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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코미디의 왕: 평생 바보로 살기보다 하룻밤이라도 왕이 되길 원했던 남자 (1983)


나의 3,180번째 영화. 오래 전부터 알았던 영화였지만 제목에서 오는 선입견 때문인지 미국식 코메디를 그리 재밌어 하지 않는 나인지라 보기가 조금은 망설여졌던 영화였는데 기우에 불과했었다. 사실 고전 명작 리뷰하겠다고 맘 먹고 일주일에 하나씩 꾸준히 보다가 한동안 잠깐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다른 연재들에 비해서 고전 명작 리뷰는 정말 내게 도움이 되는 거 같다. 물론 모든 고전 명작들이 내게 잘 맞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률적으로 괜찮은 영화들이 많다. 여기서 괜찮은 영화라는 건 영화를 보고 나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를 말한다.

<코미디의 왕>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소재는 코미디의 왕이 되고저 하는 한 인물(로버트 드 니로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지만 비단 코미디에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꿈을 쫓아 달려나가는 사람이라고 하면 누구나 볼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 말은 결국 모든 이들에게 충분히 볼 만한 영화라는 말이다. 이 세상 어느 누가 꿈을 쫓아 달려나가지 않느냐고. 단지 정도의 차이고 때에 따라서는 전력 질주할 때도 있고 쉬어 갈 때도 있는 거지.

물론 <코미디의 왕>에서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인물로 그려지고는 있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그렇게 캐릭터를 설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사실 영화가 아니면 그런 캐릭터를 그리기도 쉽지 않잖아? 그런 캐릭터를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가 중요한데, 내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아닌 이상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느껴지는 바가 있기에 이를 중심으로 리뷰를 적어볼까 한다.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다.


평생 바보로 살 것인가? 하루라도 왕처럼 살 것인가?

<코미디의 왕>의 주인공 루퍼트 펍킨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또라이에 정신병자인데 <코미디의 왕>에서는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게 포인트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라고 하는 범위를 벗어난 주인공의 행동과 극단적인 선택이 <코미디의 왕>에서는 꿈을 향한 아주 순수한 열정의 발현으로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잘못된 행동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 분명 그것이 비록 순수한 열정의 발현이었다 하더라도 그의 행동에는 지나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왜 그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선택을 하면서 그가 하고자 했던 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만약 이게 현실에서 벌어진다고 한다면? 그 내막을 온전히 이해하지 않는 이상 주인공 루퍼트 펍킨을 정신병자로 볼 수 밖에 없을 듯. ^^;

그는 유명한 TV 쇼에 출연하기 위해서 유명 코미디언을 납치하고, 이를 빌미로 협박하여 생애 첫 데뷔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에 서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준비해왔던 코미디를 선보인다. 그리고 코미디 마지막에 이런 얘기를 한다. 평생 바보로 살기보단 하룻밤이라도 왕이 되고 싶었다고.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는 스스로 자신은 타고난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고 큰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걸 이루기가 쉽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스스로 질 것을 각오했기에 하룻밤의 왕이 되기로 결심한 거다.

그러면 그는 한방을 노린 것일까? 데뷔 무대가 마지막 무대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볼 수가 없다. 그럼 그는 부귀영화를 위해서 그런 것일까? 무대 끝나고 나면 감옥 갈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그는 단지 그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순수한 열정(비록 순수하지만 과한)에서 비롯된 거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꿈이 이제 곧 현실이 되는 순간 앞에서 몇 시간 뒤에 감옥에 가는 거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꿈의 무대에 서 보는 거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를 미워하기 보다는 동정심이 드는 거다.


꿈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워본 적이 있는가?

비록 과하기는 했지만(영화니까 이해해야할 부분이라 본다) 우리는 그만큼 순수하게 남들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올해 들어서면서 나는 꼭 다시 재기를 위한 도약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슬럼프 때도 참 많이 들었던 생각이 내가 이럴려고 지금껏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었다. 나도 한 때는 큰 꿈이 있었고 그걸 이루기 위한 열정이 가득했는데 세상을 알면서 점점 세상과 타협하고 물들어가는 듯 했고, 그런 열정을 스스로 욕심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열정을 불태워보리라 생각했던 거다.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나는 <코미디의 왕>을 보면서 가장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열정(Passion)이었다. 순수한 열정. 그래서 어울리는 단어로 성공(Success)이 아니라 꿈(Dream)을 선택한 거고. 성공이라는 단어는 열정보다는 욕구, 욕망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듯. 주인공 루퍼트 펍킨의 행동이 비록 정신병자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는 남들처럼 남들 눈에 내가 쪽팔려 보여서 이러지 못하고 그렇지는 않다. 그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꿈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이 아닐까?


