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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인생 속에서의 인간관계...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La Strada)> v2 (1954)

포토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개봉일 1954,이탈리아
별점

(July 08, 2007-v2 추가)
OST 삽입 : 젤소미나의 트럼펫 연주 -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
덧글 네 개 삽입 : 하단에 있음 - 길 영화 보고 싶으면 퍼가시길... ^^
(July 08, 2007-v2 추가끝)

2007년 7월 7일 본 나의 2,640편째 영화.
이 작품은 1954년도작으로 이탈리아 영화다.(화폐 단위 리라로 나온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안소니 퀸(아라비아 로렌스로 유명한)이 주연을 하고
페데리코 펠리니(무방비 도시-각본, 8과 1/2로 유명한)이 감독을 맡았다.
주연 배우, 감독 어느 누구도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오래된 고전물이나 워낙 유명한 영화라 본 것이다.

사실 예전에 EBS에서 명작으로 보여주긴 했는데 잠깐 본 것 외에는...
그 때 본 장면이 잠파노가 길거리에서 차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나름 고전이면서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라 유심히 영화를 봤다.
다행스럽게도 짐 자무쉬와 같이 무슨 소린지도 모를 영화는 아니었던 듯.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는 뜻이다.

영화 제목인 "길"이라는 것은 내가 보기에 인생을 뜻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길"에서 많은 사건과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주인공 잠파노는 이리 저리 노마드 처럼 떠돌아 다니는 1인 유랑 극단이기에...
그들(잠파노와 젤소미나)의 인생 공간이기도 한 "길"이기에
"길"은 인생을 뜻하는 듯 하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단방향의 길...

내용상의 큰 감흥이 있다기 보다는 주인공들간의 갈등 속에서 주는 메시지가 분명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매우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그런 메시지의 핵심에는 젤소미나라는 백치미의 여자가 있고
잠파노라는 매우 단순하고 인생을 아무렇게나 즉흥적으로 사는 남자와
가볍지만 진지한 구석이 있는 마토라는 세 명의 갈등 속에서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는데 그것은 대사에서 잘 엿보이는 부분이다.

잠파노를 따라다니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몰라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젤소미나에게
마토는 다음과 같이 얘기를 한다.

마토 : "세상에 있는 건 모두 쓸모가 있대. 예를 들면, 이 돌멩이도 어딘가 쓸모가 있어."
젤소미나 : "뭐에 쓰이냐?"
마토 : "뭐에 쓰냐면... 그건 나도 몰라. 하나님만 알고 있지. 그 분은 모든 것을 알고 계셔"
마토 : "언제 나고, 언제 죽고. 이 돌멩이가 뭐에 쓰이는 지는 나도 몰라."
마토 : "하지만 쓰일 데가 있어. 이게 소용없다면 만사 소용 없어. 적어도 난 그렇게 믿어."
마토 : "너도 마찬가지야. 뭔가 쓸모가 있을 꺼야.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더라도"

잠파노가 무식하고 자신을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는 나쁜 놈이지만
자신이 아니면 누가 옆에 있느냐는 의미 부여를 여기서 하게 된다.
서정주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몫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을 떠나보낸 다음에야 아는 법.
잠파노는 이런 의미를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젤소미나가 죽고 난 다음에...

"길"이라는 인생 위에서 벌어지는 단조로운 얘기들이지만
그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겪는 갈등과 해소들이 잘 나타나 있는 영화다.

보통 이런 고전물을 보다 보면 간혹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들이라
나랑은 전혀 안 맞는 영화들도 꽤나 있었다. 뭐 예를 들면, 러브 스토리.
전혀 아름답지 않았었던 기억이... 오래된 영화라서 그런지 유치했던...
그런 영화도 있었지만 이 영화는 차분하게 전개하면서도 그리 지루하지 않았고
잠파노를 둘러싼 인물들간의 갈등 요소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지간해서 만점을 주지는 않지만 워낙 명작에다 재미와 함께 생각할 꺼리를 줬기에
내 개인 평점으로 만점을 준다.

이 영화를 보고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1편>에 1편을 더 추가하게 되어
1001편 중에 231편을 보게 되었고, <영화 매니아라면 봐야할 영화 100편>에
1편을 추가하게 되어 100편 중에 38편을 보게 되었다.

