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

왜 뇌는 착각에 빠질까: 뇌과학 책이라기 보단 마술 비밀을 밝히는 책

단테(Dante) 2013. 10. 7. 12:30


뇌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인지라 어떤 책 선물을 하는 게 좋을까 싶어서 골라서 선물해줬던 책이 아닌가 싶은데, 내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던 책이다. 내가 읽었던 뇌관련 서적 중에서는 정말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던 책이 '달라이 라마, 과학과 만나다'란 책으로 과학과 철학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담론이 매우 인상 깊었고, 그 담론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책이다. 어떤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펼쳐보여주는 게 지적인 자극에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은 방법론에 치우치거나 결론 또는 상태를 보여주고 왜 그런 지에 대한 근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나는 이를 서양의 사고방식이라 명명하곤 하는데, 이런 책은 울림이 없다. 단지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줄 뿐.

달라이 라마, 과학과 만나다 
자라 호우쉬만드. 로버트 리빙스턴. 앨런 월리스 엮음, 남영호 옮김/알음(들린아침)

'왜 뇌는 착각에 빠질까'는 뇌과학 책이고 저자들이 신경학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박사들이라 뭔가 재밌는 사례를 통해서 뇌과학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만족시켜줄 거라 내심 기대하고 책을 봤는데, 영 아니더라고. 그래서 2장까지 읽다가 더 이상 안 읽으려고 한다. 읽는 시간이 내게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아마 내가 읽다가 포기한 책이 몇 권 없는데 그 중에 한 권이 되겠다. 예전에는 별로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읽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오랜만에 다시 하게 된 독서인지라 예전하고는 좀 다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읽은 책들은 구글 문서로 기록을 하는데 1권 더 읽었다는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책을 읽는 목적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과감히 읽다가 포기했다.


뇌과학 책으로 보이지만 마술 비밀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왜 뇌는 착각에 빠질까'란 책의 의의를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마술의 신경과학을 다룬 최초의 책이다.


뇌의 신경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소재로 마술을 다루고 있다는 거다. 꽤 흥미로울 거 같다. 왜 우리는 마술을 보면서 속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보여주겠다는 거 아니겠냐고. 근데 1장을 읽으면서 '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장을 읽고서는 더는 못 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서다. 저자는 여러 마술 관련 단체의 회원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마술사들을 만나서 직접 마술을 보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는 있다. 그런데 뇌과학 보다는 마술 비밀에 더 포커싱이 맞춰진 듯한 느낌이었다.

누구를 만났는데 그(그녀)가 어떤 마술사인지 주저리 떠들다가 그(그녀)가 보여주는 마술을 글로서 설명하는데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려지지가 않더라고. 이런 거는 영상 자료로 보여주는 게 훨씬 나은데 텍스트로 보여주려다 보니 설명은 자세하고 길지만 그 노력에 비해 독자들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게 명확하지 않더란 말씀. 그리고 뇌과학 설명을 해주면서 마술의 비밀 즉 왜 우리는 그 마술에 속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뇌과학 얘기보다 오히려 마술의 비밀 얘기가 더 많은 듯. 나는 뇌과학에는 관심이 많아도 마술에는 관심이 읍쎄요~

그래서 읽다가 포기한거다. 물론 다른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울 수도 있겠지만 나랑은 안 맞더란 얘기. 책이 좋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나랑 안 맞더라는 거다. 그럼 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보면 어떨까? 그런다 해도 안 맞을 거 같다. 왜냐면 그들은 전문 용어 나오는 뇌과학 얘기는 아예 관심이 없을 거 같으니까. 게다가 마술 비밀을 알려면 영상 자료가 훨씬 더 용이하지 않겠냐고. 결국 이 책은 콘셉팅의 실패라고 본다. 마술을 갖고 뇌과학을 얘기하는 거 어때? 어~ 괜찮겠네. 이런 단순 아이디어로 시작한 글인지라 애매한 글이 된 듯 싶다.

나름 안 읽은 책들 여러 권 있긴 하지만('빛의 제국'은 두껍고 하드 커버라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보다는 사무실에 놔두고 읽는 식이라 다른 책이 필요했다.) 내가 선뜻 이거부터 읽어야지 하고 땡기는 책이 없네. 그래서 바로 주문했다. 읽을 만한 책들 5권. 알라딘에서는 중고 서적도 팔아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더라고. 그리고 가까운 곳에 알라딘 중고서점 오픈했던데 거기 한 번 가봐야겠다. 꽤 잘 해놓은 듯 하던데. 여튼 요즈음은 그래도 책을 손에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 뭐랄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맛을 다시 맛보려고 하는 그런? 응?

왜 뇌는 착각에 빠질까 
스티븐 매크닉 & 수사나 마르티네스 콘데 지음, 오혜경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