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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디지털

이제 리더십 매뉴얼은 모두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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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향후 정국을 구상하면서 책을 보고 있단다.
공교롭게도 리더십 관련 책이다. 그것도 정치에 관련된 리더십.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2006)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지음, 조중빈 옮김/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원제 : Transforming Leadership: The Pursuit of Happiness (2003)

이 책의 소개란을 보면 이명박(당시 서울시장)의 추천 글귀가 눈에 띈다.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 지구촌의 빈곤에 대해 저자의 절실한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연민도 절절하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비전을 보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리더십이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힘이 생긴다.

사실 대선 이후에 적고 싶었던 글이 하나 있었다. 리더십 관련 내용이었는데,
조금은 비판적인 얘기라서 적을까 말까 하다가 끄적대놓고는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결과가 나온 데에 대해서 뭐라 하는 얘기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참았는데 마침 기사가 나왔으니 그 때 적어두었던 내용을 덧붙여서 얘기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이제 리더십 매뉴얼은 모두 바꿔야 한다."

어느 리더십 책을 봐도(사실 리더십 관련 책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리더십이라는 것이 꼭 리더십 책을 읽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번 대선을 보면서 느낀 두가지에 대해서는 언급된 적이 없는 듯 하다.
그 두가지는 다음과 같다.


"Big" Execution: 눈에 띄는 "큰" 행동하라.

그것의 결과가 매우 부정적이지 않은 이상 의미있는 일보다는 "큰" 행동을 해라.
이유는 단순하다. 중요하지만 "작은" 행동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히기 마련이다.
"큰" 행동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행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거 보면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잘못된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작은" 행동이었다면 하나의 "큰" 행동에 묻힌다.
사람들은 소소한 것들 일일이 기억할 정도로 여유가 많지 않다.
결국 "큰" 행동 하나만 기억할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결과 그 자체보다는 가시적인 결과물로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회자되어야 하고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시적인 결과물은 후대에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가시적인 결과물은 요즈음과 같이 시각에 의존한 판단을 좌우하는 시대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는 이유는 의미있는 근거는 만들기 나름이고
떠들기 나름이다. 아무리 의식있는 사람들이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의식없는 대중들은 어려운 얘기 싫어한다. 그런가 부다 하고 가시적인 결과물만 본다.
그리고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도~" 원래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고로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할 만한
"큰" 행동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행하라는 것이다.


Decisiveness: 미디어에서는 거짓이라도 단호해라.

단호함은 상대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 단호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말 자신있어서 단호한 것 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거짓을 얘기한다고 해도 단호해야 한다. 특히나 미디어에서는 그런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 불이 들어오면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 연기라고 생각해라.
어떻게 하든지 간에 사람들은 시각적인 판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To see is to believe"

만약 거짓을 단호함에 활용한다면 카메라 불이 꺼지고 나서 대책회의를 해도 늦지 않다.
일단 거짓이 미디어를 통해서 명백히 드러났다 하더라도 끝까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해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그 자체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 과정 속에서 리더가 보여준 단호한 행동만 기억에 남는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패라는 것에 너무나도 둔감하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한 부패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국민이라는 것이다.

*   *   *

이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알고 있지 않은가? 굳이 책 볼 필요가 없다.
가르쳐줘도 될 만한 분이 책을 보다니... 아마 이것도 콘셉트일 것이다.
예전에 배용준 트레이너였던 JP(임종필)이 주인공인 TV 프로그램에서
운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가끔 서점에 들려서 책을 본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내가 아는 JP는 책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 다음번에 만났을 때 물어봤었다.
"야~ 니가 뭔 책이냐?" "마~ 콘셉트야 콘셉트. 방송을 모르네. 시키는 대로 할 뿐이거든"

*   *   *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을 축하한다.
이런 판국에 비판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 어차피 세상은 그렇지. 내 편이나 더 챙겨줘야지.'하는 맘 먹으면
골만 더 깊어질 것이다. 그냥 축하하고 밀어주자.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만 특검은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대통령 당선과는 별개기 때문이다.
어차피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길 바랄 것이라 생각하는가?
투표한 국민의 반이상이 지지하는 사람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