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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결혼 이야기(2019): 결혼과 이혼,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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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노미네이트된 영화라 선택. 우선 영화 내용에 대한 얘기는 둘째 치고, 애덤 드라이버(스타워즈에서 빌런으로 나왔던) 연기 아... 잘 한다. 너무.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서의 눈물을 참는 연기는 아... 근데 나는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40대 되고 나 스스로에게 무너졌던 시기에(내가 나한테 지니까 그거만큼 힘든 게 없더라.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극복하게 된 계기가 된 게 전 와이프의 연애 편지였다.

 

나는 정리벽이 있어서 지금껏 받은 편지들 모아뒀다가, 그걸 스캔해서 사진으로 저장하고 원본은 다 버렸는데, 구글 포토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보려고 본 게 아니라 어쩌다 보게 된 건데, 아... 많이 눈물 나더라. 정말 나를 이만큼 사랑했구나 싶은 생각에. 그 때는 왜 그리 몰랐지 그런 생각도 들고. 물론 전 와이프는 이 세상에서 나만큼 미운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전 와이프한테는 영원한 죄인이지만, 전 와이프가 남긴 편지 덕분에 힐링이 되더라는.

 

사실 요 며칠 전에도 그 편지 다시 봤다. 읽다보면 눈물이 주루룩. 마음이 정화가 되는 듯한 느낌. 이혼한 지가 벌써 14년이나 됐구나...

 

#1
결혼을 하는 과정이 나오진 않았지만, 결혼이라는 게 어찌보면 결혼 적령기 때에 만나는 사람이거나, 그게 아니면 생각치 못했던 사고(?) 때문인 경우도 더러 있는데, 나는 후자다. 내 나이 27살, 전 와이프 나이 20살. 그 때만 해도 그 정도 나이 차이면 그래도 많은 차이였던 때였기도 했지만, 전 와이프 나이가 너무 어렸지. 그리고 3년 뒤 이혼. 영화와 같진 않지만, 그래도 결혼과 이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영화 속의 그 느낌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2
부모와 자식은 1촌이라고 해도, 형제는 2촌이라고 해도, 부부는 0촌인 게 헤어지면 남남이고 피 한 방울 안 섞였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남남이 만나 한평생을 같이 산다는 게 쉽지가 않다. 물론 우리네 부모 세대들은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세대였지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으니 더더욱. 나는 결혼도 빨리 한 편이지만, 이혼도 빨리 한 편이고, 애도 빨리 낳은 편이다. 내가 그러한데 전 와이프는 어땠을까. 그 어린 나이에 외동딸에 첫사랑, 첫순정 모든 게 다 그 대상이 나였는데. 거기서 상처를 받았으니 비록 14년이 지났다 해도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충분히 좋은 남자 만날 수 있는 여자긴 하지만.

 

나는 사랑해서 결혼하고,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한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보니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그런 선택을 하게 되어 그런 것이지. 연애 경험을 하다 보면 사랑에 대해서 무덤덤해지기 마련이고, 떠난 사랑 이후에는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기 마련인지라 매 사랑이 첫사랑만큼 강렬하지도 않고, 헤어질 때도 가슴 시리도록 아프지도 않다. 그러나 전 와이프와 같은 경우는 첫사랑이었으니 그만큼 반대급부적으로 나를 싫어하는 것이겠지.

 

#3
최근에 진강이 문제 때문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내 나이 이제 45살이니 38살 되었겠네. 내가 본 전 와이프는 풋풋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대 초반이 거의 다인지라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지 사뭇 궁금하긴 하지만, 통화를 하면서 느낀 건 그래도 오래 전 기억 속의 그 풋풋한 애기가 아니라 이젠 어른이 된 듯한 느낌? 

 

#4
나는 이혼하고서도 그렇게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 40대 들어서기 전까지 아니 40대 들어서도. 40대 중반이 되어가면서는 좀 많이 달라지긴 하더라. 뭐든 때가 있는 법인데, 나는 좀 늦게서야 깨닫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안타까운 건, <결혼 이야기>속의 부부처럼 이혼하고서도 좋은 감정으로 지내고, 자식 보면서 사는 걸 못하는 현실.

