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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인톨러런스: 100년 전의 블록버스터 (1916)


<인톨러런스>는 D.W.그리피스 감독이 <국가의 탄생>(1914) 다음의 작품으로 <국가의 탄생>을 내놓은 지 2년 뒤에 내놓은 작품이다. <국가의 탄생>란 영화가 인종차별주의적이란 비판을 받고 나 그런 뜻으로 만든 거 아니거든?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뭐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영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인 듯 하지만 재미는 보장 못해~ <인톨러런스>는 내가 관리하는 영화 리스트 중에 다음의 세 리스트에 언급된 영화다.



그리고 이 글에는 <인톨러런스>의 내용이 어느 정도 담겨 있으니 영화 보고 나서 보길 바란다. 그렇다고 주저리 주저리 내용을 읊어대는 건 아니나, 내용이 어느 정도 담겨 있어. 근데 사실 <인톨러런스>란 영화 볼 정도면 이런 걸 갖고 스포일러다 뭐다 딴지 걸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인톨러런스> 영화사적인 의미가 뭐든 간에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나 구성은 좋은 점수 못 주겠고, 영화 제작년도를 감안해서 스케일이나 영상미 등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100년 전의 무성 영화


올해가 2015년이니 딱 100년 전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100년 전의 영화인지라 찰리 채플린 영화와 같은 무성 영화인데, 무성 영화 치고는 자막이 많은 편이다. 찰리 채플린 영화는 자막이 거의 없잖아? 그렇진 않다는 게지. 그만큼 D.W.그리피스 감독은 나름 할 말이 많았던 듯. 근데 D.W.그리피스 감독의 자막 중에는 메시지가 있어요. <국가의 탄생>도 그러했고, <인톨러런스>도 그러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싫어하는 메타포가 많은 그런 영화도 아냐. 보면 직관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거란 말이지. <인톨러런스>의 부제는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투쟁(Love's Struggle Throughout The Ages)다. 부제가 나타내는 말이 영화의 주제란 말씀. 자막 해석하는 거 어렵지 않으니 그냥 봐도 될 듯 싶다.



서로 다른 4개 시대의 에피소드


이 영화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옴니버스 영화란 얘기. 다만 보통의 경우 <인톨러런스>를 옴니버스 영화라고 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대부분의 옴니버스 영화와 같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 보여주고 다음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차 편집해서 그런 듯 싶다. 즉 이 에피소드 잠깐 보여줬다가 저 에피소드 잠깐 보여주는 식으로 편집했다는 얘기. 그래서 처음에는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 지라 좀 정신이 없다. 여튼 그런다 해도 옴니버스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옴니버스 영화의 정의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나 내용으로 연결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한 편의 작품 속에 모아 놓은 형식의 영화


여기에 부합하면 옴니버스 영화이고 아니면 옴니버스 영화가 아닌 게지. 그래서 내가 볼 때는 옴니버스 영화라고 하는 거고. 여튼 옴니버스 영화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교차 편집을 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떨어뜨렸다고 해야 하나? 2개도 아니고 4개를 이리 왔다 저리 갔다 그러니까 각 에피소드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거. <메멘토>와 같은 경우는 하나의 사건을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왔다 갔다 해도 마지막이 되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잖아?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지. 시간의 순방향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 4개를 짤막짤막하게 보여주니까 좀 정신 사납더라고. 


4개의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은데, 시대가 현대인 걸 제외하고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사랑의 투쟁'은 역사 속 어느 시대에도 있었다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게지. 근데 좀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아소 억지스러운 스토리가 다분히 있는 거 같다. 왜? 아래 내용을 보길.


① BC539년 바빌론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Cyrus) 왕의 바비로니아 정벌하는 얘기다. 스토리는 정복자의 입장이 아니라 정복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펼쳐진다. 즉 당시 바비론의 왕인 나보니두스(Nabonidus) 입장에서 펼쳐진다는 얘기지. 근데 여기서 '사랑의 투쟁'이란 내용이 어디서 나와?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왕이 아니거든. 한 여인인데 이 여인이 나보니두스 왕의 아들 그러니까 왕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를 위해 끝까지 싸우다 화살 맞고 죽거든. 이게 '사랑의 투쟁'이란 거여.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만 했지 따지고 보면 개인의 사랑 얘기잖아. 뭔가 좀 시시하다는 느낌? 내용은 거창한 거 같은데 별 거 없다는 그런 생각? 응?


