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브랜드 옷 보다 플라스틱 옷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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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패션 업계 종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나는 그렇다고 말하긴 힘들다 본다. 다만 업종 분류 코드로 따지고 들자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는 사회적 기준이 있을 뿐. 나는 어떤 재질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본다. 왜냐면 그건 답이 있기에 무엇이 더 낫다는 걸 얘기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 산출을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준이라는 걸 명확하게 제시할 수도 있고. 물론 패션 업계는 그런 관점으로 돌아가는 데는 아니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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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핏
최근에 고가 브랜드의 옷들을 점검해달라는 요청에 의해(본인 또한 궁금한 게 많아서) 수많은 옷들을 사무실로 가져온 온핏러가 있었다. 그래서 하나씩 꼼꼼히 살펴봤는데, 가장 놀랐던 브랜드가 한국의 고가 브랜드 하나다.(브랜드명은 얘기하지 않겠다.) 디자인? 그건 호불호가 있고 개취가 반영되는 부분인지라 내가 별 말 안 한다. 핏? 본인이 오버핏 좋아한다는데, 그걸 두고 뭐라 할 수 있을까? 정장 쪽 특히 클래식을 선호하는 이들의 경우에는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진 친구들이 꽤 있다.
본인들 기준에서 안 맞으면 자켓 봐라, 저게 뭐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물론 정장에는 복식이라는 게 있다. 그걸 내가 모르는 부분 아니지만 그걸 아는 것과 그렇게 얘기하는 건 다르다. 그게 전통적인 복식의 기준이라고 할 지라도 본인이 그렇게 입기 싫고 다르게 입고 싶다면 그걸 두고는 뭐라할 수가 없는 문제다. 근데 그걸 두고 본인 기준에서 평가한다는 건 본인이 뭔가를 좀 안다는 티를 내고 싶다는 건데, 얼마나 아는 게 없으면 그런 거에 아는 티 내려고 할까 하는 불쌍한 종자들이라고 나는 본다.
근데 클래식 쪽에서는 웃긴 게 이런 애들이 끼리 끼리 뭉쳐서 지네들끼리 노닥거리는 문화가 있고.(걔네들은 문화라는 말을 많이 쓰더라. 문화도 저급 문화도 있고 고급 문화도 있는데 그 차이를 잘 모르고 지네들은 고급 문화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강하더라. 앞서 얘기했지만 아는 게 없다 보니 그렇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거지. 쉽게 얘기해 무식하단 얘기다.) 참 희한한 애들 많아 세상에. 여튼 그래서 핏에 대해서는 뭐 나도 할 말이 없다. 과하게 오버핏인데 내 취향은 전혀 아니지만 별 말 안 한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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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옷
내가 놀랬던 건 일단 만져봤을 때의 느낌. 이거 뭐지? 싶었다. 폴리가 엄청 들어간 거 같은데. 재질 확인해봤다. 모 50% 폴리우레탄 50%. 가격을 물어봤다. 100만원이 넘는 자켓이었다. 허걱. 100만원이 넘는 자켓에 이런 재질을 쓰는 경우는 처음 봤다. 내 기준에서는 플라스틱 옷이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그냥 쓰레기라고 보면 된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재질을 쓰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내가 역으로 생각해봤다.
요즈음 친환경이라고 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원단을 만드는 게 있다. 친환경이라는 게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친환경 재질로 대체한 상품만 사용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도 범주에 포함하더라고. 그래서 요즈음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중에 이런 거 관련이 꽤 있거든? 그런 건가? 그래서 그런 걸 썼다고 치자.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게 아니다. 가격이다. 그런 건 싸다. 싸구려란 얘기다. 그런데 옷 가격 100만원이 넘는다.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옷들을 보면서 고가 브랜드 옷이 눈탱일 수는 있어도(본질 가치 즉 제조 원가에 비해 과하게 부풀려진 소비자가) 고가 브랜드는 자사의 브랜드 명성을 위해서라도 허접한 재질을 쓰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그러니까 다 눈탱이긴 한데, 그래도 정도껏 눈탱이면 이해해도(다들 그러하니까) 이건 너무 하잖아 하는 그런 브랜드도 있단 얘기다. 그러나 그런 정도 수준을 넘어선 거다 보니 내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어떻게 이런 재질의 옷을 이렇게 비싸게 팔지? 이게 과연 패션이란 얘긴가?
명품들 중에는 진짜 싸구려 재질로 만든 제품을 비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 뭐 이건 내가 유투브 채널에서도 황당 명품에서 언급했던 적도 있고 말이다. 그게 자사의 브랜드 파워란 얘긴가? 아무리 저렴하고 싸구려 재질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브랜드를 달면 이렇게 비싸진다는?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디자인의 영역에서 크레이티브한 부분은 그래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백번 생각해도 나는 아니라고 본다.
