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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쿠엔틴 타란티노의 서부극


나의 3,184번째 영화. 장고라는 이름만 들어도 우리가 떠올리는 건 웨스턴 무비다. 두 명의 총잡이가 상대를 보고 나란히 마주하고 서서 총열이 긴 권총을 총집에서 빨리 뽑아내어 상대를 향해 쏘는 대결이 주는 재미가 쏠쏠한 웨스턴 무비 말이다. 그러나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이런 1:1 승부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찬스다 싶으면 쏴 죽인다는. 기다림이나 망설임 없이 말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식의 웨스턴 무비는 이랬다.

게다가 설정 자체도 참 특이하다. 당시에 흑인은 노예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때에 자유인으로 말을 타고 다니는 흑인이 장고라니. 그러나 이런 독특한 설정은 영화의 재미를 크게 높여주진 않지만 다소 독특한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답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줬던 부분이다. 게다가 그의 수많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바와 같이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들은 여전히 많다. 총을 쏘는 장면에서도 죽은 시체가 총을 맞고 피 튀기는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드물껄?

여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색깔이 짙은 웨스턴 무비인데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괜찮았던 영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었는데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나쁘지 않았다는. 러닝 타임이 좀 긴 편이다. 2시간 45분. 헐~ 그런데 별로 지루하지 않게 본 듯 싶다. 개인 평점은 8점 준다. 추천한다는 얘기.


흑인 장고, 제이미 폭스


맨 처음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알게 되었을 때, 장고 역에 제이미 폭스가? 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웨스턴 무비라고 하면 주인공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식이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강했기에 말이다. 뭔가 좀 언밸런스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장고: 분노의 추적자> 보면서 흑인 장고 역에 꽤나 잘 어울리더라는 거. 그러나 사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보면 제이미 폭스보다 더 매력적인 배우가 있다. 슐츠 박사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


숨은 발견, 크리스토프 왈츠

 

개인적으로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우라고 하면 장고 역의 제이미 폭스도 아니고, 캔디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아니었다. 슐츠 박사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였다. 슐츠 박사란 캐릭터가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도 했지만 슐츠 박사 역에 정말 잘 어울렸던 듯. 필모그래피 찾아보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독일 장교역으로 나왔다.

 


살짝 단역으로 출연해주는 센스, 쿠엔틴 타란티노
 

 

내 기억으로는 마지막 부분에서 살짝 등장한다. 각본에 감독까지 하면서. 영화라는 거에 미쳐서 사는 사람 같다. 근데 재밌는 거는 어렸을 적에 그는 비디오 가게 점원이었다는 거. 하루 종일 비디오 보고 손님들에게 비디오를 추천해줬다는. 비디오 가게 하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어렸을 적에 나는 동네 비디오 가게 회원이 세 군데였다. 대형 비디오 가게랑 조그만 비디오 가게 두 군데. 대형 비디오 가게는 신작이랑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주로 빌려봤다.

아무래도 대형 비디오 가게다 보니 신작 들어올 때 한 번에 수십편 들여놓으니까 빌려보기 편하거든. 게다가 나같은 경우는 언제 출시되는지 아니까 미리 미리 예약해두고 나는 보고 나서 즉시 갖다 주고 해서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내 꺼는 항상 빼뒀다는 거. 게다가 가끔씩 검열도 했다. "니가 보고 판단해봐라. 고등학생 관람불가인지 아닌지" 그 영화가 바로 <크라잉 게임>이다. 보고 바로 이건 100% 관람불가 판정. ㅋㅋ

그런 대형 비디오 가게 말고 왜 작은 비디오 가게도 다녔냐면 오래된 영화들은 대형 비디오 가게라고 해서 다 구비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집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는 동네 비디오 가게 가면 비디오 가게 주인이 나더러 그랬다. 니가 볼 게 있나? 그 비디오 가게 가면 내가 점검했던 칸부터 하나씩 훑어서 영화를 골라낸다. 내가 하루에 최대로 본 영화 편수가 6편인가? 7편인가 그랬다. 그렇게 영화를 좋아했어도 영화 감독이 되겠다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왜냐? 공부 좀 했거덩~ ㅋㅋ 사실 대학교 다닐 때도 연기학원 다니던 여자친구가 나는 끼가 있으니까 연기 해보라고 했었는데 공부한답시고 연기는 내 길이 아니라 했던 기억도 있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내가 독서보다도 항상 더 우위에 뒀던 취미가 영화감상이었는데 그만큼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그 길로 나가지 않으려고 했던 게 참 신기하다.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거에서 직업을 찾으려고 하는데 말이다. 근데 사실 나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는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비디오 가게 점원이었던 거를 보고 떠오르는 추억이었다. 근데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일본 영화가 있는데 그게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다. 2007년작이니 그 때 장고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나도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 여튼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하고, 대중성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괜찮게 생각한다. 물론 그의 작품들 모두가 다 괜찮았다는 거는 아니지만 말이다.


예고편



이 참에 오리지널 장고 찾아서 봐야겠다. 사실 오리지널 장고는 못 봤걸랑. 웨스턴 무비의 붐을 일으킨 영화인데 말이다. 1966년작. 조만간 봐야할 듯. 아~ 그러고 보니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보인 흑인 장고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장고 하면 관에다가 기관총 넣고 다니는 그게 떠오르는데 그런 모습이 없어서 아쉽~ 장고란 캐릭터를 대변하는 가장 핵심인데 그게 빠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