 

#5
너무 무심했고, 너무 무덤덤했고, 너무 무뚝뚝했고, 너무 무신경했다. 다 내 잘못이려니. 뭐 이런 건 이미 오래 전에 느낀 바이긴 하지만. 돌아본다고 해서 반성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그냥 때가 되니 느껴지더라는 거지. 그래도 진강이 커서 엄마 찾게 되면,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 영화 보면서 영화 속 내용보다는 전 와이프를 많이 생각나게 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 보니 영화 보다는 내 얘기만 주저리 주저리 하게 되는 듯.

 

#6
이혼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있으면 항상 나는 그렇게 얘기한다. 참고 인내하란 시시콜콜한 말이 아니라, 결혼도 그러하듯 이혼도 신중히 결정하라고. 그리고 한 번 이혼하자는 말이 입 밖에 내뱉게 되면 습관성으로 자꾸 내뱉게 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이혼을 머리 속으로 가정해보게 되어 결국 이혼하게 되는 거라고. 그래도 겪어보면 하나 보다는 둘이 낫다. 나는 비록 실패했지만. 잘 판단하라고.

 

잠시 시간을 갖자고 별거하는 거?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몸이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시시콜콜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별거에 익숙해지면 관성의 법칙이 생겨서 다시 돌아가려 하기도 쉽지 않다. 화나고 꼴도 보기 싫고 그런 순간에는 어떤 얘기도 안 들리겠지만 익숙함에 식상해져서 더이상 예전 감정이 들지도 않겠지만, 그건 누구랑 같이 살아도 매한가지다. 참을 만큼 참아보고 하는 게.

 

#7
영화는 사실 한국적 정서와는 좀 거리가 있다. 미국에도 이혼은 퍽이나 많은데, 이혼하고서도 자식 때문에 교류하고 그런 경우는 많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좀 드문 듯. 내가 이혼할 때만 해도 이혼이라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는데, 요즈음은 아주 흔한 일이 되어버렸듯, 우리나라도 그런 부부들이 종종 생겨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을 떠나서라도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이라 어찌 보면 저런 걸로 이혼을 하나 싶은데, 어떻게 보면 이해가 안 갈 수 있을 지 몰라도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내 생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부분이라 본다. 우리나라가 교육열이 높은 건 자식 공부 시키려는 극성 맞은 부모들 때문이지 다른 거 때문이 아니거든. 나는 공부를 하든 안 하든 그건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부모는 하고 싶다는 거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내 아들의 인생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는다. 인성 교육 빼고는.

 

부모로서의 도리를 지키되, 내 인생은 내 인생이고, 아들 인생은 아들 인생이다. 아들이 공부 안 한다고 하여 공부해라고 하는 건 그건 아들의 인생을 내 틀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부모든 자식 잘못 되라고 하는 부모 없다. 이건 내가 고등학교 때 부모 욕을 하는 선생한테 했던 말이기도 하지. 그래도 진강이 다니는 교회(좀 큰 편이다.) 담임 목사님이 하는 얘기. "우리 교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군 줄 아시나요? 진강입니다." 그럴 정도로 해맑고 순박한 녀석이다. 또래들과는 너무나 다른.

 

어떤 사람이 될 지, 어떤 일을 할 지, 그런 건 모른다. 다만 인간다움은 갖춰야지. 나는 그거 하나면 됐다. 물론 고생 안 하고 잘 살면 좋겠지만, 그건 부모로서의 바람이고, 아무리 그런다 하더라도 자식의 인생은 부모가 재단할 순 없다. 잘못된 경험을 한다 해도 그것이 훗날 밑거름이 될 지 모르는 것처럼, 지켜보고 부모로서 서포트할 역할에만 충실하는 게 나는 바람직하다 본다. 그런 의미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이혼을 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공감할 수 있다는 게지.

 

#8
근데 아카데미에서 로라 던이 이 작품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던데, 다른 후보작들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만, 난 글쎄요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