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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광 시대(1947): 내가 본 첫 찰리 채플린의 유성 영화

風林火山 2016.06.05 00:10

#0

나의 3,585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6점. 찰리 채플린하면 떠오르는 건 무성 영화다. 그래서 찰리 채플린의 유성 영화라고 하면 좀 색다르게 느껴지는데, 보니까 개인적으로 찰리 채플린은 무성 영화가 더 적합하다는 느낌이다. 어찌보면 무성 영화에서 쌓은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무성 영화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슬랩스틱 연기가 <살인광 시대>에서는 별로 없다. 그런 연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 맛이 무성 영화와는 다르다. 아무래도 대사가 들어가다 보니까 그런 거 같은데, 나는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 콧수염을 하고 표정만으로 전달하는 게 더 인상 깊어서 그런지 그렇게 느껴지더라. 


#1

<살인광 시대>를 보면서 떠올랐던 영화.(보긴 했는데 아마 기록을 안 해둬서 아마 <살인광 시대>보다 뒤늦게 본 걸로 카운팅이 될 거 같다.) <선셋대로>다. 1950년작. 주인공이 무성 영화 스타인데, 시대가 변해 유성 영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한물 간 스타가 되어 버린. 찰리 채플린을 보면서 그런 걸 떠올렸던 건 아니고, 워낙 찰리 채플린이 무성 영화로 유명하다 보니까 생각이 나더라는 거다.


#2

무성 영화와 유성 영화의 맛(?)은 좀 다르다. 말 한 마디도 없이 표정만으로 모든 걸 전달하는 무성 영화(무성 영화라고 해도 화면에 자막이 이따금씩 나오기도 한다.)와 말로 대사를 전달하면서 표정 연기도 하는 유성 영화는 마치 사람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말을 섞어봤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것과 매한가지다.


#3

살인광 시대의 주인공 역시 찰리 채플린인지라 찰리 채플린의 음성도 들을 수 있었는데, 글쎄 목소리를 들으니 좀 가벼워보인다는 느낌이 들더라. 물론 체구가 작은 찰리기에 겉모습만 봐도 가벼워보이는 건 맞는데, 무성 영화에서 못 느꼈던 면인지라. 목소리가 가늘기도 하고 대사가 들어가다 보니 오히려 그의 장점을 더 살리지 못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4

이 영화도 그의 여느 영화와 같이 블랙 코미디다. 코믹하게 그려내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그닥.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사형장 가기 전에 했던 대사 중에 들어볼 말이 있긴 하지만(물론 찰리 채플린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겠지. 영화를 통해서.) 영화 내용을 생각해본다면 주인공은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 명분도 없고. 그러나 영화 내용을 떠나서 생각해본다면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좀 알 수 있을 듯.


대사 중에 J 로스탕(Jean Rostang)의 유명한 말이 있다.


Kill one man, and you are a murderer. Kill millions of men, and you are a conqueror. Kill them all, and you are a god.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수백만명을 죽이면 정복자가 되고, 모두 죽이면 신이 된다.


대사는 이렇게 하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대사를 했다. 자신은 비록 살인을 했지만 기업이 하는 짓거리는 더한 거 아니냐는 얘기. 어찌보면 나도 그런 면에서는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히틀러를 유태인 학살했다고 잘못된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의 유태인들이 하는 짓을 떠올려본다면 히틀러보다도 더 한 이들이기에 히틀러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는 법. 옛날에 그렇게 생각했다가 이러 저러한 얘기 많이 듣곤 했는데, 내가 히틀러를 존경했던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칼로 사람을 죽여야 살인인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히틀러의 학살이 명분이 있다거나 그게 옳은 일이라는 건 아니다.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읽으면서 일면 이해하는 부분이 생기더란 게지. 어릴 때부터 유태인이 하는 짓거리를 많이 봐왔거든. 히틀러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인데, 사람들은 이유 불문하고 히틀러를 존경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날 이상하게 보더란 게지. 내 뜻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찰리 채플린의 대사에 감흥을 받는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니겠냐고. 이 때는 이렇고 저 때는 저렇고. 똑같은 말을 했는데 말이지.


#5

그닥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매니아들이라면. 그래도 이 영화가 찰리 채플린의 첫 유성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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