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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은교: 추태부리는 영화인 줄 알았더니 꽤 스토리가 괜찮은 영화


나의 3,087번째 영화. 제목을 이렇게 적어놓으면 내가 추태부리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는 거 아냐? ^^; 요즈음은 항상 개봉작 리스트를 뽑아놓다 보니 그 때 예고편이나 포스터 보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렇지 않더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다가 실제로 그렇지 않아서 그런지 나는 '오~ 영화 괜찮은데?'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은교>는 결코 나이 든 점잖은 노인네의 망상이나 추태가 맥이 되는 영화가 아니다. 또한 은교라는 고딩을 사이에 두고 나이 든 스승과 제자간의 아웅다웅도 맥이 아니다. 매우 복합적이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법이고. 개연성 면에 있어서는 사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라서 봐준다.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상당히 괜찮았었다.


원작 소설 <은교>

은교
박범신 지음/문학동네


근데 이런 스토리가 영화 즉 극을 위한 각본으로 먼저 쓰여졌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어서 온라인 서점 검색해보니 역시나 소설로도 있다. 즉 원작이 소설이라는 거. <은교>라는 소설 꽤나 재미있었을 듯 싶다. 이런 스토리는 오히려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긴장감 있고 묘사가 잘 되어 있는 법인데. 그러나 나는 소설로 읽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거. 미루어 짐작컨대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는 거. 그 이유야 며칠 전에 적은 글로 대신한다.



연기는 잘 하지만 한계가 있었던, 박해일


박해일. 연기 잘 하긴 한다. 그런데 <은교>에서의 배역은 너무 나이가 많은 역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다. 행동은 괜찮았는데 목소리는 어쩔 수 없었던... 노인네 목소리라고 내는 듯 했지만 왠지 모르게 2% 부족했던... 왜 감독은 박해일을 분장까지 시켜가면서 선택한 것일까? 나이 많은 배우를 쓰지 않고?


어허라. 영화 속에서 젊은 이적요로 나온 모습(상상 속에서 은교랑 뛰어놀던)에서도 어라~ 박해일 머리 많이 까졌네 싶었는데 오~ 장난 아님. 나보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한국의 주드 로다. ㅋㅋㅋ 심는 게 좋지 않을까? 돈도 벌 만큼 벌 껀데 말이다.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니...


이 사진 영화 속에서 액자에 걸려 있는 사진이었던 거 같은데 이 모습 보고 나는 딱 떠올렸던 인물이 한 분 있다. 리영희 교수님. 왜 그렇게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살아 생전에 이 비슷한 사진을 찍어놓은 게 있었던가? 어디서 이 비슷한 걸 본 거 같기도 한데... 아마 내가 리영희 교수님의 저서를 좀 읽었다는 걸 아는 이들 별로 없다. 4권 읽었다. <전환 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 <10억인의 나라> 읽어봐라. 눈에 글자가 안 들어올 것이다. ㅋㅋㅋ


오~ 연기 잘 하네... 근데... 노출 수위가 좀...


김고은. 연기 정말 잘 한다. 인정해줄 만하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거니 뭐. 근데 한 가지 정말 내가 <은교>를 보면서 아쉬웠던 건 노출 수위다. 노출 수위가 낮아서 아쉬웠던 게 아니라 노출 수위가 높아서 아쉬웠던 거다. 꼭 그렇게 노출 수위의 강도를 높여야 했을까? 꼭? 그게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그렇게 유의미한 장면이었을까? 유의미한 장면이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토리 전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출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다고 본다. 충분히!

그런데 그렇게 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상업 영화다 보니 흥행을 고려해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정도 노출 수위냐? 김고은 음모 노출된다. 음... 꼭 그렇게 했어야 하나 싶다. 언론 기사에 보니 딸의 연기를 보고 난 아빠가 이렇게 얘기했단다.