② 예수


예수 이야기야 뭐 워낙 널리 알려져 있으니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여기서 '사랑의 투쟁'이란 인류애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간음한 여인에게 예수가 말한다. 너희들 중에 죄없는 사람이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근데 십계명에 보면 여섯번째 계명이 바로 '간음하지 말라'다. 나 별말 안 했다. 이걸 두고 모순이니 그런 얘기 안 했다. 그러니까 기독교인들 딴지 걸지 마라. 너네들이 내가 뭐라 한 마디 여기에 덧붙이면 뭐라할 지 뻔히 보이니까. 그런 개나 소나 돼지나 지껄이는 논리는 듣기 싫다. 여튼 그럼 사랑은 인류애라고 치고, 투쟁은 뭐냐? 바리새인들한테 핍박 받잖아. 그래서 '사랑의 투쟁'이 아니냔 게지.


③ 1572년 성바르톨로메오의 학살


이 또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학살인데,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전개된 전쟁인 위그노 전쟁(Hugoenots Wars, 1562-1598) 중에 일어난 사건. 1572년 구교도(로마카톨릭)들이 신교도(위그노)들을 당시 왕인 샤를 9세(Charles IX)의 여동생 결혼식 때 죽인 사건이다. 사건만 보면 그런데 조금 부연 설명하자면 당시 샤를 9세는 나이가 어렸다. 10살 때 왕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인 카트린 드 메르시드가 섭정을 하게 되는데, 엄마는 구교도야. 근데 아들이 자꾸 신교도의 두목이랑 놀아나 그래서 직이삐라~ 했다 이거지. 아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신교도들 말이야. 아들이 자꾸 신교도들한테 물드는 거 같으니까.


그래서 샤를 9세의 동생이자 카트린 드 메르시드의 딸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의 결혼식에 온 신교도들을 학살한 건데, 당시 샤를 9세의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23살. 여동생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의 나이는 20살이었다는 게지. 샤를 9세는 그 학살 사건으로 굉장히 많은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요절한 건 아니고 결핵이란 병 때문에 이 학살 사건이 일어난 2년 뒤에 죽고 만다. 뭐 이런 얘기는 사실 우리나라 사극 영화에도 많이 나오는 거잖아? <관상>에서만 봐도 단종 폐위 시키려는 수양대군이 등장하듯이 말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간이 사는 세상은 다 이런 거거든. 권력이 뭐길래. 거 참. 더불어 같이 잘 살면 그만이지.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 또한 바빌론 시대의 얘기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되 '사랑의 투쟁'이라고 하는 건 당시를 살았던 일반인들에게서 엿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 여인이 있고, 그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남자가 있고, 그 여인을 흠모했던(짝사랑했던) 남자가 있다. 여인을 짝사랑하던 남자는 군인인지라 위에서 신교도 죽이라고 하니 자신이 짝사랑했던 그녀를 죽인다. 신교도거든. 이렇게 따지고 보면 '사랑의 투쟁'이라는 게 여기서는 이렇게 해석이 된다. 종교에 대한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보다 위에 있다는. 그러니까 죽일 수 있는 게지. 당신같으면 죽일 수 있겠어? 나같으면 못 죽인다. ^^


고로 여기서 사랑은 종교에 대한 사랑. 그리고 투쟁은 종교가 더 중요하냐? 이성 즉 여기선 남녀간의 사랑이 더 중요하냐?를 놓고 투쟁한다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는데, <인톨러런스>에서 보면 꼭 그렇게도 해석이 안 돼. 왜? 별 고민없어 보이거든? ㅋㅋ 이러다 보니 왠지 모르게 스토리가 어설프게 보이기도 하고 그래.


