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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더 헌트: 한 아이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군중 심리로 인해 파괴된 한 남자의 삶


나의 3,211번째 영화. 스토리를 알고 봤는데도 몰입이 되는 영화다. 그건 주인공을 맡은 매즈 미켈슨이 연기를 잘 한 덕분도 있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가 사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할지 궁금한 부분도 많아서다. 실제 현실 속에서 저런 상황에 놓이는 데도 자신은 잘못이 없으니 의연하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속 터지기도 하고, 군중 심리에 휩싸인 친구들의 행동들을 보면서 "저걸 그냥~ 썅" 하며 울분을 삭히기도 했던 영화다. 매즈 미켈슨의 내면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고 스토리가 나쁘지는 않지만 나는 이렇게 보고 열 많이 받는 영화는 그닥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개인 평점은 8점 준다. 그래도 볼 만한 영화라는 얘기. 누구나 보다 보면 주인공이 답답하고 주인공의 친구들 뒤지게 패고 싶을 거다.

* 참고로 이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절친의 딸인 한 꼬마의 거짓말부터 비롯된


한 꼬마 아가씨의 거짓말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아동 성학대. 우리나라에서도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건 중에 하나다. 그 꼬마 아가씨는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의 딸. 물론 이 꼬마 아가씨가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는 영화 상에 드러난다. 그러나 그건 관객들의 시선이고, 딸이 겪은 일을 전해들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충분히 이해한다. 일단 감정에 치우칠 수 밖에 없잖아. 그러나 그렇게 친한 친구가 그랬다고 한다면 자신이 봐왔던 친구가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한 번 던져볼 필요는 있겠다. 물론 진실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대하려고 해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는 거 같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한 꼬마의 거짓말로 시작된 일은 다른 아이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거짓말과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모든 친구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주인공이 사귀던 여자도 주변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아무도 주인공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믿지도 않는다. 마녀 사냥이다. 믿어주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들, 형, 아버지 즉 가족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거 같다. 가족들이니까 그의 말을 믿어줬다고 봐야할까? 그렇다면 절친도 자신의 딸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끔씩 여자들한테서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항상 내 편. 언제든지 내 편에 서 있어주는 사람. 세상에 내 편 니 편이 어디 있노. 저마다 생각이 다른데. 그리고 그 생각의 가치 기준이 누가 더 높으냐에 따라 설득력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근데 항상 내 편이라는 그런 논리를 내세우는 애들 보면 난 이해가 안 되더라고.


외면하는 친구들


이렇게 허울없이 놀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주인공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런 데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생활을 하니까 주인공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 중에 어떤 누구도 설마 그 친구가 그랬겠어? 하면서 자식 불러다가 너 거짓말이면 뒤지게 혼날 줄 알아? 이랬어? 안 이랬어? 하면서 물어보는 친구 하나 없다. 물론 영화상에서 그렇게 그리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이런 걸 보면서 난 어떤 생각이 드냐면, 참 사람들 단순하다는 거다. 뭐 그런 거야 워낙 많이 봐서 이제는 식상하기도 하고 남들 생각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1人이지만. 영화 보면서 속 터져 뒤지는 줄 알았다. 그나마 가장 친한 친구는 나중에 화해를 하게 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크리스마스 이브날 예배를 드리면서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 연기. 오우~ 정말 연기 잘 한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아무도 나를 안 믿어주고 말이다. 그렇다고 친구들한테 항변하는 것도 아닌 주인공. 난 정말 답답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고 절친은 알아차린다. 저 녀석 거짓말 하는 게 아니구나. 저 녀석 말이 맞구나. 몰라 나는 주인공 보면서 좀 순진하다는 생각을 했다.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 만으로는 부족한데 왜 주인공은 저럴까 싶고 말이다. 근데 이 영화는 덴마크의 아동학자의 비밀 서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그 비밀 서류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거짓말에 대한 내용이 담긴. 실제 사건이라는 얘기는 안 하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진실만을 말하긴 하지만 때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는 거를 좀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서 잘 보여주는 거 같다.


제일 미웠던 인물

 

주인공이 근무하는 유치원 원장이다. 원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 거라고 나도 생각한다. 다만, 주인공이 찾아갔을 때 도망치면서 주인공을 마치 흉악범 취급하던 그 모습을 보며 아우~ 끓어오르더라고. 가끔씩 대화가 안 되는 아줌마들 있잖아? 무조건 자기 잘못 아니라고 목소리 높이는. 그런 아줌마들이랑 똑같다는. 퉤~! 퉤! 퉤!


예고편



+ 주인공 역의 매즈 미켈슨은 이 영화로 제6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