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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TV 책을 말하다" 방청 소감

벌써 저번주가 되었다. 얼마나 포스팅을 안 했으면...
헤밍웨이님이 방청 신청을 해주셔서 같이 갈 수 있었다. 고마운 분이다.
우리는 블로그로 알게 되었지만 책이라는 것으로 소통하는 듯...

녹화는 8시부터지만 입장 이전에 방청 신청자 확인 때문에
조금 일찍 만나야했기에 이른 시각에 출발해서 헤밍웨이님을 만나
저녁을 얻어 먹었던... 감사하게도... 담번에는 내가 쏴야~

주제를 잘못보고 간 덕에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해서 방청을 했는데,
내가 방청한 프로그램의 주제는 "감각의 재해석"이다.
많은 얘기가 나와서 그에 대해서는 사실 적으려면 몇 개로 나눠야할 듯.
그것은 방청한 사람들의 특권 정도로 이해해야 할 듯... ^^

핵심만 간단히 추려서 얘기를 하자면,
산업화,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이성을 더 중시하는 시대가 되어
감각을 외면하는 이 때에 감각이라는 것 즉 인간의 자연상태 그대로의 것에
대한 다양한 얘기
를 했던 시간이다.

첫번째 이야기 : 오감각 + 공감각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작가정신

이 책에 대한 얘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던 것 같은데,
참 다양한 얘기들 중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오감 중에서 어떤 감각이 가장 우리가 많이 쓰는지 : 시각
이성의 판단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감각은 : 시각
그 외에 이 책의 순서가 왜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인지에 대한 얘기들
그리고 특히나 공감각에 대한 이러 저러한 다양한 견해들
그런 얘기들 속에서 왕상한 교수님의 액션들로 인해 웃음을 자아냈던 것 또한
기억에 남는 방청 일화가 될 듯 하다.

과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내용을 두루 갖고 있는 책인데
나는 이 책을 선택해서 받았다.
헤밍웨이님과 돌려보기 위해 서로 다른 책을 ^^
헤밍웨이님은 미리 원하는 책을 찍어두셔서...

방청 때 들은 이 책의 핵심은 우리가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너무 감각이라는 것을 무시하고(감각적이다=외설적이다)
일부 감각에 대해서 혹사를 시키고 있다는 점(시각)과 함께
감각은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며,
이성도 감각기관을 통해서 연결이 될 수 있는(읽어야 생각하지 봐야 알지등)
것이기에 감각 그 자체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공감각에 대한 중요성 또한 책에서는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두번째 이야기 : 청각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이가서

얘기 도중에 중간에 왕파리 때문에 녹화를 중단하고 파리 잡는 시간이 있었던...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방청의 묘미인 듯.

이 책은 소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실상 소리, 청각이라는 과학적인 접근의 책이 아니라
우리가 이제는 듣지 못하는 잃어버린 소리에 대한 인문학적인 책이다.

저자분께서 직접 나와서 저자의 견해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때는 사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보다는 해몽"
나쁜 뜻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작가는 단순히 이런 의도에서 적었는데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은 해석 자체에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
작가의 의도를 과대 포장하게 되는...

패널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조짐이 약간은 보였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해석이야 자유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하기 나름이니까.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와 같은 경우에 평론가들의 얘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이유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이와 관련된 내 글은 다음 글이다. <영화 평론에 대한 단상>

어쨌든 이 책에서는 20~30년 전만 해도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잃어버린 소리들을 인문학적으로 매우 가치있게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인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문학적인 표현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패널들조차도 이런 의성어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는(그들도 교수인데)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책이다.

자연의 소리가 기계음으로 바뀌어가면서 인공의 소리들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우리의 청각이 피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첫번째 이야기와
자연스레 연결을 시키고 있었다. 책만 봐서는 사실 연결점이 없을 듯 한데... ^^

디지털 음향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없는 소리도 만들어내고
그런 디지털은 쉽게 복제되고 변형되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런 자연의 소리가 잊혀지는 것이 아쉽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녹음된 것은 자연의 소리가 아니다.)

세번째 이야기 : 관음증에 대한 우리의 자세

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시울)

이 책을 추천한 진중권 교수님.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시다.
정말 박학다식한 지식을 소유하고 계신... 말도 조리있게 잘 하시고...
특히나 다른 것보다 내가 이 책을 얘기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Photo Journalism 과 Visual Communication 에 대한 얘기였다.

이 책은 왜 사람들은 전쟁 사진과 같은 타인의 고통을 보려고 하는가?
관음증이라는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를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인간의 양면성으로 인정은 하지만 그것이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런 얘기보다는(작가적 견해에는 동의를 하긴 하지만)
진중권 교수님이 얘기한 포토 저널리즘과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매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보는 한 장의 사진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과 그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런 상황에서 사람은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윤리적인 문제들.
그런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귀가 솔깃했다.

내가 몰랐던 내용도 있었거니와(사진이 어떻게 왜곡이 되는지)
그런 것을 들으면서 앞으로 사진을 보는 내 관점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듯...

다만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So What? 이게 약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인문학에 대한 내공이 깊은 분들은 생각이 깊이가 매우 깊다는 것을 느끼긴 하지만
대신 So What? 그럼 어떻게? 그래서 뭐? 라는 얘기에는 답변을 하지 못한다.
그게 인문학의 한계인가? 인문학의 한계라기 보다는 인문학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깊이 있는 견해에 그런 시각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번 방청을 통해서 느꼈다.

진중권 교수님의 얘기 속에 비평이라는 것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물론 직접적으로 교수님이 그렇게 얘기하신 것은 아니지만
내가 캐치를 한 바는 비평은 문제의 해결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게 비평가의 역할이라는 점. 그 해결점은 비평가의 몫이 아니라는 점.
그런 것을 느꼈다.

오호~ 그렇다면 나도 얼마든지 비평할 수 있는데. ^^
다만 나는 비평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에
더 포커싱을 두는 사람이라... 비평가들의 견해를 듣는 것이 나에게는 더 적합할 듯.

아쉬운 점

패널들과 방송 후에 뭔가 뒷풀이를 통해서 허울없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청하는 동안에는
정말 재미있었기에 아쉬운 점이 없었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매번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청자들 중에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지정하는 경우여서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부분들을 묻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뒷풀이가 있었다면 그런 아쉬움이 해소될텐데...

돌아오는 길에 헤밍웨이님과의 대화에서도 얘기했지만
내가 만약 유명 인사에 돈 많은 사람이라면 패널들 다 초대해서
식사나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
원래 내가 힘이 실리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잘 아는 편이라... ^^
돈은 버는 것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법.

세상 태어나서 처음 방청을 해봐서 그런지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듯...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방청하고 찍은 사진 : <TV 책을 말하다 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