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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바람: 학창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 <친구>보다 더 리얼했던


나의 2,927번째 영화.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기대 이상의 영화였다. 뭐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야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것이 부산 출신이어서일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친구>보다 <바람>이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좀 더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 과거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렇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봤던 영화.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


청소년 관람 불가

<바람>은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다. 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가 많다. 아마도 청소년 관람가였다면 청소년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판정으로 인해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니 이 판정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밖에 없을 듯.

이런 저런 얘기들 중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를 반대하는 입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장면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중심은 가족 이야기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흥행을 위해서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영화 내용에서 가족을 그려내고 있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거기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내가 볼 때는 학창시절의 추억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듯 하지만 나는 그 결정에 있어서는 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이유가 그러하다면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을 만한 영화 수두룩하니 말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바지만 <바람>이란 영화는 학창시절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잊었던 옛 기억을 되찾았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리뷰도 길어질 듯. ^^


부산 사투리

1) 다이다이
서울말로 하면 맞짱이 되겠다.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die die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는... 나 어릴 적에도 "다이다이?"라고 하면 "맞짱 뜰래?"라는 뜻으로 통했다. 둘이서 한 판 붙자는 용어다. 이와 같은 말로 "다이 깨까?"(=다이 깰래?=맞짱 뜰래?=한 다이? 됐나?)를 쓰기도 한다.

2) 쪼리나
<바람>에서 삼각관계에 놓인 주인공 정우가 상대한테 하는 말 중에 나온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말이다. 정우라는 배우가 부산 출신인가? 오리지널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던데... 이 말은 "겁나냐?"라는 뜻이다. 보통 이 말을 쓸 때, 앞에 "와?"라는 말과 종종 사용하곤 했었다. "와? 쪼리나?"

3) 찡꼬
"싸움났다", "시비가 붙었다."는 뜻이다. 참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찡꼬. 당구장에 있으면 "찡꼬다. 찡꼬" 그러면 우루루 몰려가곤 했었다.

4) 다구리
내가 부산에 있을 때는 다구리라는 말은 잘 안 썼다. "모다", 또는 "모다구리"라고 하는 말을 썼는데 이 말은 여러 명한테 맞는 몰매를 일컫는 용어다. 학창시절 몇 번 당해봐서 안다. "모다구리" 거 상당히 기분 안 좋다. 복수심 밖에 안 남는다는... ^^


선도부

잊고 있었던 한 자락의 추억. 선도부. <바람>에서도 보이듯이 신입생들 군기 잡는다고 욕 하면서 똑바로 서라고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신입생 시절에야 아무 것도 모르니 무서운 선배들인가보다 생각했지만 나중에 동기들 중에서 선도부하는 애들 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는...

그런데 <바람>에서는 일진들이 후배들 둘러보면서 잘 치는 녀석들 선별하던데 글쎄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다. 뭐 우리 때야 일진들만 모이는 불량 써클도 거의 와해되어 가던 때여서 그런 게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보통 잘 나간다 싶은 애들은 선도부 같은 거 하지 않는다.

왜냐면 선도부 같은 거 안 해도 학교 생활 편하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등교길에 선도부들이 명찰이나 복장 점검하곤 하는데 선생님만 없으면 잘 나가는 애들은 그냥 통과다. 못 건드린다. 물론 잘 나가는 애들은 정시에 등교하지 않기 때문에 뒷문을 이용하곤 하지만...


불량 써클

어느 학교나 이런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12지신이라고 해서 12명이 모인 불량 써클이 있었는데 우리 때 거의 와해가 되었다. <바람>에서도 그런 게 나오지만 우리 때도 그랬다. 모교 출신의 선생님들 중에 과거에 불량 써클 출신인 선생들이 있었다는 거.

대부분 보면 음악이나 미술, 체육 선생님이 그런 출신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사립인지라 그런 선생님들 있었다. 옛날에는 선생님들 중에서 통(짱이라는 말이다.)과 학생들 중에서 통이 학교 옥상에서 다이다이를 하기도 했다는 전설도 들리곤 했었다. ^^


복학생

우리 때도 그렇지만 일단 복학생이라고 하면 대우를 해줬다. 고등학교 시절에야 나이 한 살 차이가 엄청나게 큰 차이인지라 싸움으로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복학생은 가급적이면 대우를 해주는 편이다. 행님, 행님하면서 말이다. 대신 그 복학생도 잘 치는 애들은 대우를 해주면서 서로 공존한다.

