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촌형의 장례식
2-3주 전에 얘기는 들었다. 외사촌형이 위암 4기라고.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고, 청주에 사는 지인에게 조만간 좋지 못한 일로 청주 갈 일 있을 거 같다고 얘기했었는데, 마침 그렇게 얘기를 전달한 날 돌아가셨다. 향년 59세. 아직 창창할 나이인데. 갑작스럽게 위암 선고 받고서 얼마 못 있어서 그렇게 하늘나라로 갔다.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말로는 그 형을 온전히 표현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만나본 사람 중에 그렇게 순박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은 못 봤기 때문. 외사촌형이라서가 아니다. 다른 외사촌형들도 형제, 남매 지간이지만, 남달랐기에 안타까워했다. 정말 소처럼 일하고, 자기 일보다 남일을 더 챙겼고, 나이 들어도 하루에 한 번씩 어머님 찾아뵙고, 형제, 남매 지간에도 정기적으로 소식 물어보고 안부 물어보고. 이 외사촌형을 통하면 다 연락이 되고.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어렸을 적에는 몸 좋았는데, 나이 들어서는 살이 빠져서 그런지 말랐던데. 아들 둘에 딸 하나 낳고 잘 사는가 싶었더니만. 결국 그 좋은 성격 때문에 자기 몸은 안 돌보고, 아파도 괜찮겠지 했다가 결국 이상하다 보니 형수님이 병원 데려갔다가 큰 병원 가보라고 해서 확인했더니 위암 4기에 복수까지 찬 상태. 그 때까지 별 일 아니겠지 하고 자기 몸 안 돌봐서 그런 거였다. 자기보단 가족이나 남을 위하고. 그래서 너무나 안타까웠던.
청주 가는 길
나랑 동생은 수원에 있고, 부모님은 파주에 있다 보니(아무래도 수원으로 다 정리하고 넘어와야할 듯 싶다.) 부모님이 수원에 오셔서 동생차 한 대로 이동했다. 동생차가 연비가 더 좋아서. 하이브리드라. 점심도 못 먹고 출발해서 내려가는 길에 늦은 점심을 안성맞춤 휴게소에서 먹었다. 안성에 있는 휴게소인가 보다. 안성맞춤 휴게소라니. 나는 고등어 구이를 시켰다. 왠지 모르게 땡기던데, 휴게소 음식이라 좀 꺼려지긴 했다. 게다가 누가 여기서 고등어 구이를 시켜 먹을까 싶은 생각에 좀 오래 냉동된 고등어 구워주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근데 막상 시켜서 먹어보니 괜찮더라. 가격은 좀 비싼 편. 15,000원.
밥 먹고 나왔는데 어머니께서 스타벅스 까페라떼(우리 집은 죄다 이거 먹는다. 아메리카노 무슨 맛인지 모름)랑 호두과자 사오셨다. 게다가 내가 오징어 좋아하는 거 잘 아셔서 숯불구이 오징어까지 사오셨고(이건 먹지도 못했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이동하는 거 같다. 부모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아직은 건강하긴 하지만 그렇게 오래 못 사실 듯 한데, 그래도 움직일 수 있을 때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젠 좀 생활도 안정화되었으니. 함께 하지 못한 아들 진강이(요즈음 말썽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가 아쉬울 따름.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
빈소는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이더라. 기독교인들이라 절을 하진 않고 묵념만 했지만, 어머니, 아버지, 동생 모두 흐느끼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동생은 외사촌들이랑 많이 어울려서 잘 알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외사촌들. 십수년 만에 본 사촌동생도 애들 낳고 훌쩍 성장해있는 모습 보니 남달라 보이고. 예전과 달리 많이 얼굴이 상해서 고생 많이 하는가보다 싶은 사촌도 있고. 오랜 기간 못 보다가 보면 그 사이의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드러나는 듯 싶다. 오랜 시간 사촌들이랑 담소 나눴네.
정작 오래 살아야할 착한 사람은 빨리 죽고, 남의 것 탐내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오래 살까. 그런 사람들이 빨리 뒤져야 사회가 그나마 정화될텐데. 어제도 잘못된 사고방식을 갖고 사는 이들의 생각에 욕 바가지로 퍼붓기도 했는데, 뭔가 좀 가진 것들(그게 명예든 돈이든)은 왜 사고방식이 그럴까? 내가 했던 얘기는 이거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공개적으로 한 번 올려봐. 3자의 눈에는 그 얘기가 어떻게 들리는지. 본인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 떳떳하게 공개해보라고. 내가 얘기하는 게 상식이고 너네들이 비상식이라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상식에 위배되면 타협을 하지 않는 편이다. 과민 반응하고.
세상에 잘못된 사람들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안 데려가고, 왜 하필 정말 착하디 착한 우리 외사촌형을 데려갔을까? 이런 거 보면 신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다 신의 뜻이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의 생각(자기 합리화와 같은)일 뿐이고, 신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듯. 나는 신이란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도 신이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긴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R.I.P. b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