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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비즈

동등계층(peer)의 개념이 왜 중요한가?

동등계층(peer to peer)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뭐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말이다. 내가 peer to peer 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8년도이다. 당시에 IT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Networking Essential 이라는 네트워크 관련된 바이블이라고 부를 만한 책에서 본 것이다.

IT 기술적으로 peer to peerWindows XP 에서의 워크그룹 설정(소프트웨어적으로 그룹화)과 같이 어떤 중앙집중적인 관리가 아니라 각 개개의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여기서 peer 는 개별 컴퓨터를 칭한다.

peer 라는 영어 단어의 뜻은 동료, 대등한 사람을 뜻한다. 이것이 요즈음의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가지는 의미는 위의 기술적인 해석과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위키 경제학>에서도 이 동등계층 생산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의미가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즉, 어느 누구도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지 회사에서 상위 직급에 있든 하위 직급에 있든 동등하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는 익명성이라는(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름을 밝혀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밝히지 않는다면 익명이라고 보는 관점) 부분이 존중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등계층의 개념이 왜 중요한가?

지금의 시맨틱 웹에서는 한 사람의 글이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시맨틱 웹 환경에서 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하더라도 삽시간에 퍼지고 그것을 읽고 이슈화가 되는 시간이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 이것은 개방적인 환경이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서 소셜 네트워크에는 사회적 계층이 존재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CEO 가 잘못된 행위를 했을 때, 그 회사의 직원이 아닌 이상(직원이라 해도 익명을 통해서 아니면 다른 대리인을 내세워서 가능하긴 하다.) 바른 말을 해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3자들에 의해 그 행위에 대한 개입의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웹이전에는 언론이나 대형 미디어 기업에서 가능했던 것이 기존의 웹 환경에서는 유저수가 많고 사람들이 즐겨찾는 사이트에서 그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면 시맨틱 웹환경에서는 개인이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한 회사의 CEO에 대해서 일반인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관념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소셜 네트워크의 동향을 주시하지만 참여는 하기를 꺼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난다고 외치는 사람도 인생이라는 오랜 기간을 두고 보면 먼지 나오게 마련인 것이 사람의 인생인 것을...

공인의 신분에서 사회적인 지위를 가진 입장에서는 그것으로 인해 받을 타격을 생각하면 그 대가가 일반인들보다는 크기 때문에 참여하기를 꺼려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를 하게 된다면 아무리 사회적인 지위가 높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반인과 똑같은 동등계층이다. 동등계층 중의 한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것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무리 내가 어떤 정치인을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유세 나와 악수를 청하는 그를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사회적 지위와 그의 주변 환경에서 오는 중압감을 몸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없다. 단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 정도의 중압감 밖에는...

위키노믹스의 외국사례 중에 골드코프 사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방된 환경에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고 실제 비전문가라도 전문가 이상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시맨틱 웹의 환경 하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동등계층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지위가 있었던 사람과 같은 경우에는 언론의 기자들의 눈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기존과 달리 지금은 개개인의 눈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또한 언론사에 속한 기자들은 기자로서의 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언론사 내부의 압력을 피하기는 힘든 한계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에 속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저버리면서 내부 고발을 했던 사람들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시맨틱 웹에서는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의 웹은 제3의 언론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매우 평등하다 할 수 있다. 제3의 언론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의 미디어로서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 집단지성과 협업지성 그리고 군중심리 등에 대한 더 읽을거리 → 집단지성? 협업지성? 군중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