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201번째 영화. 고전 명작을 한 주에 한 편씩 볼 요량으로 정리된 거 순서대로 보고 있는 중인데, 그러다 보니 이게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목록에 있으니 찾아서 보는 경우가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공포 영화라. 스탠리 큐브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보니 SF 영화를 떠오르기 쉽상이었는데 공포 영화라니까 뭔가 어색한 느낌마저 든다. 여튼 공포 영화라고 해도 요즈음의 공포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니까 유혈이 낭자하고, 사운드 임팩트로 사람을 놀래키는 그런 공포 영화가 아니라 공포감을 느끼게 만드는 심리 공포 영화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공포스럽지는 않았지만(내가 공포 영화는 이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잭 니콜슨의 광기스런 표정과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공포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개인 평점 6점 준다.
몇몇 인상 깊었던 장면
첫장면이다. 사실 비행기에서 숲길을 달리는 자동차를 찍은 장면인데 이런 장면 사실 요즈음 영화들 중에서도 많지 않나 싶지만 꽤 길게 나와서 그런지 느낌이 다르다. 아님 나도 스탠리 큐브릭 영화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진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게 매의 눈 시점으로 촬영한 거라는데, 이런 촬영을 최초로 시도한 영화란다.
다음에 이런 걸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만 잭 니콜슨의 아들 역으로 나오는 꼬맹이가 호텔 내에서 타고 다니는 장난감 차인데 카메라가 이를 따라가면서 촬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뒤 따라가는 듯한 느낌. 이리 저리 코너를 돌면서 따라가는데 마치 나 또한 꼬맹이랑 같이 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장면이 두 세번 정도 나온다.
광기어린 연기를 잘 소화해낸 잭 니콜슨
그러고 보니 잭 니콜슨을 영화에서 만나는 게 꽤 된 듯 하다. 광기어린 연기의 대명사 하면 떠오르는 게 잭 니콜슨은 아니다. 난 게리 올드만부터 떠오르거든. 그래도 <샤이닝>에서 점점 미쳐가는 잭 토랜스 역을 정말 잘 소화해낸 듯. 특히 미쳐서 죽이려고 날뛰는 표정은 압권이었다. 정말 광기어린 듯한 사람인 듯 했다는.
분장 안 해도 공포 영화에 어울렸던 배우
셜리 듀발이란 배우다. 잭 니콜슨의 아내 역으로 나오는 배우인데 난 이 배우 첨 봤다. 근데 외모가 뭐랄까 분장을 안 해도 공포 영화에 적합한 외모? 뭐 그렇다. 왜 난 이 배우 보면서 공포 영화 <캐리>가 떠올랐는지 몰라. 생긴 거 같고 뭐라 하는 건 아닌데 좀 특이하게 생겼다. 개성이 강하다 해야하나? ^^;
원작은 스티븐 킹의 소설
원작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고 한다. 근데 재밌는 거는 셜리 듀발을 보면서 떠올렸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캐리>의 원작 또한 스티븐 킹이라는 거. 거 참. 희한하네. 재밌는 거 또 하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첫 영화가 <캐리>고 두번째 영화가 <샤이닝>이다. 참 이 양반 돈 좀 벌었겠다. 소설로 돈 벌고 영화화 되어 또 벌고.
영화의 의미? 난 그런 거 몰라~
이 영화 뭐 미국의 역사를 공포 영화로 만들어낸 거란다. 솔직히 나는 전혀 모르겠더라고. 인디언의 무덤 위에 만든 호텔이기에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지는 피는 인디언들의 피를 뜻하는 거고 뭐 그런 얘기들인데 읽어보면 오~ 그럴 듯한데 싶지만, 누가 그렇게 해석을 시작해서 그거 보고 따라서 해석하면서 덧붙여가기 작업을 한 듯한 느낌이다. 굳이 공포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의미를 담아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 만들어야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영화가 되는 건가 싶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미국 역사를 비판하는 드라마를 만들어서 누가 봐도 아~ 미국 역사의 이면에는 이런 부분이 있었지 하고 알게 만드는 게 훨씬 더 낫다고 본다. 꼭 보면 이런 영화 해석을 두고 영화학도들에게 교육을 하는 듯이 해석을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렇게 영화 만들어봐야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고. 스탠리 큐브릭이야 이미 그렇게 명성을 쌓은 사람이고 옛날 사람이니 그렇다 해도 말이야. 그래서 난 그런 식의 해석을 하는 게 안타깝다.
스토리에 충실하면서 재밌게 구성하고, 유의미한 메시지를 아주 쉽게 충분히 전달할 수도 있을텐데 꼭 이런 식으로 해석해보렴 하는 식의 영화는 예술에 가깝다. 예술은 정답이 있는 해석이 있을 수 없는 장르이고 거기에는 이성적인 잣대의 해석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이 중요시되는 영역이거든. 근데 웃긴 게 그걸 이성적으로 해석하고 앉아 있단 말이지. 그래야 예술인을 지식인으로 취급하는 듯 하거든. 이런 의미에서 나는 소설가는 지식인 취급 안 한다. 그냥 문학인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예술가다. 그래서 난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보면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 참고로 이 부분이 맘에 안 들어서 덧글을 다시려고 한다면, 기존 덧글들에 대한 답글들을 쭉 읽고 나서 다시길 바랍니다. ^^;
예고편
+ '고전 명작들' 연재는 매주 일요일에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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