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한국인으로서 돌아보게 만든 한국인의 정체성
단테(Dante)
2013. 10. 5. 12:30
내 블로그에 1년 2개월 만에 올리는 책 리뷰가 되겠다. 얼마나 책을 안 읽었으면 1년 2개월 동안 리뷰 하나 없었을까 싶다. 반성. 반성. 이 책은 선물 받은 거다. 필로스님한테서. 저자인 이숲씨가 필로스님 대학 후배라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그러고 보니 블로그 지인들과 만남은 꽤나 오래된 듯. 에고~ 한 때는 블로그로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고 가는 게 그리 재밌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한자락의 추억으로 생각하고 먹고 살기 바쁜 듯 싶다. 나만 봐도 그러니. 읽지 않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 하나. 가장 최근에 받은 책이라서다.
외국에서 3자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인
이 책은 저자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적은 논문을 대중들의 코드에 맞게 다시 적은 책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처 생각치 못했던(마치 공기의 필요성을 그리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외국에서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모습을 텍스트를 통해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단다. 저자가 느낀 그 무엇인가는 책을 통해서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다. 대~한~민!국! 외치면서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면 축구 경기 룰도 모르면서 저거 오프사이드 아냐? 하던 여성들의 외침과 같지는 않단 말이다. 저자가 여성이라 다소 그런 경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논문을 근간으로 했기 때문에 그런지 오히려 문체는 매우 건조하다. 그게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할 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게 뭐가 중요한가? 저자가 느낀 그 무엇을 제대로만 전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좋게 얘기한 부분, 좋지 않게 얘기한 부분 두루 보여주면서도 한 사람이 때로는 좋게 때로는 좋지 않게 적은 부분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수집했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인을 바라보려고 노력한 듯 하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한국인, 한국에 살면서 느꼈던 한국인에 대한 생각보다는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을 추적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
인용이 너무 많아서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논문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인용이 많다. 글쎄.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이 정도로 인용이 많은 책은 드물다고 할 정도? 이 때문에 처음에는 괜찮게 생각하면서 읽다가 중반 정도에서는 너무 이거 남의 얘기만 하는 거 아닌가? 뭐랄까? 남의 생각을 쫓는 데에만 치중하는 거 아냐?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오래 전에 내 블로그에 적었던 인용에 대한 내 생각에도 잘 나와 있다.
이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었던 지라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수준이 낮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과하다는 생각을 했던 건, 읽어보면 저자는 똑똑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뭐 시덥잖은 자기계발 서적 갈겨 쓰면서 자기 생각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 양 하는 그런 저질 저자들하고는 격이 달랐으니까. 그래서 본질을 봐야지 현상을 보면 안 된다고. 아무리 내가 인용에 대해서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준이 절대적일 수는 없는 거다.
어찌보면 그게 이 책이 가지는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 수집한 자료들을 많이 활용했고, 그렇게 모아둔 자료들이 워낙 많다보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근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자료를 많이 활용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느껴지더라고. 근데 그게 좀 과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게 저자가 조사하면서 내린 어떤 생각의 방향에 맞는 자료만 보여줬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대적 변화 속에 표출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
이거 자꾸 아쉬운 소리만 하게 되는데 추천할 만한 서적이다 보니 그렇다. ^^; 인용되는 서양인들의 텍스트들이 대부분 한 시대에 국한되어 있어서 그 당시에 보였던 한국인의 정체성이 그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아니 정체성은 바뀌지 않았지만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다루었다면 좀 더 심도 깊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끝부분에 저자도 아쉬움을 표현했듯이 말이다. 사실 나는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많이 궁금했었거든.
끝부분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을 펼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내용이 좀 적은 편이다. 책 내용 전체를 두고 봤을 때 말이다. 그러나 어떤 책이든지 한 책에 모든 걸 담을 순 없고, 이 책은 그 당시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즉 제3자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걸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고등학생들이 읽어봐도 좋을 교양서로도 추천하고 싶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그닥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 이 책을 통해서 원래 그렇지는 않은데 너무 급변하는 환경 속에 놓이다 보니 반대급부가 커진 거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뭐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것만 해도 이 책은 충분히 내겐 의미 있는 책이었다. 책을 선물해주신 필로스님께도 감사할 따름이고. 역시 똑똑한 사람은 권하는 책도 달라요~ ㅋㅋ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이숲 지음/예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