덧)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은 젤소미나의 트렘펏 연주 부분이다. 다운

덧) 젤소미나(주인공)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실제 부인이다.
어쩐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영화에 종종 등장한다 했어~

덧) 다른 리뷰를 보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온다.
쇠사슬로도 끊을 수 없었던 것을 젤소미나의 죽음으로 가슴을 끊는다.
음... 멋진 말인걸~

덧) 찾다보니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래서 퍼왔다. ^^



*  *  *

다음은 이정하 영화평론가의 영화 <길>에 대한 평론이다.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는 [각주:1]네오레알리슴에서 출발해서 자기 환상에 대한 탐닉으로 영화 인생을 끝마친 인물이다. 그는 영화가 곧 삶이고 삶이 곧 영화인 그런 삶을 살았는데 이 점에서 그의 영화는 내적 경험을 중요시하는 주관주의의 범주로 틀지워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비평적 입장이라 하더라도 그 격정성과 인간내면에  대한 관심이 뿜는 그의 영화의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길>은 펠리니의 명성을 국제적인 것으로 만든 초기 대표작의 하나다. 이 영화는 명백히 네오레알리슴의 틀 안에 있던 자신의 영화를  시적이고 주관적인 세계로 열어놓는 전환점이며 동시에 이탈리아 영화가 네오레알리슴의 외적 현실에서 인간관계의 내적 현실로 초점을 이동하는 과도기의 징후적 작품이기도 하다. 펠리니는 네오레알리슴의 대표자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45년), <전화의 저편>(46년)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이력을 시작하여 1952년 <백인 우두머리>로 감독이 되었다. 이 영화는 다음 작품 <이비텔로니>와 더불어 네오레알리슴 계열로 분류되지만 <길>에서 돌이켜보자면 주관성 또는 내적 접근의 특성은 이미 여기에 드러나 있었다고들 말한다.

펠리니는 떠돌이 서커스단과 대중적인 뮤직홀의 배우였고 열렬한 칭송자였다. <길>에는 펠리니 영화의  주요한 모티브인 서커스와 사랑을 통한 구원이라는 두가지 주제가 얽혀 있다. <길>은 떠돌이 광대 잠파노와 백치 소녀 젤소미나, 줄광대 일 마토 사이의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 바로 사랑을 통한 구원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주제는 길에 놓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제목대로 세 떠돌이의 삶의 여행의 한 기록이다. 잠파노(앤소니 퀸)는 삼륜차를 몰고 마을을 떠돌며 쇠사슬을 끊는 재주를 선보이는 광대이다.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는 잠파노의 조수였던 언니가 길에서 죽은 뒤 그 자리를 대신 채우려 팔려온 백치 소녀이다. 그는 북을 치고 트럼펫을 불며 잠파노  묘기의 조수 역할을 하는데 사실은 우악스런 잠파노가 성욕을 배설하는 소유물이다. 그러나 그의 천진성과 헌신성은 서커스단에서 줄광대 일 마토(리처드 제이스하트)를 만나면서 인간적 가치를 드러낸다. 그는 잠파노와 젤소미나 사이의 촉매자가 되려 하나 야수성과 천진성이라는 운명적 비극의 관계는 그것을 거부한다. 그들의 길은 서로 결정적으로 어긋난다. 잠파노는 일 마토를 죽이고 젤소미나는 절망에 빠진다. 그리고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버린다. 5년 뒤 잠파노는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잠파노는 그의 부재를 통해서 스스로의 고독을 깨닫는다.

<길>은 하층계급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가난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내부와 운명과 시간 간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길>의 예술성의 바닥에는 리얼리즘과 환상과 정신적 가치에 대한 추구가 한꺼번에 고여 있다. 동시에 이 영화에는 뜨내기로 추락한 미녀와 야수의 패러디가 있으며 예수의 이미지로서의 '바보' 줄광대와 성녀 이미지로서의 '백치' 소녀라는 종교적 알레고리가 숨어 있다. 오텔로 마르텔리의 카메라와 니노 로타의 음악은 이 영화가 고전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만약 앤터니 퀸과 줄리에타 마시나의 역을 제작자의 고집대로 실바나 망가노와 버트 랭커스터가 했더라면 결과는 전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펠리니가 이 영화를 그의 '영감의 원천'인 아내 마시나를 위해 만들었다는 말은 기억할 만하다. 동시에 펠리니가 말하는 사랑을 통한 구원이 사실은 사랑의 불가능성에 대한 절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주관주의와 리얼리즘을 잇는 통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1. 네오레알리스모(neorealismo), 네오리얼리즘으로 신현실주의를 뜻한다. 종래의 이탈리아 영화와 달리 현실 또는 생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정치적, 사회적 전환기에 이탈리아 사회의 비참한 현실)이라는 일상적인 테마를 소재로 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