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그래비티: 영상만 볼 만했던 영화는 아니다, 예고편은 영화의 시작일 뿐


나의 3,286번째 영화. 오래 전부터 예고편을 봤었다. 예고편이 올라오는 족족 하루에 한 번씩 점검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라왔던 예고편은 다 봤었다. 보통 티저 예고편이 나오고 나서 영화 개봉하기 전까지 몇 차례 예고편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오~ 이거 재밌겠네 싶었다. 일단 호기심을 끌었던 건 무엇보다도 실감나는 장면들 때문이었다. 마치 우주에서 찍은 것처럼 보였던 장면. 지금까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이렇게 실감나게 보여준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새로운 예고편이 나와도 우주에서 벌어지는 어떤 상황만 예고편에서 보여주다 보니까 이게 다 아냐?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도 만들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예고편만 임팩트 있고 실제로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게다가 러닝 타임이 90분인지라 요즈음 제작되는 영화 치고는 상당히 짧은 러닝 타임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사실 영화를 볼 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장일단이 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개인 평점은 8점 준다. 추천하는 영화라는 얘기. 그러나 일장일단이 있기에 어떤 이는 보고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거나 실망이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을 듯 싶다.


나는 IMAX 3D로 봤다

영상이 볼 만하다 싶어서 일부러 IMAX 3D를 고집했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IMAX는 괜찮은 선택이지만 3D는 그닥. 꼭 <그래비티>와 같은 영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스케일이 큰 영화의 경우에는 IMAX에서 보는 게 좋긴 하지. 그러나 3D는 그닥 추천하지는 않는다. 나는 3D 영화치고 정말 3D 다운 영화는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일부 장면에서만 3D 효과가 있는 듯 싶고. 실질적으로 3D로 보지 않아도 충분한 장면들이 대부분인 듯. 앞으로 3D는 안 볼 생각이다. 별 의미가 없는 거 같애. 괜히 비싸기만 하고 말이지. 3D로 보는 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 나는 그닥~


예고편은 영화 시작 부분


사실 나는 영화 시작이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기 전 지구에서부터 시작할 줄 알았다. 왜냐면 예고편의 장면들이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기에. 아니더라. 그게 영화 초반이더라. 초반에는 다소 루즈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스토리의 루즈함을 커버해주는 게 실제로 우주에서 촬영한 듯한 느낌의 촬영 기법 덕분인 듯 싶다. 이리 저리 찾아봤는데 뭘 어찌 찍었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 여튼 12개의 와이어를 연결해서 찍었단다. 와이어 액션이었던 겨? 헐~


영상만 돋보이는 영화는 아냐


<그래비티>를 볼 만한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볼거리만 제공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아마도 인간, 삶 뭐 그런 거에 대한 해석이 대부분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인간(人間)은 사람(人) 사이(間)에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이라 할 수 있다거나, 쳇바퀴 돌아가듯 한 번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강물에 몸을 내맡기고 떠내려가듯이 살아가는 그런 우리네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거나. 뭐 그런 등등의.

보고 느끼면 그만인 거다. 다만 결론적으로만 봤을 때, 뭐 뻔한 결론인지라 시니컬하게 본다면 뭐 내용 없더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 뻔한 결론이지만 그 결론을 내는 과정이 볼 만하냐에 따라 영화의 재미가 달라질텐데 시니컬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별로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마치 내가 간접적으로 우주를 체험한 듯한 느낌이 들어 추천하는 바다. 항공우주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보여주기 좋을 듯. 12세 관람가니까.

내가 영화 감독이라면 이런 식의 영화는 평생에 한 번 만들어봄 직하다. 길이 남을 영화. 영화의 재미에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정말 우주에서 촬영한 듯한 느낌을 주는 최초, 최고의 영화라는 기록은 남을 거 아니겠는가? 아마도 앞으로 이런 식의 촬영 기법을 활용한 영화들이 꽤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많이 활용되곤 하니까.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