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랜 만에 10점 만점을 주고 싶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정말 감동적인 영화다. 그리고 너무나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던 영화고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던 영화다. 이제 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1. 영화 자체에 대해서
이 영화는 유명한 영화가 아니다. 대단한 감독도 대단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도 아니다. 좀 봤다 싶은 배우라면 의사 알프레드 블라록으로 연기를 한 알란 릭맨 이라는 배우 정도다. 유명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이 TV 영화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TV 에서 추석이나 설을 위해서 특별히 만든 작품이라는 얘기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TV 영화다. 그러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너무나도 유명해 영화로 인식한다. 그 작품이 극장용인지 아닌지에 따라 영화이고 아니고를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고로 TV 에 나오는 드라마도 어찌보면 시리즈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단지 극장용(2~3시간 남짓의 상영용)이 아닐 뿐이다.
이 영화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만든 HBO 에서 제작했다. 최근에 HBO 에서 제작한 영화 다른 것을 본 기억이 나는데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HBO 에서 제작하면 믿을 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그 영화 자체가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든다.
제목인 Something the Lord Made 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영화를 가만히 생각해볼 때 Heart 가 아닐까 한다. 심장. 그 당시에도 심장에 칼을 대는 것이 종교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역시 종교인들은 어딜 가나 지랄이니... 최근에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종교적인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얘기하면 다 되는 줄 아는 사람들... 정말 싫다. 무엇이 더 옳고 무엇이 더 중요한 지는 생각치 아니하고 오직 종교적인 논리를 내세운다. 우리 집안이 기독교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영화 내용에 대해서
영화 내용을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줄거리를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얘기해야겠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세계적으로 권위있고 유명한 의대 좁 홉킨스의 알프레드 블라록과 비비엔 토마스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극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역시나 나는 실화라고 하면 더 감동을 받는 스타일이다. 있을 법한 얘기가 아니라 있었던 얘기를 작품화한 것이라서 말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부분에 많은 생각을 했다.
1) 알프레드 블라록의 캐릭터와 비비엔 토마스의 캐릭터
2) 시대적인 배경과 그런 상황에서 두 캐릭터가 갖게 되는 인식
3) 서로 간의 인식의 차이에서 누가 더 나았냐고 할 수 있는가?
4) 아직도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헷갈리고 있는 철학과 현실의 괴리
이것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알프레드 블라록은 뛰어난 사람이다. 단지 그가 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내서가 아니라 인재를 볼 줄 아는 식견을 가지고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할 때 흑인을 무시하는 백인이 지배적인 사회 경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비비엔 토마스라는 흑인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일을 시킨다. 역시 인재는 인재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알프레드 블라록이라고 해도 의식적으로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나는 너에게 기회를 줬다'라는 생각이다. 그런 지배적인 생각 때문에 기회를 주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열심히 같이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 이상의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비비엔 토마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아쉽다고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과 다르다. 인간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의식적으로 한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결국 그는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철학적으로는 아직 생각이 깊지 않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똑똑하고 의학계에서는 뛰어날 지 몰라도 아직 인간 본연으로서의 내공은 깊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의식적으로 발현되는 시점이 있다.(적어도 영화에서는) 비비엔 토마스에 의지하고 그가 없으면 연구가 진행이 안 될 듯 했던 것은 비비엔 토마스가 의사 과정을 한 번도 이수하거나 수료하지 않았지만 의사들보다도 탁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비엔의 쉬지 않는 연구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결국 알프레드 블라록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것은 다른 여느 의사들이 아니라 의사 신분도 아닌 일개 흑인 비비엔 토마스라는 사람이었다. 그를 발견한 것은 블라록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것은 무슨 말인고 하니 인생에서 뭔가 하나를 줬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평생 울궈먹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기회를 주고 발견을 했다는 것은 정말 남들이 하지 못하는 대단한 일이지만 모든 업적을 자신의 공로로만 취했던 블라록은 결국 기회를 주고 발견을 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기의 업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서 그를 선택하고 이용했다는 결론 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도 아쉽고 미운 행태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 많다. 자기가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업적으로 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말 쓰레기다. 정말 싫다. 정말 없애버리고 싶은 놈들이다. 물론 블라록이 더 많은 기여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럼 그 기여도라는 것을 어떻게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영화에서는 블라록도 위대하지만 비비엔이 없었으면 결코 이룰 수 없었거나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대 상황 속의 비비엔은 흑인이 괄시받는 것을 어찌보면 당연하고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왜냐면 그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 말이다. 그래서 7년 동안 돈을 모아 학자금을 마련했는데, 은행 파산으로 7년 동안 모은 모든 돈을 날리기도 한다. 그리고 블라록을 만나서 기회를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의대 진학을 포기하면서 까지 블라록을 도우면서 임상 실험을 계속하게 되고 결국에는 의사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비비엔이 단순히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정도 열정이지만 그에 맞는 자질과 머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블라록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코! 비비엔은 그런 블라록에게 세 번의 반항을 한다. 한 번은 블라록이 가르쳐 주지도 않았던 것에 대해서 알려줬다고 윽박지르며 무시할 때이고, 또 한 번은 자신이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자신은 흑인이고 의사 학위가 없기 때문에 3등급 노동자로 분류되었다는 것 때문이고, 마지막은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도 모든 스폿라이트는 블라록에게 초점이 맞추어졌을 때였다.
영화에서는 비비엔을 결코 나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3등급 노동자로 분류된 것 때문에 그만둔 이유도 돈 때문이 아니라 3등급 노동자가 아니라 나는 임상 실험을 하는 사람이라는 어떤 직업적인 자부심, 일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고, 모든 공로가 블라록에게 갔을 때 그가 그만둔 이유는 자신도 그런 대가를 받고자 해서가 아니라 블라록이 그래도 자신을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비비엔처럼 그렇게 착하지는 못하다. 적어도 나라면 절대 그렇게 착하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비엔은 흑인 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태어났고 그러한 것을 보면서 자라왔기에 그러한 것을 어쩌면 조금은 무던하게 봤을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중에 브라록을 떠나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블라록을 찾은 것이 그 실험을 일을 다시 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에 그는 자존심이나 돈보다도 일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남달랐던 사람인 듯 하다.
최근에 TV 에서 스타가 된 황우석 박사. 그의 노력이 대단한 것도 사실이지만 황우석 박사처럼 마케팅적으로 뜨지 못한 숨은 황우석 박사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것이 더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가? 더 실력이 있지만 TV 에 나오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몰라서 더 위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해봤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나중에 명예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되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알아준다. 내가 실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남이 알아주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교훈을 주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블라록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싶지는 않다. 지 잘난 줄만 알지 남 인정할 줄은 모르는 놈이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배운 것도 있다. 무엇을 배웠냐면 나는 이러 이러한 순간에 상황에 놓이면 이렇게 해야겠다. 왜냐? 그것이 옳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 말이다. 항상 경영, 경제 서적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혼자서 생각을 할 때 이런 생각들을 퍽이나 많이 하는 편이다. 간만에 10점 만점 짜리를 줘도 될 만한 좋은 영화를 만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 꼭 추천한다. 꼭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