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코 런던(MICHIKO LONDON) 맨투맨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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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다가 우연하게 보게 된 미치코 런던. 당신이 X세대라면 또는 90년대 초중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면, 모를 리가 없는 브랜드가 아닌가 싶다. 내가 살던 부산에서는 그랬는데, 검색해보면 다른 지역도 대충 비슷한 시기에 유행한 거 같기는 하다. 지금에야 브랜드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당시만 해도 아주 핫했다. 핫하다는 게 브랜드 자체가 핫했다기 보다 미치코 런던 맨투맨 티가 핫했다. 당시에 옷 좀 입고 다닌다 하면 꼭 하나씩 갖고 있어야 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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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검색하다 발견한 건데, 내가 입고 다니던 거와 똑같아서 퍼왔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 사진 없던데. 교복 자켓 대신 이거 입고 다니면 뽀대났지. 나이 든 내가 중고생들 노스페이스 롱패딩 입고 다니는 거 보면 그리 멋져 보이지 않던데, 당시 과거에 좀 놀아봤던 어른이 나를 봤을 때도 그랬을라나 싶기는 하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 주변에 이거 입고 다니던 애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당시 한 학급이 55명 수준이었는데, 내 반에서는 이거 입고 다니는 게 내가 유일했거든. 뭐 당시 중고생들이 입고 다니는 일반적인 옷에 비해선 비싸기도 했지만, 당시 부산은 좀 험하던 시절이라 이런 거 잘못 입고 다니면 뺏긴다. 그러니까 형들이 불러서 옷 바꿔입자고 한다는 얘기.
사진에서 MICHIKO LONDON 로고가 보이는 부분이 등쪽인데, 앞쪽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등쪽의 MICHIKO LONDON 로고가 왜 그리 멋져보이던지. 근데 지금 봐도 나쁘지 않다. 추억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디자인이 있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만 실제로 보는 게 훨씬 더 멋스러운데 그걸 사진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LONDON은 흰색 테두리만 있지만 MICHIKO는 흰색 테두리 안쪽에 은색이 되어 있어서 움직이면 반짝 거리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래의 KOSHINO는 미치코 런던의 디자이너명일껄?
당시 미치코 런던이 한창 유행하고 난 다음에 뜬 게 인터크루(INTERCREW)인데, 나는 인터크루는 안 샀다. 이유는 안 이뻐서. 뭐랄까 미치코 런던은 색상 배합이나 디자인이 딱 내 맘에 들지만 인터크루는 유행이라서 그렇지 알록달록하고 색상도 내가 좋아하는 게 없어서 별로였거든. 남자의 냄새를 풍기기보다는 그냥 유행하는 옷이라는 생각에. 물론 나도 당시에 유행을 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남 따라하고 그런 체질이 아니라서. 예를 들면, 당시 대부분 삐삐를 사면 모토로라를 샀는데 다 모토로라 차고 다니니까 나는 파나소닉 삐삐 샀었다. 물론 삐삐도 한 반에 1~2명 정도 밖에 안 가졌던 시절에 말이지. 여튼 내가 좀 그래. 따라하는 거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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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런던 하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 시간이었다. 체육하기 싫어서 그냥 체육복 안 갈아입고 교복 바지에 교복 셔츠 그리고 그 위에 미치코 런던 맨투맨 티를 입고 체육 시간에 나갔지. 체육복 안 가져왔다고 하고 체육 시간 동안 스탠드에서 무릎 꿇어 앉아 있었는데, 누가 부르더라.
"어이~ 미치코~" 쳐다봤더니 2학년 선배다.
"똑바로 앉아라." 아니. 지가 뭔데 똑바로 앉으래? 선생도 아닌데. 좀 어이가 없었다.
"예에~" 내 생각이 그러하다 보니 대답은 했지만 소위 말해 삐대하게 대답했다. 글자만으로는 표현이 안 되네.
그 날 보충수업(요즈음에도 이런 거 있나 모르겠다.) 끝마치고 교실로 오는데 친구들이 그런다. 선배들이 너 찾고 있다고. 당시에는 보충수업을 전교 석차로 나눠서 했다. 내 기억으로는 최상위(전교 50등까지), 차상위(전교 51~100등까지), 상위(전교 101~150등까지) 이렇게 세 반이 있었고, 나머지는 그냥 섞여서 했던 것으로 안다. 나는 최상위 반이었기에 보충수업 때 나는 다른 데로 이동해서 수업을 받고 왔었는데 친구들이 그러더라는 거지. 별 걱정 안 했다. 선배들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안 되면 3학년 선배 부르면 되지 했다.
그러면서 전달해주는 말이 수업 끝마치면 2학년 1반으로 오라는 거다. 갔지. 갔더니 교실 저 구석으로 데려가더라고. 삐대하다는 둥 뭐 그러더라. 그런데 옆반에 선배 하나가 내 중학교 선배라서 얼굴 알고 왔더라고. 후배 챙긴다고 온 거지. 2학년 1반 그 선배가 잘 나가는 선배인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때리대? 덤빌 수는 없고 맞았지. 다만, 막았지. 얼굴은 절대 안 맞는다. 막으니까 그러더라. "가만히 있어라~" "예" 때리대? 막았지. "가만히 있으라꼬!" "예" 때리대? 막았지. 빡돌았는지 막 때리더라. 구석에서 얼굴 가리고 맞았지.
가만히 있으라는데 막으니까 후배 챙긴다고 온 선배도 "이 새끼 안 되겠네" 이러면서 같이 때리대. 그러다 와. 내가 패싸움을 해도 그리 많은 수의 사람들한테 맞아본 적이 없다. 그 때 2학년 1반 남은 선배들 모두한테 맞았다. 저기서 뛰어오면서 날라차기를 하지 않나. 부산 말로는 "모다"라고 하지. "몰매", "다구리"라는 뜻이다. 기가 차긴 해도 끝까지 얼굴은 막았다. 뭐 나는 체질이 그래서 맞아도 잘 붓거나 하지도 않고 코피를 흘려본 적도 한 번도 없지만 그 때는 깔롱 떨 때라 얼굴은 안 맞으려고 해서. 자동으로 얼굴이 막아지던데 뭐.
훗날 재수할 때, 옆학교 출신의 삼수생이 있었는데, 그 선배가 이런 저런 얘기하다 내 일화를 듣고 그러더라. "그게 니였나? 내 친구 하나가 그러더라. 지 학교에 카바맨 하나 있다고. 죽어도 얼굴은 안 맞는다고. 그게 닌갑네." 화장실에서 담배 피면서 그 얘기하는데 웃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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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옷 어떻게 없어졌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입다가 버린 건지, 아니면 분실했는지. 즐겨 입었고 아끼던 티라 버린 거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뺏긴 것도 아니고, 그럼 분실했던 건가? 당시에는 이런 옷들 훔쳐가는 애들 많았거든. 근데 이거는 분실했다는 기억이 없네. 분실했다고 해서 뭐 학교에 놔뒀는데 분실하고 그런 건 아니다. 그렇게 분실했다가는 난리 나지. 죽을라고. 보통 빨래해서 널어두면 그거 밤에 훔쳐가는 애새끼들이 있어요. 그렇게 잃어버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청바지도 있는데. 그건 기억나는데, 이건 분실한 기억이 없는데...
오랜만에 옛날 얘기하니 추억이 새록새록. 당시 유행하던 패션템들 포스팅이나 할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