④ 현대


현대는 앞뒤 다 짤라먹고 결론만 얘기하자면, 억울한 누명을 쓴 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의 아내. 결국 현대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다. 유일한 해피 엔딩? 맞나? 본 지 며칠 되었다고 이거 까먹었지? 예수 에피소드 결말이 생각이 안 나네. 쩝. <인톨러런스> 러닝 타임이 길고 또 재미가 별로 없어서 기억이 안 난다. ㅠㅠ 


그런데 말입니다.


죽 보고 정리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각 시대들이 연결성이 있더란 게지. 내가 볼 때는.[바빌론, 예수], [예수, 종교], [신교, 구교], [종교, 사랑(남녀)], [사랑(남녀), 도덕] 뭐 이런 식으로 네 개의 에피소드가 시대만 다르다고 하기 보다는 어떠한 연결 고리가 있는 거 같다. 여기까~~~아지. 원래 영화에 대한 해석 이런 거 그닥 좋아하진 않아. 메타포 이런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러나 스토리에만 중점을 두는 나지만 스토리 상에서 보이는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여튼 뭐가 맞다 틀리다 그런 건 난 몰라. 관심도 없고. 그냥 보고 나서 리뷰 적는데 드는 생각들 정리하면서 쓴 것일 뿐. That's all.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보다도 11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스케일은 더 커요. 헐~ 내가 <메트로폴리스> 보면서도 스케일이 크다고 했는데 말이지. 10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는 게 신기할 정도. 예전에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을 찍을 때가 생각난다. 개봉 전에 들리던 얘기가 제작비가 엄청나서 이거 과연 흥행 성공해도 본전치기나 할까?였거든. 그래도 <타이타닉>은 성공했지. 그래서 이 영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건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당시 250만달러 정도 들어갔는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700만달러(500억 정도)가 제작비란다. 뭐 요즈음 나오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였다. 


참고로 요즈음 나오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비가 얼마일까? <아바타>가 제작비 많이 들어간 영화인데, <아바타>의 제작비가 3억 6천만달러 정도 된다. ^^ 그래서 요즈음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를 할 순 없겠지. 그리고 1916년이라고 하면 장편 영화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절인데, 그 시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영화를 봤겠냐고. 시장성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당시의 250만달러는 어찌보면 지금의 3억 6천만달러보다도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이다. 3,000명 이상의 엑스트라 동원에 거대한 세트장들. 정말 영화를 보다 보면 CG란 개념 자체가 없던 1916년에 이런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하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망했어요, 그래서 파산했어요


이 영화 흥행에 성공했을까? 못 했을까? 못 했다. 망했어요~ 전작인 <국가의 탄생>의 흥행으로 돈을 많이 번 D.W.그리피스도 제작비에 투자를 했는데 <인톨러런스> 망해서 자신 소유의 스튜디오가 파산했단다. 그래서 스튜디오 헐값에 팔면서 세트장도 넘어갔다는. 왜 망했을까? 영화 봐바. <국가의 탄생>으로 돈을 벌었던 D.W.그리피스 감독 나름 자신의 영화 제작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듯. 과감하게 베팅을 했는데, 헐~ 비주얼적인 부분은 인정해.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었냐면, 헐리우드 비주얼리스트 중에 한 명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란 영화를 봤을 때 보다 더 웅장한 느낌? 그러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재밌디? 별로잖아. 그런 느낌? 게다가 4가지 에피소드를 교차 편집함으로써 정신 사나웠다고.


그 정도까지면 모르겠지만 러닝 타임 또한 길어요. 2시간 43분. 좀 지루하긴 하지. 근데 원래 D.W.그리피스 감독은 이걸 8시간 짜리로 만들어서 4시간씩 나누어 1부, 2부로 해서 하루 종일 상영하겠다고 했단다. 헐~ 그런 거 있잖아. 강의하는 사람은 떠드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듣고 있는 수강생들은 졸립다고. 여튼 그렇게 하자는 D.W.그리피스 감독을 설득해 3시간짜리로 줄여서 상영했는데, 먹히지 않아 3시간짜리를 두 편으로 쪼개서 상영했단다. 에피소드를 2개씩 묶어서. 그런데도 흥행하지는 못했다고. '계영배'가 떠오른다. 술잔인데 70% 이상을 따르면 술이 술잔의 술이 다 빠져나가는 술잔.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예고편



나의 3,446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6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