그러면 복학생과 한 학년 위의 선배는? 복학생보다는 한 학년 위의 선배가 나이는 같아도 대우를 해준다. 그런 암묵적인 위계가 잡혀 있다. 그 위계가 깨지게 되면 하극상이 된다. 물론 그 복학생이 한 학년 위의 선배 중에 일진들과 친하다고 하면 뭐 얘기가 다를 지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학년을 구분해주는 명찰만 보면 복학생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가끔씩 복학생과 한 학년 위의 선배가 충돌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나 전교생이 다 모이는 행사인 경우에는 명찰만 보고 시비가 붙거나 해서 보면 복학생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옆에서 거들어주는 친구들의 수가 복학생은 별로 없기 때문에 밀리게 마련이다. 왜냐면 복학생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동기들이다 보니 누가 나서주는 사람이 없어서다. 나도 경험해봐서 잘 안다. 그래서 제 때 학교 다니지 않으면 뭐 같은 꼴 당하기 쉽상인지라 학교는 제 때 제 때 다녀야 한다는...


뒷자리

중학교 때는 지정석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는 지정석인 경우가 별로 없다. 와서 먼저 앉으면 임자다. 그러나 저절로 어느 자리는 누가 앉는다는 지정석이 되곤 한다. 그 중에 특히 뒷자리는 보통 좀 논다고 하는 애들이 끼리끼리 앉는 자리다. 그래서 함부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좀 특이하게 중간에 앉았다. 왜냐면 중간 창가나 복도쪽 중간 자리에 보면 항상 기둥이 있어서 그 기둥 부분에 머리 박고 자기 좋아서다. 그래서 나는 보통 뒷자리에 앉기보다는 중간 자리에 앉곤 했다. 항상 수업 시간은 잠자는 시간. 들키면? 맞으면 그만이다. ^^




<바람>에서 책걸상을 뒤로 밀쳐두고 때리는 경우를 봤는데 사실 그건 약과다. 그것도 고작 5대 밀대 걸레로 맞는 게 뭐가 아프다고 그리 엄살을... 그건 별로 아프지 않다. 매도 종류에 따라 임팩트가 제각각이다. 내가 맞아본 매 중에서 가장 아팠던 게 야자 끝내고 담배 피면서 내려가다가 걸려서 맞았던 매다.

걸린 다음날 아침 일찍 농구 코트가 있는 체육관으로 집합했는데(내가 다닌 학교 농구부 유명하다. 동기 중에 조우현과 주희정이 있다.) 나와 친구들 말고도 후배들도 여럿 있더라는... 유기정학을 먹을래? 아니면 30대 맞고 삭발할래? 선택의 폭은 매우 넓었다. 우리는 30대 맞고 삭발을 선택했을 뿐이고.

후배들 합쳐서 12명 정도 되는데 우리부터 차례대로 한 사람당 30대씩 맞았다. 매를 맞는 것도 요령이 있지만 이 매는 요령이 통하지 않았다. 왜냐면 못 움직이도록 농구 코트 바닥에 배깔고 엎드렸기 때문. 태어나서 그렇게 맞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사람 수대로 준비해온 매. 한 사람당 하나씩 부러뜨리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한 사람당 하나씩 부러지더라는... 때리는 것도 노하우가 있나 보다. ^^

매를 한 대씩 맞을 때마다 "하나~" "둘~" 하면서 맞은 대수를 외쳐야 했는데 후배들이 있으니 쪽팔려서 꼼짝하지 않고 30대 맞았다. 그 때 들었던 생각. 어떤 매든 10대는 기꺼이 맞을 수 있다. 20대는 조금 힘들다. 25대 이상이 되면 예수나 부처가 아래로 보인다. 내 몸이 몸이 아니더라는... 아무런 감각도 없고 말이다.

그렇게 맞고서 삭발하러 갔는데(구내에 있는 이발소에 가서) 맞은 자리에 피가 터져서 팬티랑 엉겨붙어 있더라는... 그리고 후유증이 꽤나 오래가서 주말이면 목욕탕에 가곤 했었는데 목욕탕에 쪽팔려서 가지도 못했다.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어서 말이다. 맞고 난 다음날에는 걸상에 앉기도 힘들었다. 지금까지 맞아본 매 중에서 가장 아팠던 매.


