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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협상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

협상학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이 책에 대한 리뷰에 앞서 얘기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 리뷰 이전에 적는다. 협상학이라고 하는 것은 학문이 점점 분화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인문학의 갈래중에 파생되어 나온 심리학(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인문학자들은 심리학을 인문학의 갈래로 포함시키지는 않더라는...)에서 다시 파생되어 나온 학문이다. 협상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심리에 그 기본을 두고 있고 심리학과 차별화된다고 한다면 심리학은 인간의 심리 그 자체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협상학은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 대화라고 불리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학의 포인트가 실용적인 부분에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학은 지극히 방법론적이며 technique 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이 한계로서 작용하기는 하나 실사구시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한 해석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에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편타당한 룰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것은 그만큼 주어진 상황에서 맞딱드리는 상대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을 획일화 시키기는 매우 힘든 것이다.

과학이 아니기에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가이드는 제시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 때문에 기존의 나는 사실 협상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면 절로 해결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더 근원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도외시했던 것은 어찌보면 매우 건방진 생각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바로 다음의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라는 책이다.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 - 8점
윌리엄 유리 지음, 이수정 옮김/지식노마드


총평

2007년 10월 27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은 하바드 로스쿨의 글로벌 협상연구 책임자이자 협상 전문가인 William Ury(윌리엄 유리) 박사의 1993년 저서인 <Getting Past No>의 번역서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협상학이라는 것이 대화,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기에 자칫 잘못하면 Case by Case 식으로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총체적이지 못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정리가 잘 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협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총체적인 시각에서 접근을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정립한 전략을 제시하고 그 다음에 전략을 하나씩 얘기하면서 구체적인 얘기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저자의 많은 경험에서 나온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단순히 박사로서 학문적인 접근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드에서 협상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사람이기에 짜임새 있으면서도 쉽게 얘기를 풀어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

협상에 관련된 책을 거의 접해보지 않아(겨우 기존에 한 권 정도 접했을 뿐) 다른 책들과의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내용의 짜임새나 접근 방식, 그리고 내용을 풀어나가는 방식등이 매우 체계적이고 잘 정리되어 있어 협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또한 협상이라는 것을 광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요즈음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지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시대에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협상의 목적

책에서 협상의 목적을 매우 잘 정리해 놓았다. 협상의 목적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차선으로 선택하는 대안보다 더 나은 결론을 상대와의 합의를 통해서 충족시키는 과정과 방법이라는 것이다. 즉 합의가 되지 않아서 선택하게 되는 대안은 합의를 통해서 도출해낸 결론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핵심적인 저자의 생각으로는 Joint Problem-Solving(공동문제 해결)이라는 것으로 제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서로 바라보는 자세에서가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일전에 IT 난상 토론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에 좀비님과의 대화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충돌이 잦다는 말에 회의를 할 때 한 가지를 두고 한 번은 장점만 다같이 얘기하고 한 번은 단점만 다같이 얘기하면서 장단점이 서로 충돌나지 않고 원만하게 토의할 수 있도록 형식을 바꿔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똑같은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입장, 관점의 차이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같은 프레임으로 만드느냐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5가지 장벽과 돌파

이 책은 공동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일반적인 장벽이 있으며 그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가 이 책의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그 5가지 장벽과 돌파 전략(윌리엄 유리 박사는 이 돌파 전략을 '장벽 돌파 협상법(Breakthrough Negotiation)'라고 부르고 있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합의를 가로막는 장벽
1) 반사적 반응 Your Reaction
2) 상대의 감정 Their Emotion
3) 상대의 입장 Their Position
4) 상대의 불만 Their Dissatisfaction
5) 상대의 파워 Their Power

장벽 돌파 5가지 전략
1) 발코니로 나가라 :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마라 (Don't React : Go to the Balcony)
2) 논쟁하지 마라 : 상대의 입장에 서라 (Don't Argue : Step to Their Side)
3) 거부하지 마라 : 게임의 틀을 바꿔라 (Don't Reject : Reframe)
4) 몰아붙이지 마라 : 황금의 다리를 놓아주라 (Don't Push : Build Them a Golden Bridge)
5) 전투로 확대하지 마라 : 파워를 이용해 상대를 교육하라 (Don't Escalate : Use Power to Educate)

공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거해야할 5가지 장벽과 그것에 대한 전략을 잘 정리한 표가 다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사실 이 요약된 내용만 봐서는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옳은 말은 누구나 하지 식으로 생각되는 문구들도 보인다.(상대의 입장에 서라.) 이러한 전략을 실제 대화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와 많은 실사례를 통해서 아주 잘 제시해 두고 있다.

그런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해관계(Interests), 옵션(Options), 기준(Standards), 대안(Alternatives), 제안(Proposals)를 다양하게 접목시키면서 얘기하고 있어서 이러한 관점에서 하나씩 꼽씹어 본다면 충분히 들을 만한, 배울 만한 것들이 꽤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Open Mind 로 접근을 해도 상대가 꽉 막힌 경우에 풀어나가는 방식이 가장 재미있었던 듯...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읽기 바로 전에 읽은 <부모와 아이사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부모와 아이사이>에서도 핵심은 아이와의 대화 방법이고 그것 때문에 아이의 심리 상태를 잘 설명해 둔 책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아이와의 협상법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했었다. 그 책은 임상 심리학자이자 어린이 심리치료사가 적은 글인데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는 것과 내용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에...

결국 심리학이니 협상학이니 이렇게 나누는 것이 학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에 나는 심리학이 더 근원적인 것이다 그래서 협상학은 별 관심이 없다 하는 생각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다만 협상학이라고 하니 너무 비즈니스 세계나 정치 세계에서의 이해관계로만 치우친 듯 보이나 개인적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그 사이에 협상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고로 이 책을 협상학이라는 좁은 의미에서 볼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해석을 한다면 대화의 기술에 대한 좋은 가이드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기존에 나왔던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그 어떤 책들 중에서 가장 최악의 책이라고 평하는 책이니 권하지는 않는다. 읽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읽으면서 수십번을 내던졌고 책을 찢어버리려고 했던 유일한 책이었다.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은 이해관계를 이해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싸움을 조장하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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