#3
그 옷을 들고 온 온핏러가 일러줬다.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고, 팬들도 많다고.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하면 공격 받을 수도 있겠지. 근데 내가 그런 거 무서워해서 얘기 안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다만 나이 드니까 달려드는 애들 상대하는 게 귀찮아. 30대까지만 해도 일일이 상대했는데 시간도 아깝고. 그렇게 얘기해준다고 알아먹는 경우도 거의 없고. 그냥 상종 안 하는 게 낫지. 물론 나이가 좀 더 드니 나쁜 얘기는 굳이 안 하는 게 좋긴 하더라. 그래서 생각난 김에 적는 포스팅이지만 브랜드명은 언급 안 하는 거지.
원래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하면 공격받을 수 밖에 없다. 본인의 이득에 반하는 얘기면 발끈하거든. 또한 어떤 얘기라도 모든 이들의 동의를 구할 순 없지.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지는 않으니까. 다만 양쪽의 얘기를 다 들어보고 판단할 때는 서로 얘기하는 바의 근거가 뭔지를 잘 봐야 한다. 근거 없이 두루뭉수리하게 얘기하는 경우 많아. 보면 인스타 광고에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해놓고 영국 원단 얼마, 이태리 원단 얼마. 나 원 참. 그게 근거야? 영국 원단 어떤 거? 이태리 원단 어떤 거? 그리고 제작 방식은 어떤 식? 이런 게 구체적으로 나와야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하지. 결국 내 기준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란 거지. 본인은 아닌 듯 하지만 아니면 아닌 걸 구체적으로 보여줘야지.
그냥 한동안 적지 않았던 블로그에 끄적거리려고 하다 보니 이게 걸려든 것일 뿐이지. 예전과 같이 매일 블로그 적던 시절이라면 오늘 있었던 일 중에서 하나를 테마 삼아 적겠지만 요즈음에는 거의 블로그 하지도 않잖아. 마침 포스팅이나 해볼까 하는데, 며칠 전에 이게 떠올랐던 거지. 왜 얘기할 만한 게 꽤 많거든. 그러나 사실 내가 이 업계에 대해서 비하인드 스토리 얘기 적나라하게 하면 할 말 엄청 많지만 안 하잖아. 왜? 블로그 포스팅 잘 안 하니까. 포스팅 자주 하면 그런 얘기도 심심찮게 하겠지.
#4
폴리가 들어갔다고 해서 그게 나쁜 옷일까? 어떤 기준에서 얘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순 있다. 대신 가격이 싸니까 나쁘다고 할 순 없고 선택의 문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러나 내가 얘기하는 건 원단의 퀄리티 기준이다. 그것만 놓고 보면 결코 좋은 원단이라고 할 순 없지. 그렇다고 이렇게 얘기하면 또 오해하는 경우들이 생길 수 있다. 좋은 원단이라고 해도 폴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
어떤 경우냐면 천연 섬유가 가진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그래서 함유량이 그리 높지는 않다. 그래서 폴리가 들어갔다고 무조건 안 좋은 원단이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50%나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폴리가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싸진다. 물론 폴리로만 구성되어 있는데도 비싼 경우도 있다. 기능성 폴리의 경우나 특허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단순하게 얘기하면 또 오해할 여지가 많아지니 말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거다.
입어보면 안다. 재질감 좋지 않다. 왜? 플라스틱이라니까. 그러나 본인이 그걸 좋아하면 그걸 두고는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런 이들 기분 나쁘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냥 점검하면서 확인한 거를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것일 뿐. 본인의 옷을 점검해달라고 들고 온 온핏러같은 경우는 그럼 기분 나빠 했을까? 본인도 재질감이 너무 안 좋아서 그 브랜드의 옷들 재질 구성을 확인해봤는데 죄다 그렇더란다. 재질 보니 본인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겠더라는. 그러나 그건 그 온핏러가 들고 온 수많은 다른 옷들에 비해서 브랜드가 약한 브랜드다. 훨씬 더 고가 브랜드 옷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5
여러 고가 브랜드의 다양한 품목의 옷들을 원단과 마감 퀄리티 점검하면서 인정할 만한 브랜드(눈탱이지만 그래도 고가에 걸맞게 신경은 많이 썼다.), 추천할 만한 브랜드(퀄리티 좋고 가격도 괜찮다), 비추하는 브랜드(가격에 비해 저가 퀄리티)가 있는데 비추하는 브랜드는 두 개 정도 되더라. 그 중 하나는 한국 브랜드고 원단 퀄리티 보고 던져버린 옷이 이거고, 다른 하나는 이태리 브랜드인데 정장 쪽에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브랜드인데 퀄리티 보고 너무 실망해서다. 거품이 엄청 끼어 있단 얘기지.
그래도 그 이태리 브랜드는 너무 고가라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기에는 쉽지 않지만 이 한국 브랜드는 그래도 엄청 팔리거든. 홈페이지 보면 Sold Out도 많고. 디자인이나 핏이야 개취니까 그렇다 해도 원단은 정말 와... 뭐 수십년 전에 비싸게 팔리던 청바지 브랜드가 지금은 그 때보다 저렴하게 팔리는 거 보면 뭐 가격이라는 게 꼭 제조 원가만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고 할 순 있겠지만 나는 그런 본질 가치가 높지 않은 거에는 소비를 안 하는 합리적 소비자다 보니 내가 제작해서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식으로는 못 팔겠다. 그래서 돈을 못 버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