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

창천항로: 조조를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만화 삼국지, 만화지만 강추

단테(Dante) 2013. 1. 26. 12:30

 

언제 처음 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만화방에서 접했던 걸로 아는데, 보다가 몇 편부턴가(이것도 기억나지 않음.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얘기)부터 보지 않았다가 최근에 다시 봤다.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무삭제 완역판으로 나왔고 36권을 마지막으로 완간 되었다는. 오~ 그래? 그래서 이제 보기만 하면 되는구나 싶어서 본 거다. 일본 만화다. 그러나 저자는 재일교포인 이학인이라는 사람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봤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그러게 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확실한 거는 그게 허구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부터다. 물론 역사 소설이니 실제 인물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꼭 소설에 적혀진 대로 일어났겠다고 생각치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간순을 바꾸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역사 소설은 유의해서 봐야 한다.

이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서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감독의 의도가(소설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라 그것이 진정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왜곡된 시선을 줄 수가 있다. 아무리 사실 여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에 대한 감독의 해석된 시선이 개입되기 때문에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삼국지연의'는 사실을 두고 왜곡된 시선을 길러주는 정도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고 있으니 문제라는 거고.

그 이후로 나는 이문열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그닥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역시 소설가구나. 역사적 고증을 통해서 나름 밸런스 있는 시각을 갖고서 작품을 만들었던 게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번역하면서 문학적 기교에만 치중한 작가일 따름이라는 생각이었던 거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삼국지라고 하면 이문열의 삼국지를 기본서로 보고 있으니 문제인 거다. 청소년 권장도서잖아~ 왠지 모르게 뒷통수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거고.


'창천항로'도 허구지만 '삼국지연의'보다는 낫다 


소설의 형식을 빌었든, 아니면 만화의 형식을 빌었든, 영화의 형식을 빌었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일단 작가의 시선이 개입될 여지가 많으면 허구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에 허구를 가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리 저리 찾아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거 아니겠는가? '창천항로'도 허구다. 일본에서는 10년 넘게 연재된 만화인 만큼 작가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참 다양한 문헌을 봤을 듯 싶은데(근거 없이 삼국지 스토리를 만들 순 없잖아~) 이학인 작가의 말로는 '삼국지연의'는 참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평하자면 이문열의 삼국지를 볼 바에는 '창천항로'라는 만화를 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나름 작가가 그래도 정사를 되도록 많이 참조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비록 스토리를 전개해야하기 때문에 작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러한 부분에서는 정사에서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다는 식으로 글로써 표기를 해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창천항로'의 시작은 조조의 어린 시절부터이고, 끝은 조조의 죽음이다. 

조조의 죽음

즉 '창천항로'라는 만화 삼국지는 조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얘기를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에 조조에 대해서 조금은 좋게 평하고 있지 않냐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내가 볼 때 그런 부분에서는 작가가 적절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나름 밸런스 있는 시각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 같은데 전반적인 흐름은 조조 중심이라 '삼국지연의'를 읽고 유비-관우-장비를 좋아하게 된 사람이라면 조조를 좋게 평가한 만화 삼국지라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아니다는.

내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창천항로'에 나와 있는 내용이 정사와 똑같다는 건 아니다. 정사와 똑같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내가 본 부분에서도 그런 게 보이니까. 그러나 그건 이 정도의 만화 삼국지를 10년 넘게 작업하여 완간한 작가의 노력에 비하면 충분히 그 정도 작가의 개입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문열과 같이 번역해서 자기 글빨 좀 있다고 적은 소설과는 내 기준에서는 수준이 다르다.


나는 이문열의 삼국지보다 추천, 그러나 19세 미만은 구독 불가

참 이거 애매하다. 나는 이문열의 삼국지보다 이 '창천항로'를 더 추천하는데 문제는 이게 19세 미만은 구독 불가라는 거다. 아마 무삭제 완역판이라서 그런거 같다. 무삭제 완역판이 아닌 거는 몇 세 이상인지 모르겠다. 내가 볼 때는 요즈음 고등학생들 많이 성숙해서 이 정도는 봐도 전혀 무리가 아닐 듯 싶은데... 여튼 나는 '창천항로' 추천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아주 멋지게 잘 그려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