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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엽문: 정무문보다 더 멋지고 장군의 아들보다 더 짠한 실화. 강추!


영화배우 견자단

나의 2,808번째 영화. 사실 나는 견자단이 주연을 하는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한 때 홍콩 영화하면 느와르부터 시작해서 정통 무술 영화까지 빠짐없이 보곤 했지만 그 당시에 간간이 보이는 견자단은 무술을 할 줄 아는 몸 좋은 배우로만 생각을 했었다. 다른 무술 고수들에 비해서 벌크가 큰 편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서 다져진 몸이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견자단은 무술 고수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나중에 무술을 습득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이소룡, 성룡, 이연걸과 같이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수련했던 정통파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출연하는 전작들 중에서 그리 내게 인상에 남길만한 영화는 없었다. 그가 주연한 영화 중에 <철마류>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때 이후로 견자단 주연의 영화는 본 적이 없는 듯.


영화 <영웅>에서도 조연으로 나와 무술 실력을 보여줬던 그였지만 그는 나에게 있어서 무술을 잘 하는 2류 액션 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만큼은 정말 다르다. 이연걸을 일약 스타의 자리에 올려준 영화가 <황비홍> 시리즈이듯이 견자단은 이 영화 하나로 기존의 2류 액션 배우가 아니라 1류 액션 배우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이는 견자단이 지난 세월 보여준 2류적인 연기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연기와 함께 그가 정통 무술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 영화 <엽문>이라는 영화가 갖고 있는 스토리가 꽤나 흥행을 할 만한 요소들을 다분히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 얘기를 하지 않고 견자단부터 먼저 얘기를 꺼낸 이유가 따로 있다. 이 영화는 실화인지라 똑같은 인물을 두고 거장이 또 영화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엽문 vs 일대종사: 같은 주인공 다른 영화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엽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근데 내가 본 <엽문>이라는 영화는 홍금보가 무술 감독을 했고 견자단이 주인공인 반면에 <일대종사>는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왕가위 감독에 양조위와 임청하, 공리, 주걸륜(<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에 나왔던 남주인공이다.)까지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다.

그런데 문제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나오기 이전에 같은 주인공의 영화가 먼저 나오다 보니 왕가위 감독이 비위가 상했나 보다. 그래서 한다는 얘기가 다음과 같다.

견자단이 매우 출중한 건 사실이지만 양조위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

물론 양조위의 연기력 인정한다. 그리고 사실 견자단은 무술만 잘 했지 연기는 별로였던 배우였던 것도 인정한다. 게다가 왕가위 감독이면 <아비정전>, <신조협려>,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등의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 아닌가? 게다가 정말 어렸을 때 좋아했던 임청하라는 배우를 끌어내어 이번에 출연을 시키고 중국 대륙 스타 공리까지 출연 시켰으니 남다른 작품을 내기는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양가위 감독은 <엽문> 영화 보고 얘기하는 거니?

<황비홍>에서 이연걸이 아니라 유덕화가 더 나을 것이라고 하는 얘기나 매한가지라 생각한다. 물론 양조위도 기존의 수많은 정통 무술 영화에서 잔뼈 굵은 배우임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견자단이나 이연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엽문>이 먼저 개봉했고 견자단의 그 화려한 액션을 보여줬다면 이제 양조위는 넘어야할 산이 생기는 셈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비교를 하게 마련이다. <황비홍>에서 이연걸이 화려한 액션을 보여줬는데 나중에 유덕화가 다른 내용으로 황비홍 역을 한다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미 관객들에게는 엽문이라는 주인공은 견자단의 스타일로 각인이 되어 있는 상태인데 말이다. 아무리 양조위가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해도 견자단과 같은 맛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얘기가 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견자단과 양조위 둘이 같은 분에게서 영춘권(엽문이 쓰던 권법)을 배웠는데 가르친 사람이 하는 얘기가 사뭇 의미심장하다.

견자단의 평
매우 리얼리티하게 찍었고, 특히 견자단의 연기가 외양과 정신(영춘권의 기술과 정신)을 겸비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좋았습니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5점을 주겠습니다.

양조위의 평
그가 찾아온 날 고작 8분 연습했을 뿐인데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내게 말하더군요. 난 그런 태도를 좋게 여기지 않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sim_dong?Redirect=Log&logNo=70044079989

둘을 평가를 통해서 미루어 짐작컨대, 양조위무술을 익히려고 갔던 것이고, 견자단무도를 익히려고 갔던 것이다. 지 아무리 잘 난 양조위라고 하더라도 뭔가를 배우려고 할 때에는 겸허한 자세가 되어야 하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 8분 깔짝 거리고 하는 행동이 무도인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 밖에 없을 듯. 이런 데 유명세만 믿고서 연출 등을 통해서 뭔가를 이루고자 한다고?

