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로 SF 의 최대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우선 시각적인 효과 즉 특수효과가 년도를 생각하면 화려하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슈퍼맨이 10년 뒤인 1978년도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감이 오는가? 지금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아닌 합성과 미니어처 그리고 세트장으로 촬영했다는 것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흠잡을 데 없는 시각 효과인 듯 하다. 그래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듯...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가 인간이 달을 정복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놀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의 첫부분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영화라기 보다는 책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간의 역사>라고 하는 책을 보는 듯한 느낌. 그래서 나름대로는 기대감도 있었다. 영화 내용 자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앞으로 내용 전개가 어떻게 될 지 하는 기대감 말이다. 유인원 시대에 검은 막대기둥 하나가 어떤 이 영화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듯 했다. 그리고 영화는 400만년 뒤의 미래로 간다. 그 당시의 생각에 그려진 미래. 21C 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보듯이 그 당시에는 신선한 미래였을 것이다. 그 미래를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지금보다 훨씬 미래적인 부분도 있고,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영역도 있고 하지만 영화다. 영화로서 이해한다면 보여주는 비쥬얼한 부분이 당시에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문제는 내용이다. 정말 난해하다. 인류의 시작이라는 서막을 올리고 난 다음에 갑작스럽게 400만년 뒤의 미래가 나오고, 그 실마리가 검은 막대기둥이라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것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파견된 사람들. 우주에서의 생활, 인간과 기계와의 갈등등을 보여주고 결국 마지막에는 우주의 탄생이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주인공이 자신이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결국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생명의 신비?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윤회라는 것을 보여준 것인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난해한 영화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중간에 InterMission 이라고 해서 중간 휴식동안 음악만 나오고 화면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 황당했다.
원래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영화들 치고 이렇지 않은 영화가 없어 나름대로는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답을 모르겠다. 글을 써도 좀 있어보이게 쓰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들이 뭘 느끼고 어떻게 생각해서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보면서 나름대로는 진지했다. 그래도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시각 효과만이 아니라 시상식에서 자주 나오는 음악(Jun 06, 2007 알게되었다. 아래에 밝힌다.)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상한 소리들의 사운드 효과가 영화 장면 장면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시각 효과, 음향 효과는 논할 여지가 없을 듯 하고, 조금은 무게가 있는 주제를 다루는 듯 한데, 솔직히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표현을 했는지는 잘 이해가 안 갔고, 그 표현이 관객들에게 동의를 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감독이 이러한 일련의 무거운 내용들을 한 번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로서 얘기한다고 하면 얘기는 다를 수 있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과 기계의 대립이라는 것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내 나름대로는 느낀 바가 있지만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영화에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당시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해볼 때 이러한 영화를 제작하고 생각해 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물론 원작은 따로 있지만 말이다. 다음은 "영화 매니아가 봐야할 100편"에서의 평론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내가 이 평론에 대해서 적은 글이다. 읽고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참고하길 바란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영화가 철학이고 종교일 수 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6백만달러로 시작된 대작 SF영화가 1천만달러짜리 언더그라운드영화로 탈바꿈한 것도 기적이지만(메이저영화사가 멋지게 당했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메이저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사상 최고의 실험영화인 셈이다), SF영화가 이처럼 진지한 문명비판과 철학적·종교적 주제를 심오하게 구현했다는 것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큐브릭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완벽한 독립영화작가이다. 메이저의 돈을 끌어다 쓰면서도 그의 영화는 수시로 메이저영화의 관습을 벗어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내러티브의 관습적 전개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경이로운 우주의 공간과 우주선의 기하학적 구도가 영화 전반부에 걸쳐 플롯보다 더 중요하게 제시되는 것이다. 특히 <푸른 다뉴브>의 멜로디와 함께 하는 우주선의 '기계발레'는 데이비드 린의 '사막'과 더불어 영화사에 있어 전혀 뜻밖의, 가장 아름답고도 놀라운 장면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되는 주제는 '신'의 문제와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인간의 비인간화'이다. '인류의 기원' 편에서부터 시작되는 인간의 진보는 도구·무기가 발견되고 만들어지는 과정과 일치한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는 곧 인간의 비인간화를 낳고 그리고 마침내는 2001년 즈음에 이르러 컴퓨터가 더 인간적인 감성을 지니게 된다.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의 통제컴퓨터 핼(철자로는 HAL이지만 발음은 마치 '지옥'처럼 들린다)은 자신의 기능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조그만 실수에도 그것을 수치로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비행사 데이브에 의해 해체되어 갈 때 핼은 '데이지'를 부르며 죽어간다. 그는 일면 빅 브라더였으면서도 프랑켄시타인이었던 것이다(HAL의 철자 하나씩을 뒤로 넘기면 IBM이 된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또한 과학문명의 발달은 곧 '커뮤니케이션'의 발달과도 그 맥을 같이 하는데 큐브릭은 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 발달할수록 '간접적'이 되며, 그에 대한 신뢰가 커질수록 진실은 왜곡되기가 쉽다고 본다. 여기서 21세기의 많은 사람들은 통신수단을 통한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을 행하며, 또한 핼은 절대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컴퓨터라는 절대적인 신뢰가 커뮤니케이션의 왜곡을 낳고 불행한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점차 간접적으로 변해가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인간적 유대관계는 점차 상실돼 가는 것이다.
