하기 싫다는 걸 안 시키는 거랑 애가 뭔가를 하고 싶은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니까.

#6
잔잔하긴 하지만 나는 상황에 몰입해서 보느라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 금방 가더라. 리뷰 적다 보니 아들 진강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네 그려. 사는 게 즐겁다는 아들. 가만히 옆에서 보면 이 녀석은 삶 자체가 여행같은 느낌이다. 아마 아빠가 되면 알 거다. 자식의 가장 귀여운 모습은 잠자는 모습이라는 걸.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아들 꼭 껴안고 자야겠다. 이제는 많이 커서 무겁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