3자 대면

나도 그런 경험있다. 한 여자를 두고 상대편 남자와 커피숍에서 만나서 담판을 짓던. 그 때 상대방이었던 타학교 친구, 재작년에 친구의 결혼식에서 보기도 했었다. 학창시절에는 잘 생겨서 인기 좋았던 친구였는데... 그래서 나를 선택하지 않고 그 친구를 선택했던 거겠지. 그래 이해한다. 그러나 그 때는 그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는데... ^^

상대편 남자애를 만나고 있는데 그 커피숍 옆자리에 이름만 대도 그 지역에서는 알만한 유명한 여자애가 앉아 있었다. 단번에 나는 알아봤지만 그 여자애는 나같은 존재를 알 리가 없쥐~ 나는 그 여자애랑 어울릴 정도 수준으로 잘 나가지는 못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여자애랑 같이 온 여자애가 나를 알고 아는 척을 하는 거였다. 옆자리에 있다보니 둘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누군데?"
"OO고에 누구라고 이번에 일일 찻집 한다이가. 쟤는 공부도 억수로 잘 한디"
"맞나?"

나를 보고 있다. 느껴진다. 시선이... 뻘쭘해서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러자 이런 소리가 들린다.

"근데 담배도 피네. 공부 잘 한다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이 들린다.

"귀엽네~"

음... 나름 인상이 그닥 좋은 편 아닌 나였는데 그 애한테는 귀여운 편인가 보다. 신문에도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로 일대에서는 꽤나 유명한 여자애였고 어느 곳에서나 "오빠야~" 한 마디면 없던 오빠들도 하나 둘씩 나온다고 할 정도로 잘못 건드리면 죽음이었던 애다 보니 날더러 귀엽단다. 헐~ 어이 없었음. 그래도 이런 것들도 다 추억의 한 자락이다.

그 때 삼각관계였던 여자애나 상대측 남자 모두 다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그래도 다들 자기 살 길 찾아서 살아가더라고~ 그런데 웃긴 건 다들 결혼했는데 결혼은 제각각 다른 사람이랑 하더라는 거. 너무 과거를 많이 알아서 그런가? 그래서 친구인가? ^^


전교 회장

우리 때는 불법 써클이 와해되서 그런 지 <바람>에서 보듯이 불법 써클장에게 뭔가를 주고 그랬던 거는 없었던 듯 싶다. 그래도 학창시절 두루 두루 친했던 나였던 지라 전교 회장 나가려고 했던 친구가 찾아와서 내게 회장 선거 나갈 꺼냐고 물어보고 그게 아니면 자신 좀 밀어달라고 했던 기억은 있다. 사실 그 친구 그리 공부를 잘 했던 것도 아니고 세력도 없어서 내가 나가면 회장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교무실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있는 나였기에 회장이 되면 선생님들이 싫어했을 듯 싶다. 회장으로서 뭔 짓을 하려고... 고등학교 3년 동안 행동평가 올 '나'를 받았던 나였던 지라(어지간하면 '가'를 주는데 말이다.) 회장이 되면 행동평가에 가산점 3점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회장 선거에 나갔을 듯 한데... 아쉬비~


수업 마치고 남아라

이 말을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때로는 이 말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바람>에서도 정우가 이 소리를 듣고서 심리적으로 중압감을 느끼던 모습이 보이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를 겪어보면 별의별 생각 다 든다. '괜히 그랬나?', '에이 이렇게 할껄~', '아~ 어떡하지?'

그런데 웃긴 것은 상대가 강하면 그런 생각이 별로 안 든다. 왜냐면 져도 할 말이 있으니까. 오히려 상대가 강하지 않으면 걱정된다. 지면 쪽팔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그런 상태가 되면 수업시간 50분이 50분이 아니다. 선생님의 말도 전혀 들리지 않고 머리 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밖에 없다.

간혹 욱해서 그 자리에서 일을 벌이는 경우도 있고, 싸우고 난 다음에 가만히 보니 내가 더 많이 맞고 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몸 상태를 봐서 며칠 뒤에 다시 싸우자고 그러기도 했었지만... 그런 긴장감을 즐길 정도 수준은 되지 못했다.

<바람>은 그만큼 학창시절을 리얼하게 그렸다. 겉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여도 내심 걱정하는 그 심정은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듯. 겉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건 그만큼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다. 그래서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바람>에서도 나오지만 쪽팔리는 게 싫어서 돌을 들고 싸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정우


이 영화에서 보고 처음 알게 된 배우다. 꽤나 연기 잘 한다. <바람>에서는 부산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말투보고 부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TV를 안 보는 나지만 얼핏 보다 보니 TV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듯 하던데. 마야랑 부부 사이로. 뭔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에서 배역이 꽤나 잘 어울렸던 배우다. 그런데 이 정우라는 배우가 <바람>의 원작자란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거라고... 음 부산 출신 맞네. 자신이 겪은 실화를 엮어서 만들었단다. 음... 그래서 정말 리얼했던 거구나. 개인적으로 이 배우 맘에 든다. 앞으로 좋은 역 많이 맡아서 일취월장하기를...


