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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케빈에 대하여: 언론과 비평가들의 찬사는 받을 지 몰라도 나는 별로


나의 3,109번째 영화. 각종 영화제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고 예고편에서 왜?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기에 본 영화였는데 글쎄다.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렇게 극찬을 받아야할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퀘션 마크를 던지고 싶다. 단순히 흥행이나 재미를 위한 영화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뭘 얘기하고 싶었던 건데? 좋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해봤으면 하고 만든 건데?

모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고 치자. 그거 보여줄려고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만드나? 좋다. 그럼 이제는 주인공 케빈에 초점을 맞춰보자.(사실 <케빈에 대하여>는 케빈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케빈의 어머니 역인 에바의 관점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왜? 라는 궁금증을 관객들은 계속 하게 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정쩡한 답을 내놓는다. 참. 어이가 없어서.

정말 이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세상 살다 보면 별의별일이 다 생기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하자. 정말 정말 드문 상황이다. 그런다 하더라도 이런 극단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는 경우는 그 중에서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소설 쓰나? 찾아보니 원작이 베스트셀러였단다. 참... 이따구 스토리로 베스트셀러를 했다니. 심리 묘사가 매우 뛰어났나?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해서는 내 주관이 뚜렷한 편인데 어떤 걸 느끼게 해주겠다고 스토리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 똑같은 느낌을 전달해준다 해도 얼마든지 스토리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보거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케빈에 대하여>는 도무지 나란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힘든 영화였고 재미도 없다.

뭐랄까? 원작을 영화화 하면서 영화적인 기교를 쓴 부분도 맘에 안 든다. 시점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뭐 내가 스토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기는 해도... 쩝. 네티즌, 전문가 평점 8점 정도 수준의 수작이긴 한데 나는 미안하지만 5점 밖에 못 주겠다. 이런 영화는 안 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뭘 이해하라는 거니? 뭘? 내가 인간에 대한 이해나 철학적인 사고를 못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스토리를 보고 앉아 있어야 하는지...


자유분방했던 여행가에서 어머니로


어디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어 정착하게 된 주인공 에바. 표정을 보면 '이게 사는 건가?' 하는 그런 표정을 초반에 많이 보게 된다. 좋다. 엄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고뇌하는 그 모습이 아이에게 악역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의 영향이 매우 크다.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그래서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도 않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더한 상황에 처한 아이라도 <케빈에 대하여>에 케빈처럼 되는 건 아니다. 고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매우 극미하여 무시해도 좋다는 거다. 근데 이 에바라는 캐릭터도 퍽이나 특이한 캐릭터다. 케빈이 사고 치고 난 다음에도 그녀는 그렇게 놀라는 기색이 없다. 뭐랄까? 자신의 삶에 적극적인 한 여성에서 수동적인 엄마가 된 듯한 느낌?

보통의 엄마라고 한다면 소리를 지르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을 텐데 말이다. 그런 건 <케빈에 대하여>에서는 생략했다고 본다. 즉 <케빈에 대하여>에서는 그런 점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그래서 오히려 캐릭터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는... 그럼 도대체 뭘 중요하게 생각하고 찍은 건데? 뭐랄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꼭 뭔가 있어보이게 만들려고 하는 듯한 느낌?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개또라이 새끼, 케빈


와~ 내 자식이 이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Natural Born Evil? 태어날 때부터 뭐 이런 개또라이가 다 있나 싶다. 최근에 사건 사고들 보면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또라이 새끼들이 있긴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들은 후천적인 영향이 크다. 근데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은 후천적이라기 보다는 선천적이다. 그래서 Natural Born이라고 하는 거지.

소시오패스(Siciopath, 사회병질자)

공식적인 진단명으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고 하는데, <케빈에 대하여>에서 케빈이 이런 증상이라고 한다. 근데 이리 저리 찾아보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차이가 있는데 사이코패스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소시오패스는 양심이 없고 남을 잘 이용하는 이들이라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케빈은 사이코패스잖아?

마지막 대사도 참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 에바(엄마)가 묻는다. 왜 그랬냐고. 아들 케빈이 말한다. 첨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고. 뭐냐고? 뭐 어쩌라고? So What? 아 짜증 지대로네. 내가 이해를 못한다고? 이해는 해석을 해야 가능한데 이걸 두고 뭘 어떻게 해석하라고? 수천 수만가지 해석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해석 자체가 나한테는 불가능하다.

그럴 듯하게 해석 좀 해봐바. 누가. 엉? 진짜 또라이 같은 새끼. 이런 걸 보면서 도대체 뭘 이해하라고 뭘 느끼라고 소설로 적고 영화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것도 나에겐 없고, 인간으로서 이해를 해줄 만한 영역도 아니고, 이런 건 일어나지도 말아야 하겠지만 안 보고 지내는 게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을 듯 싶다.


내 주변의 소시오패스들

그래도 <케빈에 대하여> 보면서 알게 된 소시오패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도 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식채널e에서 소시오패스에 대해서 다룬 짤막한 영상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전체의 4% 정도 수준이 소시오패스에 해당한단다. 양심이 없고, 남을 잘 이용하고 감정 조절을 특히나 잘 하는... 일명 사기꾼. 이미 나는 그들에게 사기를 당해본 경험이 있고.

지식채널e에서도 잘 나오지만 그런 이들에게 상처 입은 거는 참. 돈은 잃을 수 있다. 있다가도 없고 그럴 수는 있어도 잃어버린 신뢰는 복구하려면 참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한 인간에 대한 배신은 참... 인간이 인간다워야 인간이지. 그렇지 않은 인간들은 인간이 아냐. 난 이런 류의 인간들은 상종 안 한다. 내가 배려를 하면 그걸 이용하는 족속들인지라.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