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내가 배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다.
인상 좋은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
'설마 저 사람이 그럴리가' 했던 것들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가히 충격적이다.
한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이 깨지는 순간 분노가 끓어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인생 선배들이 해주는 말이 "인상이 착한 사람을 특히 더 조심해라"라는 거다.
그렇다고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인상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약간의 부정적인 얘기라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면도 분명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이런 케이스적인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성관계에서도 일단 좋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흠도 충분히 수용해지지만
싫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 것도 아닌 일도 보기가 싫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올해 들어서 '참 세상 무섭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고
사람들 앞에서 대하는 것과 뒤에서 대하는 것이 180도 다르다니...
올해만 두번 경험을 하는데 한 번은 남자였고 한 번은 여자였다.
어떤 일인지는 구구절절 얘기할 수 없지만, 참 어이가 없는 일들이었다.
근데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살까를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그러한 사실들을 알아도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까
자기 자만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는...
그렇게 살면 자신은 항상 만족하고 사니까...
그러나 적어도 나란 인간을 만나면 그게 조금 달라진다.
왜냐면 나는 잘해줘도 배로 돌려주려고 하지만 못해줘도 배로 돌려주려고 하니까.
어릴 때 부터 부당하게 선생한테 매를 맞거나 하면 동기들이 나를 쳐다보곤 했다.
내가 그냥 넘어갈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당하면 아무리 맞더라도 끝까지 얘기를 해야한다.
그게 나였다. 꼭 내가 맞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항상 그랬다.
그런 나의 기질 때문인지 한 번은 나랑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다는 사실에 내가 눈물까지 흘렸다.
그리고 각오를 한 것이다. 너 한 번 뒤지게 당해봐라.
그리고 한 번은 나랑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인간적으로 대했다.
그러나 상대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판짜기를 좋아한다.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것은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가능하다.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능하다.
그래서 판을 짜놓고 퍼즐 맞추듯이 상황을 몰아간다.
결국 여러 단계의 작전을 짜놓고도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는 두려움을 느낀다. 참 순진한 것들이 왜 그렇게 사는지...
세상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련하다 생각하는지...
자기 머리만 믿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그렇게 몰아가는 상황에서도 한 가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있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그건 사람을 아무리 몰아쳐도 죽일 정도로 몰아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기회는 줘야한다는 배려의 정신은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기회로 생각치 않으면
점점 목을 졸라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뿐이다.
내가 이런 기질을 갖고 있기에 가끔씩 주변 사람들은 내가 힘들 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살? ㅋㅋㅋ 근데 나는 죽음만큼
이 세상에 두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
워낙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인지라 그렇게 생각하는 듯.
그래도 많이 유해지고 많이 좋아지긴 했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느끼고
얼마전 퇴사한 북이십일 사장님께서도 그렇게 얘기하시니...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에게는
더 비인간적으로 대해준다. 그것은 내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인데
그들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안 당해봐서 그런 것이고
자신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나로 인해 다음번에 그런 행동을 하려고 할 때에는
나를 떠올리며, 혹시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그런 류의 사람일까 하는
두려움도 가져봐야 조심스러워지는 법이다.
갑자기 영화 <더블 타겟>의 대사가 생각난다.
정의는 항상 이길 수 없네.
길거리에서 쏴죽여 청소하는 서부시대가 아닐세.
가끔 그 때가 그리워지네.
길거리에서 쏴죽여 청소하는 서부시대가 아닐세.
가끔 그 때가 그리워지네.
법을 잘 알고, 심리를 잘 파악하고, 상대를 잘 안다면
꼭 폭력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를 매우 곤란한 상황에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다고 내가 얻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내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받거나 상처받는 꼴은 못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