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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리틀 벳: 위대한 창조와 혁신적인 성공은 작은 실험에서부터


뭐 아직 읽지는 않은 책인데 오늘 도착했다. 에코의서재 주현욱 팀장님이 보내준 책인데 약간 훑어보니 꽤 재밌을 듯 하다.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일단 접고(이건 23가지 별도의 얘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거라 중간에 읽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도 별 상관없다.) 이거부터 읽어볼 생각이다. 왜냐면 여기서 다루는 건 내가 낼 책에서도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듯 싶어서.

책 내용은 간단하게 얘기하면 이렇다. 위대한 창조와 혁신적인 성공어떤 큰 베팅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베팅들 중에 나온 결과라는 거다. 베팅이라는 말이 도박에서 주로 언급되는 말이다 보니 조금 어감에 부정적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베팅을 시도, 실험으로 바꿔서 이해하면 될 듯. 개인적으로 나는 베팅이라는 용어가 좋긴 하다만. 승부사니까. ^^; 그런데 책 내용을 훑어보니 일장일단이 있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창조와 혁식전 성공의 8가지 공통 요소


① 성장 사고관: 타고난 재능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만이 탁월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② 실패 견본 만들기: 빠른 실패가 빠른 배움을 낳는다. 실패를 통해 학습 능력을 극대화한다.
③ 더하기 피드백: 다양한 피드백을 거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낸다.
④ 문제의 축소화: 거대한 프로젝트일수록 잘게 나누어 순차적으로 해결한다.
⑤ 제대로 질문하기: 문화인류학자의 치밀한 관찰력과 호기심으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간다.
⑥ 다수로부터 조금씩 배우기: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통찰력을 얻는다.
⑦ 소수로부터 많이 배우기: 위대한 혁신은 소수의 적극적 사용자에서 시작한다. 얼리어답터들의 식견을 통해 대중 선도 능력을 익힌다.
⑧ 작은 승리 축적하기: 작은 승리는 완벽하게 실행된 결과의 압축이다.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명확한 결과를 확보한다.

읽어보다 보면 오 괜찮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나만 그런가? ^^; 어쨌든 내가 볼 때는 8가지 공통 요소를 아주 잘 뽑아냈다. 이거 보고서 이 책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책도 260 페이지 정도에 술술 읽힌다. 맘 먹으면 하루만에 후딱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콘셉팅을 보면서 이미 수년 전에 느꼈던 걸 다시 느꼈다. 역시 외국 저자들이 적은 책들 보면 항상 이런 식이라는... 그래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도 분명하다는 거.


외서에서 항상 보이는 접근 패턴

공교롭게도 1년 반 전에 적은 내 책의 프롤로그에 이에 대해서 풀어서 설명해준다. 물론 내 책은 사고력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사고하는 패턴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건데 그건 어느 책에서 특히 외서들에서 보이는 공통된 패턴이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그런 접근(<리틀 벳>도 매한가지다.)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왜? 연결성이 없고 개별적(independent)인 나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쉽게 읽히고 재밌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면을 두 가지로 나눠서 접근 방법을 설명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책에서 제시한 접근 방법으로 하면 만사 OK인가? 그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런 접근이 훨씬 더 어렵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할 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접근이 의미가 있으니까 할 수 밖에 없는 거였다. 너무나 이 시대는 서구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져서 이런 외서에서 보이는 접근 패턴에 익숙해져 버린 듯 하다. 물론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나는 항상 밸런스를 중시하는데 치우쳤다는 거다. 결국 내가 얘기하는 건 내가 제시한 두 가지 접근 중에 택일(澤一)을 하라는 게 아니다. 나는 합일(合一)을 얘기하고 있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으니 다른 한쪽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면이 강했다는 거다. 그래야 합일(合一)을 할 수 있으니까. 왜냐면 이것만 알고 저것을 모르면 이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과 저것을 두루 알면 적어도 합일은 못할 지라도 택일은 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을까?

책을 보면서 책 내용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콘셉팅을 보고 참 재밌어 했다. 어떻게 내 책의 프롤로그에 언급된 그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이 책을 보면서 내 책의 원고를 봤던 지인 중에 한 명에게 보여주면서. "딱 내 말이 맞지?" 하며 웃었다. 내용을 떠나 그렇게 접근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거를 얘기하고 싶다.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건 많다. 그리고 그런 접근도 필요 없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하다. 다만 반쪽짜리라는 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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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가급적 빨리 읽어볼 생각이다. 읽어보고 리뷰는 책 내용이 어떻다는 데에서만 충실해서 쓸 생각이고... 뭐 내가 이렇게 얘기하듯 내 책을 보고 다른 이가 내 책에 대해서 어떻다 얘기하는 것도 사실 당연한 거 아닌가? 그건 독자 고유의 권한이니까. 단지 나는 내 책 프롤로그에 언급한 부분과 너무나도 그 틀이 딱 들어맞아 재밌어했을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