목성을 향하던 데이브가 발견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의 늙은 모습, 임종,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탄생'의 의미에 이르러 비로소 큐브릭은 '신'의 존재를 묻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인류의 기원') 플로이드 박사의 딸의 생일, 우주비행사 프랭크의 생일, 그리고 마지막 장면인 데이브의 재탄생에 이르기까지 '탄생'은 곧 생명의 존귀함과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신비를 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는 인간존재의 미미함을 의미한다(이를테면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이 신의 존재에 비하면 부처님 손바닥에서 노는 손오공 같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데이브는 예수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예수가 때로는 다윗(DAVID)의 아들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는 점(마태복음 1:1)에서 이는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주제를 큐브릭은 논리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경험하고 느끼게 하려 했다. 음악과 구도, 특수효과 등은 이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모든 SF영화는 이러한 <2001년: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우주선과 우주공간, 스타게이트의 이미지 등 독창적인 세트디자인과 막스 오필스의 그것에 비견될 만한 카메라움직임,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학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이 '우주의 대서사시'는 이제 신화가 되었다. <필자: 김지석/부산예술전문대학 교수> |
내가 보기에는 이 교수도 영화 관련된 책을 많이 본 듯 하다. 거기서 본 내용들을 짜집기하지 않았나 하는 겁없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볼 때 아무 백데이터 없이 그냥 봤을 때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는 힘들텐데.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생명의 탄생을 나는 생명의 신비라는 것에 대해서 윤회라는 관점에서 불교의 사상을 생각했었는데... '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자 했다면 끝을 그렇게 맺어야만 했을까???
또한 인간의 비인간화라는 부분에는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다. 영화 전반적인 내러티브 어디에서도 비인간화라는 부분은 볼 수가 없다. 다만 HAL 9000 이라고 하는 완벽한 컴퓨터가 감성이라는 것을 가지면서(이것은 내가 현재 브레인 스토리라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이라 하는 얘기지만 불가능하고 앞으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당분간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뇌의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또한 너무나 복합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대립하는 것에서 감독은 당시로서는 먼 미래인 2001년 이라는 21C 에 초래할 인류 문명의 기계화에 대한 문제점을 메시지로 던져주고 있다고는 느끼지만 그것이 비인간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비인간화라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인간과 기계의 대립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이 변해가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HAL 이라는 것이 알파벳 철자 순으로 IBM 의 앞자들이라는 점을 제시하는 것도 분명 내가 볼 때는 이 교수가 발견한 게 아니라 어디서 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평론도 외국의 것을 베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어떻게 저런 평론을 적는지 매우 궁금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 지식의 급이 낮아서 이해를 못 했던 것인지...
(Jun 05, 2007-v2 추가) 서두에 나오는 음악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독일 철학자 니체의 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그 감동으로 작곡한 동명의 교향시에서 따온 선율이라고 한다. 또한 니체는 조로아스터를 흠모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