황정음


정우의 여자친구로 나온다. 조연도 아니고 단역이라 몇 컷 밖에 안 나오지만 요즈음 황정음이 떠서 잘 활용한 듯. <바람>에서 나온 황정음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실제로 고등학교 때 좀 이쁘고 참하게 생긴 애들이라도 어울리는 남자애들 보면 좀 잘 나가는 애들이랑 논다는 거. 고등학교 때도 참 희한하게 생각했던 점이었다.

뭐 따지고 보면 나도 좀 그랬으니... 나름 독서실에서 공부 잘 한다는 이쁘장한 애가 있었는데 전국 모의고사 성적 얘기 중에 내 성적을 얼핏 들었나 보다. 나름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데 뭐 저런 양아치 같은 애가 자기보다 공부를 잘 할까 하는 생각에 충격 먹었단다. 그 후부터 관심을 보이더라는... 원래 양아치 같은 애들 거들떠도 안 보던 앤데... ㅋㅋ


권재현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배우가 권재현이다. 왼쪽에 있는 배우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왜? 별로 안 어울리니까. 배역과 전혀 안 어울리고 이런 애들이 고등학교 때 설치는 거 보면 패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드니까. 그래도 백이 든든하면 건드리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좀 노는 축에 속하면 건드리지는 못해서 몇 마디로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권재현이라는 배우는 학창 시절에 진짜 그런 생활을 했던 친구같은 느낌이었다. 인상도 그렇거니와 비록 영화 속이긴 하지만 하는 행동도 참 리얼했다. 딱 양아치.


양기원: 그라믄 안대애~


정우가 서면시장에서 불법써클 선배들에게 다른 학교 선배들한테 당했다는 얘기를 하자, 한 선배가 이런 얘기를 한다.

"그라믄 안 대애~ 음? 정상 애들한테 쳐 갈피고 그렇게 해서는 안 대."

정말 리얼하다. 이렇게 글로 표현해서는 부족하다. 직접 봐야 한다. 찾아봤더니 부산 출신 배우다. 역시~ 아주 오리지널 부산 말투로 훈계를 하는 표정이 죽인다. 게다가 오뎅 먹으면서 후배들 보고 가자고 외치는 표정 보면 정말 리얼해서 몇 번씩 돌려봤다는...


서면시장


영화 속에서 가장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던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배경이 서면시장이다. 사실 나는 서면에서는 별로 놀아본 적이 없다. 학교가 대신동에 있었던 지라 노는 곳이라고는 대신동, 남포동, 동아대 앞이었으니까. 그래서 서면에 가면 조심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홈그라운드가 아니니까.

서면시장에 보면 허름한 술집이 많다. 비좁은 공간에서 소주 시켜먹을 만한 곳이 많은 곳. 서면 주위에는 입시학원도 많아서 검정고시 준비하는 친구의 삼촌 만나서 술 먹다가 패싸움을 하기도 했었다. 그 때 싸움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상황이 참 웃겼다.

"니 새끼야, 내가 저 새끼들 언제 시비 걸까 기대하고 있재"

2층 쪽방에서 술을 먹는데 옆자리에 대학생들 단체로 와 있었다. 뭐 권투부라는 사람도 있고 하던데 내 친구가 삼촌 믿고(삼촌도 학교 통을 먹고 나온 씨름 선수 출신인지라) 견제를 하니 삼촌이 친구보고 했던 소리다. 그 기대에 부응을 해줬던 것인지 결국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하더라는...

우리는 4명이었지만 그 쪽은 10명이 넘었는데 그래도 나중에 친구 삼촌이 경찰차 오면 우리는 잡히면 안 된다고 먼저 도망가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조카랑 조카 친구 보호해주려는... 이런 점 때문에 그 세계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거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이 손해나는 짓은 절대 안 하니 말이다.


예고편: Trailer




기타: Etc

1/ <바람>에서 나오는 경찰서는 사하경찰서다. 내 고향 그것도 내가 자란 동네가 바로 사하구인데...
2/ 한글 제목은 <바람>인데 영문 제목은 <Wish>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