너무 고생했고, 훌륭하다 (안아주면서)


만약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딸의 선택에 대해서 존중을 해줘야 하겠지만 마음 한 켠에는 '감독 이 새끼 죽여버리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듯 하다. 굳이 그렇게까지 노출 수위를 높일 필요는 없었다고 보는데 말이다. 참 노출 수위가 높아서 아쉬웠던 경우는 드문데 그렇더라고. 그런 연기를 했던 김고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린 나이에 말이다. 참 어려운 연기를 잘 했다고 할 수 밖에... 비단 그런 정사신만 그런 건 아니고... 은교라는 역에 정말 잘 어울렸다는...


나이 어린 고딩을 사랑한 노인네가 잘못인가?



존경받는 시인 이적요. 손자뻘되는 고딩을 보고 성적인 욕망을 갖고, 상상을 하는 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상상의 나래야 뭐 얼마든지 펼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상상을 했다는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해서 이적요가 현실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는 끝까지 현실에서(영화 속 또는 소설 속 현실이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누가 되는 행동은 안 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하고 싶어!'라고 외치고 있어도 말이다. 그런 내적 울부짖음을 꼭꼭 짖누른 채 은교를 상대해야 했던 이적요라는 인물을 왜 예고편에서는 그렇게 추잡한 인간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관심 끌려고? 낚시질?

나는 솔직히 이적요의 은교를 향한 행동들이 아름다워보였다. 순수하게 바라보고 순수하게 사랑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들여다 봤을 때, 남자라면 그런 상상을 누구든지 하잖아. 그런 상상을 하면서도 행동은 절제해야 했던 그 모습이 아름다웠던 거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현실적인 아름다움이랄까? 충분히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만한 아름다움이랄까?


<은교>의 매력



스승과 제자. 그 둘 사이에는 둘만의 비밀이 있다. 이 세상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비밀. 그 비밀을 간직한 채 제자의 엇나간 행동에도 묵묵히 인내를 했던 스승. 그러한 스승과 제자의 심리적 갈등과 함께 둘 사이에 놓인 한 여자 은교가 있었고, 은교를 두고 벌어지는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심리적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게 만든다. 이게 <은교>의 매력이다.

다만 조금은 개연성이 없는 마지막 부분(스승의 복수?)은 소설이니까 봐주자.(영화니까) 나름 다양한 결말을 생각했지만 이렇게 하자해서 결말을 그렇게 썼겠지. 스토리 상에 다소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라면 하나다. 그래도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는 생각했던 이상이었다.


<은교> 촬영지 중에 일산도 있더라


일산에서 번화가라고 하면 두 군데가 있다. 라페스타(줄여서 라페라고 부른다)와 웨스턴돔(줄여서 웨돔이라 부른다). 위 캡쳐화면은 그 중 하나인 웨스턴돔이다. 거의 매일 보는 곳이다. 왜? 사무실이 웨스턴돔 타워에 있으니까. 4층부터 사무실이고 3층까지는 이렇게 상가들인...


여기는 일산 라페스타에 있는 커피숍이다.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 나네. 라페스타라고 해도 롯데백화점 쪽 그러니까 민들레 영토 있는 쪽에 있는 커피숍으로 한 층 전부가 커피숍이다. 꽤 큰 커피숍인데 이렇게 룸 식으로 되어 있다. 사이드 쪽만 그런 게 아니라 중앙에도 부스와 같이 되어 있어서 룸 형식이다. 커피는? 별로다. 내가 다른 커피 맛은 몰라도 캬라멜 마끼아또 맛은 아는데 저번에 갔을 때 다시 해달라는 요청을 두 번이나 했을 정도. 좀 특이한 커피숍인지라 한 번 가볼 만은 하다.


예고편



+
<은교>에서 박해일이 쓰고 나오는 안경이 두 종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크롬하츠다. 최근에 내 크롬하츠 MINGUS-K 안경 나사가 빠져서 A/S 받으러 갔을 때 실장한테 물어보니 알더라는... 그래서 내 꺼랑 똑같은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내 꺼랑 옆은 비스무리한테 내 꺼보다는 저가 모델이라고. 음 글쿤. 여튼 내가 왜 눈여겨 봤냐면 내 꺼랑 비슷하니까. 분명 <은교>에서 내 안경 나온다고 했는데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해서 봤더니만 맞던데... 물론 같은 모델은 아니지만 거의 흡사하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