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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UFC 273: 정찬성 vs 볼카노프스키, 정찬성 앞으론 어떻게?

#0
요즈음 격투기 보지 않는다. 그러나 즐겨보던 유투브 시리즈 좀비트립을 통해서 정찬성 선수의 타이틀전이 있다는 걸 알고 생중계는 아니지만 나중에 챙겨서 봤다. 사실 나는 볼카노프스키가 얼마나 잘 하는 선순지 모른다. 예전에 격투기를 즐겨보던 시절에는 선수 이름만 들어도 알았는데 이제는 챙겨보지 않다 보니. 그래서 경기만 봤는데, 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볼카노프스키의 압도적인 승리다. 완벽한 패배였던 경기가 아닌가 싶다.

#1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단신이지만 빠르고 정확한 펀치가 매번 정찬성의 앞면에 꽂힐 때마다 이 선수 뭐지 싶었다. 정찬성이 그래도 그 체급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인데, 저렇게까지 맥없이 맞고 있을 수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설명한 유투브 영상 있으니 그걸 참고하길.

#2
볼카노프스키 선수

경기 보고 난 다음에 볼카노프스키 선수의 이력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좀 남다른 면이 있는 선수였네. 우선 원래 체중에서 계속 감량해서 현재의 페더급으로 왔고(이런 경우 몸무게 줄어드는 만큼 힘이 비례적으로 줄진 않더라. 그래서 페더급이지만 파워는 페더급 이상이라고 봐야할 듯), 게다가 럭비를 했었기에 더더욱 그럴 듯. 또한 레슬링을 했었기에 정찬성이 아무리 주짓수 블랙 벨트라 해도 레슬링 실력이 좋고 힘 좋은 선수를 어떻게 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

아마도 타격을 하다 테이크 다운에 이은 유리한 포지션에서 차곡차곡 점수를 따려고 하지 않았나 싶은데, 일단 타격에서 이렇게 밀려버리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 재미난 영상 하나 발견했는데, 외국의 도박사들은 왜 이 경기에 볼카노프스키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쳤는가 하는 데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다.

#3
정찬성의 인터뷰

안타깝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거 같다", "나는 더이상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준비를 철저히 했고, 몸상태도 좋았고, 자신감도 있었음에도 완벽하게 졌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카운터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거나 하면 운이 안 좋았다, 내가 좀 성급했다 뭐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라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보니 이게 챔피언이구나, 챔피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다른 선수들과 경기해서 졌을 때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으니까.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목표를 상실하고 나면 방황하게 된다. 그 목표가 평생동안 꿈꿔왔던 목표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찬성은 정말 멘탈이 강한 거 같다. 인터뷰를 그렇게 담담하게 한다니. 물론 인터뷰 후에는 오열한 거 같지만. 게다가 경기 후에 올린 인스타그램 내용(https://www.instagram.com/p/CcK9KpVPcn-/)을 보니 참 멋진 선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랄까 격투기를 마치 무도 대하듯 하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4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뭐 흔한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 본 영화 <킹 메이커>에서 서창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라고. 반백년 조금 안 되게 세상 살아오면서 <킹 메이커>의 서창대와 같은 인물이 자본주의에서는 돈 잘 벌고 잘 나가긴 하더라. 뭐 권선징악? 실제로 벌 받는 악보다 잘 사는 악이 더 많던데? 그러나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고쳐쓰는 법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이들이 자자손손 그런 짓거리 하는 거다. 보고 배운 게 그런 거 밖에 없으니.

분면 졌지만 잘 싸운 건 아니다. 경기 내용을 보면 잘 싸웠다고 할 수가 없다. 허나 잘 싸웠다고 하는 건, 그가 경기에 지고서도 보여준 여러 모습들이 정말 본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졌다고 화를 내면서 바로 퇴장하는 그런 선수들 UFC에 얼마나 많은가? 끝까지 옥타곤에 남아 인터뷰도 하고 상대를 축하해주는 모습들은 어느 체급을 막론하고 챔피언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찬성은 비록 챔피언은 아닐 지언정 존경받는 격투가로서 남을 거 같다.

비록 벽을 느껴서 목표를 상실했다고는 하지만, 목표가 챔피언이 아니라 팬들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고, 사랑받는 격투가로 남겠다는 걸로 바꾸면 될 거 아닌가? 물론 부상의 위험이나 가족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렇게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고, 나이도 점점 들어가니 더욱더 그러하겠지만 모든 판단은 본인과 가족들이 상의해서 하겠지만 무슨 결정을 하든 응원하고 싶은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