과연 루퍼트 펍킨을 정신병자로 취급할 수 있을까?


주인공 루퍼트 펍킨이 비록 법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잘못이라고 할 만한 극단적인 행동을 하긴 했지만 단순히 행동을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를 정신병자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적어도 그는 꿈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행동이고 그 스스로도 그 행동이 잘못임을 알고 책임을 지려고 각오하고 한 거 아닌가? 그것도 장남감 권총을 들고 말이다.

오히려 성공을 위해서(꿈이 아니다) 남을 이용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는 인간들이 더 정신병자라고 봐야하지 않나? 그러나 그들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왜? 법도 자신의 이득에 맞게 잘 활용하거든. 그래놓고 자신은 죄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그런 이들이 오히려 나는 정신병자에 걸맞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루퍼트 펍킨을 정신병자로 취급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으로는 더 순수한 사람이라고 본다.


나는 유명해져도 당신을 잊지 않을 거에요

그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잘 나타내주는 장면이 있다. 그가 TV 쇼에 출연한 후에 FBI와 함께 간 곳이 바로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일하는 바(Bar)다. 바에 있는 TV 채널을 자신이 출연한 TV 쇼로 바꾸고 그녀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동행한 FBI와 함께 바를 나서면서 그녀를 보고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유명해져도 당신을 잊지 않을 거라고. 어찌보면 의미없는 대사일 지는 몰라도 이런 대사들이 그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대사가 된다. 꿈에 대한 순수한 열정 외에 그는 사랑에 대해서도 순수했다.

원래 쇼 비즈니스 세계가 그렇다. 오랜 시간동안 남들에게 주목을 못 받을 때는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주목을 받고 난 후부터는 생활이 많이 달라진다. 어떤 이는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살지만 어떤 이는 원래부터 나는 이렇게 산 양 행동한다. 이걸 나쁘다고 볼 순 없다. 왜냐면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대부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되니까. 그게 인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걸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극히 당연한 범주의 영역으로 둔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 즉 과거를 잊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인간 됨됨이가 더 낫다라고 보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가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이건 주인공 캐릭터를 잘 드러내기 위한 대사라고 봤다. 다소 현실을 꼬집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코미디의 왕>은 블랙 코미디적인 성격도 다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여튼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감옥 중에 쓴 회고록은 백만달러에 선계약 되고, 석방 후에는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꿈의 무대에 코미디의 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서게 된다. 박수 갈채와 함께 클로즈업 되는 주인공의 표정. 로버트 드 니로가 명배우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다.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명 배우와 유명 감독 파트너를 잘 알 거다. 그 중에 하나가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 <갱스 오브 뉴욕> 이후로는 로버트 드 니로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바뀌었지만. 

<코미디의 왕>은 이 둘이 만들어낸 5번째 영화다. 첫번째가 <비열한 거리>, 두번째가 <택시 드라이버>, 세번째가 <뉴욕, 뉴욕>, 네번째가 <성난 황소(분노의 주먹)>, 그리고 <코미디의 왕>. 그 이후에 함께 한 작품들에는 <좋은 친구들>, <케이프 피어>, <카지노>가 있다. 이 중에 <뉴욕, 뉴욕>만 못 봤네.


실제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제리 루이스

<코미디의 왕>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등장하는 배우 제리 루이스는 실제로 코미디언이다. 그렇다고 우리 나라에서 생각하는 코미디언하고는 조금 다른 게 자신만의 텔레비젼 쇼가 있었고, 코미디 영화 배우로 활동하면서 제작까지 한 인물. 그 중에 눈에 띄는 영화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너티 프로페서>다. 제리 루이스의 최고 히트작(영화). 내게 눈에 띈 이유는 에디 머피 주연의 <너티 프로페서>는 봤기 때문. 그러나 에디 머피 주연의 <너티 프로페서>가 리메이크 작이라는 건 이제야 알았다.


예고편




풀영상



다만 한글 자막 없는 영상이다. ^^; 아 그리고 <코미디의 왕>은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다. ^^;


+ '고전 명작들' 연재는 매주 일요일에 연재할 예정이다.
+ 고전 명작들 리뷰들만 보기 → 리뷰가 있는 80년대까지의 고전 명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