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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산에 갔다 찍은 나의 모교 "부산 동아고"

나의 모교는 동아고등학교다. 좋은 학교다 좋지 않은 학교다는 개념이 평준화 되고 나서부터는 사라졌으니 뭐라 말은 못하겠다. 단지 내가 다니던 그 시절에는 참 부산 많이 살벌한 동네였다는 것 밖에는... 학교 짱이나 지역 짱과 같은 경우에는 연말에 조직에서 파티(?)에 초대가 되던 시절.

내가 졸업한 지 얼마 있지 않아 학교는 내가 사는 동네 바로 위쪽으로 옮겼고, 공교롭게도 최근에 집도 이사를 하게 되어서 집 옥상에서 학교가 바로 보였다. 학교까지는 못 올라가고 그냥 사진에 담아왔다. 멀리서나마 내 모교를 기념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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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고등학교에는 씨름부와 농구부가 있다. 씨름부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듯 한데, 농구부에는 그래도 동기 중에 꽤나 이름이 있는 동기가 있었다. 조우현, 주희정이 동기다. 당구장에서 한 번 봤을 뿐 친분은 없는 사이... 그 때만 해도 조우현이 최고의 위치였는데 세상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이다.

위 사진의 건물을 신축하고 나서 이런 풍문이 들렸다. "학교 내에 롯데리아가 있다." 교장 선생님이 건축과 출신이라는 얘기 때문에 부임하자 마자 학교 화장실을 뜯어고쳤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얼마나 또 건축에 열을 올렸을까 하는 생각에 웃고 말았다. 실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가보기도 했지만 넓어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더라는...

지금은 내 담임을 맡으셨던 분들이 계실 지 모르겠다. 한 때는 성공했다고 찾아뵙고 양주도 드리고 점심 대접도 하고 그랬는데 그 때만 해도 눈에 익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나도 아저씨가 되었듯이 선생님들도 할아버지가 되었겠지... 야자를 한다고 불이 켜진 학교를 보면서 언제 내가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가 먹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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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부산에 내려가면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고등학생들을 보면 귀엽다. 다 후배들 아닌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서울 말씨가 여성스러워서 뭐 같잖게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여성스러운 서울 말씨의 욕도 고등학생이 하면 무서운 시절인데 걸출하게 부산 말씨를 쓰는 고등학생들은 오히려 내게는 편안하다는...

내가 다니던 시절에 학교가 저 위치였다면 정말 학교 다니기 수월했을텐데. 비좁은 버스를 타거나 대절한 봉고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독서실 버스를 통해서 귀가하던 옛 생각에 학교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인간이나 사회에 대한 고찰없이 공부만 하면 되었기에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속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도 다 인생의 과정이리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내 아들에게는 공부가 가장 쉽다느니 공부해라느니 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몇몇 사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혼자서 웃기도 하면서 이런 말을 되뇌었다. "나는 이.승.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