기본적으로 나는 게임이 안 된다고 본다. 아니 만약 그렇게 해서 <일대종사>가 더 나은 작품이 되고 흥행을 한다면 그건 뭐가 잘못 돌아가도 한참 잘못 돌아가는 것이다. WBC에서 연봉이 낮은 우리 나라가 어떻게 결승까지 갔는데? 유명세나 돈이 많다고 해서 자세가 안 되면 결국 깨지게 마련인 법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무도인의 삶을 다룬 영화다. 영화 속에서 보인 엽문이라는 인물은 정말 본받고 우러러 마땅한 그런 살아있는 무도인이다. 그랬기에 이소룡 또한 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고 그를 스승으로 모셨던 것 같다. 이소룡이 쌈질이나 하고 무술이나 좀 하는 사람 아니다. 그건 기존에 내가 이소룡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적은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자세가 틀렸다. 그런 자세로는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 그건 아무리 지가 유명한 감독이라고 해도 그렇고 유명하고 연기 잘 하는 배우라고 해도 그렇다. 이미 엽문이라는 인물은 견자단의 이미지가 각인이 되었기에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은 배우라고 해도 주인공이 무도인인데 매번 대역만 써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엽문: IP MAN


이소룡이 유일하게 스승으로 모시던 사람. 이소룡의 절권도가 영춘권을 모태로 나온 것. 정말 무도인으로서의 삶을 산 사람. 이전에는 몰랐다. 이런 것들 때문에 내가 <엽문>을 보게 된 것이다. 세상에 정말 고수 많다. 그런데 그런 고수들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면 정말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야할 지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게 만든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영화 속에서 보면 엽문은 굉장히 부유한 집안의 자식인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무엇으로 돈을 벌어서 어떻게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는지 궁금하고 부유한 가정 덕택에 무술에만 전념을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런 무도인으로서의 자세를 가질 수 있었는지는 더욱더 궁금하다. 물론 영화라서 실제와 다른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말이다.

강추하는 이유

01. 화려한 액션

일단 말이 필요없다. 다음의 동영상 두 개로 대신한다. <황비홍>에서의 빠른 손놀림 뿐만 아니라 이소룡의 절권도의 모태인 영춘권만의 독특한 액션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권투와 같은 그런 두드림~ 그렇다고(이게 실화를 다루고 있다고) 여기에 액션이 실제 액션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극을 위해서 더해지는 것이 많을 것이겠지만 그래서 더욱 멋진 게 사실 아니겠는가?

첫번째/ 1대 10. 영춘권과 가라데


그런데 왜 이렇게 싸웠느냐가 더 중요하다. 또한 이 다음 장면으로 이기고 난 다음에 엽문이 한 행동도 중요하다. 그건 영화 속에서 확인하길...

두번째/ 고수대 고수. 영춘권과 가라데



이거 보면 왜 난 <장군의 아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일본은 이리 저리 영화 속에서도 안 좋게만 나오는구나~

02. 삶의 가치관

물론 이 영화는 중국이 일본의 지배하에 있을 때이기 때문에 다분히 중화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 본받자. 뭐 그런 뜻에서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라고 해서 그것을 삐딱하게 볼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우리 나라의 영화 <장군의 아들>을 보는 것과 매한가지니까 말이다.

- "이름이 뭐냐?"라고 묻자 엽문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중국인일 뿐이다."
- 일본군에게 중국 무술을 가르치라고 하자 거절한다. 거절한 이유는...
- 무술이란 비록 일종의 무력 이지만 우리 중국의 무술은 유가의 철학인 무덕
즉, 인(仁)을 지니고 있어 남을 헤아릴줄 안다. 너희 일본인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이치다.
너희들은 힘을 남용하고 무력을 폭력으로 바꿔 사람들을 억압 하기에
중국 무술을 배울 자격이 없다!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정말 무도인으로서 가져야할 자세를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이 영화는 액션 영화로 치부할 꺼리는 아니다. 물론 액션 영화로서의 볼꺼리도 풍성한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굳이 비교를 하자면 <장군의 아들>보다 훨씬 더 낫다고 본다.

03. 도장 깨기

이와 관련되어서는 사실 많은 일화들이 있다. 극진 가라데의 최배달도 그러했듯이 말이다. 예전에는 그런 것이 많았던 거 같다. 어쨌든 그런 류의 영화들 중에서 이소룡이 주연한 <정무문>이 있다. 오래된 영화이고 또 이소룡의 액션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면 이것을 리메이크한 이연걸의 <정무문>도 있다. 

그런 류의 영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영화다. 이렇듯 흥행의 요소들을 고루 갖춘 영화인지라 화려한 액션을 혹은 중국 정통 무술을 좋아했던 영화 매니아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영화다. 그래서 강추한다. 개인 평점 10점 만점에 10점. 그리고 이 영화 2편이 제작되고 있단다. 2편에서는 이소룡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과정까지를 담는다고 한다.

간만에 중국 정통 무술 영화를 아주 아주 재밌게 본 듯 하다. 견자단은 이제 떴다. 훨훨 날아라. 지난 세월 고생도 많이 했고 2류 액션 배우로 많이 취급된 듯 한데(물론 무술 감독으로 인정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간만에 남자들의 로망을 한껏 채워줄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웅대림. 필모그래피를 확인해보니 데뷔작인 듯 하다. 관지림의 이미지도 풍기는 배우인데 꽤 괜찮다. 이번 영화로 꽤나 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난 다시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 (현재 세번째 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