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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허트 로커: 비정상적인 한 남자에게 투영된 미국의 자화상


나의 2,908번째 영화. <아바타>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하여 제82회 아카데미 수상식 발표 직후에 바로 찾아서 본 영화 <허트 로커>.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른채 무작정 봤다. 단지 포스터를 보고 전쟁 영화구나 하는 생각만 했었다는...

물론 전쟁 영화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흥미 위주의 전쟁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오스카상을 수상했다라고 하지는 않겠다. 요즈음의 오스카상은 오스카상답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말이다.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 


주인공을 통해 투영된 미국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제레미 레너. 바그다드에서 폭발물 제거반 팀장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처음 보는 배우인데 그다지 터프하지 않은 인상이지만 꽤나 배역을 잘 소화한 배우. 처음에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미군의 활약상에 대해서 그린 영화처럼 보였다.


원래 전쟁 영화에서 영웅 캐릭터는 흔하지 않은가? 이 때문에 이 또한 자국 우월주위 망상에 빠진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기에 오스카상을 준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조금 이상한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웅이긴 하지만 또라이라는 거.


용감하다, 군인답다라는 말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것이 이 폭발물 제거반의 팀장이 이라크에 온 이유가 제시되면서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될 이라크에 왜 이 팀장은 와야만 했을까? 그것이 <허트 로커>에서 캐서린 비글로우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 듯.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물들어 정상적인 생활이 오히려 그에게는 비정상적이었던 그였던 지라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을 미국에 두고 이라크로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즉 그에게는 전쟁이라는 상황이 오히려 정상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속에 있어야 자신의 존재감을 발견할 수 있는...


왜 이라크 전쟁을 치루어야만 했는가? 사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최근 영화 <그린 존>에서도 보이듯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부러 전쟁을 벌이는 미국 아니던가?(물론 정확한 내막이야 알 수는 없겠지만 여러 나오는 얘기를 미루어 나는 음모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어떻게 이 캐릭터를 그려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중에 하나다. 미국이 만들어낸 슬픈 인간상 또는 이 인물 자체가 미국을 묘사하는 것이라는... 그 어느 것이 되었다 하더라도 캐서린 비글로우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반전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전쟁을 즐기는 비정상적인(?) 미국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듯 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그러나 찾아보니 이라크에 폭발물 제거반으로 참여했던 군인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던 부분도 있다.)

어쨌든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재미와 감동 그리고 3D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아바타>를 누르고 오스카상을 수상한 게 아닌가 한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나았던 듯.


캐서린 비글로우: Kathryn Bigelow


참 재밌는 게 이 감독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부인이었다. 물론 지금은 이혼했지만. 시상식 때도 앞뒤에 앉아 있더만. 척 보기에도 기럭지가 좀 남다르다 싶은 감독. 키가 무려 182cm다. 모델해도 되겠다는... 그럼 제임스 카메론은? 188cm다. 헐~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데...


비록 헤어졌지만 충분히 오스카상을 수상할 능력이 되는 감독이라고 축하해주는 제임스 카메론. 이런 걸 보면 참 미국 사람들은 이성관계에 있어서 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가이 피어스: Guy Pearce


제레미 레너가 신임 팀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폭발물 제거반 팀장을 맡았던 배우, 가이 피어스. 아쉽게도 영화 초반에 용감하게 폭발물을 제거하다가 용감하게 죽는 조연이다. 가이 피어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메멘토>. 꽤 매력적인 배우다.



예고편: Trailer



현재 개봉된 영화 중에서는 <허트 로커>만한 영화는 없다. 뭐 이제 곧 <아이언 맨 2>가 개봉 대기중에 있지만 말이다. 단순한 재미만으로 볼 영화는 아니지만 지루하지도 않고 꽤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추천하는 바~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 '허트 로커'
▲감독상 : 캐서린 비글로우('허트 로커')
▲남우주연상 :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
▲여우주연상 : 산드라 블록('블라인드 사이드')
▲각본상 : '허트 로커'
▲남우조연상 : 크리스토프 왈츠('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여우조연상 : 모니크('프레셔스')
▲각색상 : '프레셔스'
▲장편 애니메이션상 : '업'
▲단편 애니메이션상 : '로고라마'
▲외국어영화상 : '시크릿 인 데어 아이스'
▲촬영상 : '아바타'
▲다큐멘터리상 :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단편 다큐멘터리상 : '뮤직 바이 프루던스'
▲단편영화 작품상 : '더 뉴 테넌트'
▲시각효과상 : '아바타'
▲의상상 : '영 빅토리아'
▲편집상 : '허트 로커'
▲음향상 : '허트 로커'
▲음향편집상 : '허트 로커'
▲작곡상 : '업'
▲주제가상 : '크레이지 하트'
▲분장상 : '스타트렉: 더 비기닝'
▲미술상 : '아바타'
▲공로상 : 故 존 휴즈


내가 안 본 영화 중에서는 <크레이지 하트>와 <프레셔스>는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