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옷의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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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계에 있어보면(기성복이 아닌 맞춤복)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는 말들이 많다. 그걸 좋은 의미로 장인 정신(craftmanship)이라거나 유산(heritage)이라고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그것이 가치를 발휘하고 인정을 받으려면 다른 이들도 공감이 되어야만 하는데, 나는 공감이 안 되니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다. 그래도 업계에 몸담으면서 들었던 내가 생각하는 옷의 퀄리티를 좀 얘기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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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적 퀄리티
첫번째는 디자인적 퀄리티다. 즉 이런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 이런 디테일적인 부분을 이렇게 처리한다는 것. 그런데 맞춤 업계에서는 이런 걸 퀄리티라고 하지 않는다. 영국 전통, 이태리 전통이라면서 고작 몇 년 남짓 영국이나 이태리에 갖다온 젊은 친구들이 지네들 잣대로 옷을 만들면서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디자인적인 요소보다는 영국에서는, 이태리에서는 이렇게 제작한다면서 가격을 높인다. 이런 건 내 기준에서는 퀄리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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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자체의 퀄리티
두번째는 옷 자체의 퀄리티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제작 퀄리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작 퀄리티가 높다는 건, 오래도록 옷의 형태가 변하지 않고 처음 만들었을 때와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건 예전에 내가 실시간으로 여러 기성복들의 퀄리티를 얘기하는 영상에서도 실사례를 들어 마감을 이렇게 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옷의 형태가 변하게 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다. 좋은 원단은 굳이 워싱 처리 하지 않아도(새 옷이 가장 많이 변형되는 경우가 첫번째 세탁이라 워싱 처리를 해서 제작하면 변형이 덜 생긴다) 형태가 유지되듯 제작도 그러하다.
#3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게 있는데, 그건 얼마나 성의있게 만드느냐의 문제다. 여기에는 머신을 사용하느냐? 손바느질을 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손바느질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꼭 보면 업계에서 양아치 짓 잘 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게 헤리티지요, 빈티지요, 이런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해서 가격 올리는 거거든. 그런 말에 현혹되지 마라.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사람이 느끼기에는 별 차이 없다. 쉽게 얘기하면 쓸데없는 디테일에 신경 써서 가격만 더 올리는 식이란 얘기. 난 그런 걸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