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서돌 |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26일 읽은 책이다.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아 술술 읽혀 내려간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봤던 사람들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면서 고개를 끄덕 거릴 수도 있겠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 이면의 숨겨진 얼굴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여주는 듯 하는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만약 그런 고발들로만 이 책이 구성이 되었다면 그리 좋은 평점은 주지 못했을 듯 하다. 그러나 4장, 5장에 걸쳐서 고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변을 하고 있고 이 부분은 특히나 읽어볼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책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앞부분이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내가 한 게 아니라도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믿으면 내 입지가 약해지는 것처럼 회사는 그렇지 않은데 내가 그럴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면 결국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상대의 입장을 몰라서 즉 경영자나 관리자의 입장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완연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판단은 자칫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은 얘기를 하고 싶다.
내가 지금껏 경험해왔던 외국 기업은 철저히 계약 중심의 관계다. 그런 환경에 있는 저자가 책 내용이 대부분의 기업인 듯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 기업의 문화와는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런 면들 보다는 우리 나라는 인맥과 연줄에 의한 연공서열식의 집단 문화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참조할 만한 얘기들이라 생각은 하지만 자칫 내가 먼저 그런 신뢰나 신의, 믿음을 저버려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통찰이 있다거나 뭔가를 깨닫게 해주는 얘기는 없었던 게 사실이라 좋은 점수는 주지 못하겠다. 또한 아무리 세상이 그렇다 한들 먼저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믿어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중요성
결국 나는 리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리더냐에 따라 그 기업의 문화가 결정되는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조직이라는 위계가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데에 위계가 없이는 질서가 없어질 것 아닌가? 수평적인 조직이라 해도 모든 이들이 수평적이고 평등하면 말만 많고 일진행은 안 되기 쉽다.
많은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 바로 봉건주의적 발상이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그릇이 결정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리더고 다 아랫사람이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 말만 들어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면 그만인 것을.
아무리 봉건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리더들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관료주의다. 이 책의 많은 부분들은 그런 관료주의에서 나오는 현상들이다. 그만큼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마인드를 문화화시킨다. 문화의 힘은 실로 막강한 것이다. 아무리 관료주의적인 관리자가 있다 하더라도 문화가 배척하게 만든다. 그런 관리자를 수용할 문화가 아니면 그 관리자가 도태되게 된다. 그래서 문화가 중요한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의 전제
내용을 가만히 보다 보면 기본적인 전제가 군대식 조직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점점 세상은 변하고 있다. 어떤 경제경영서를 읽어도 변화에 수긍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군대식 조직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의 흐름을 역행해서는 더 나은 미래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고 그런 회사라도 점점 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물론 군대식 조직이 자신의 체질에 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
또한 이 책은 직장인들이 한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을 얘기하는 듯 하다. 뭐랄까 그 회사에 꼭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 양 보인다. 그 이면에는 어차피 다른 회사 옮겨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모인 조직이 되면 이런 문제들 발생하기 쉽다. 그리고 많은 회사에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안 그런 회사도 있으니 그런 회사를 찾아라.'라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책에 나온 사례들이 틀리거나 있을 법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기정 사실인 것처럼 못을 박아두고 그 틀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이 책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새겨들을 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이 이런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4장과 5장은 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꼭 이런 의미에서가 아니라도 조직 생활을 하는 데에서는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이런 부분들을 인정하고 조직에서 큰 사람이 자신이 관리자의 위치나 임원의 위치가 되었을 때 '조직이란 게 이런 거거든' 하는 생각으로 똑같은 과정을 답습한다면 그 조직에서 무슨 비전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이 그런 위치에 있을 때는 뭔가를 바꿔야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