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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나누크: 이뉴잇의 삶에 대한 다큐, 다큐멘터리의 시초격인 영화 (1922) 본문

문화/영화

북극의 나누크: 이뉴잇의 삶에 대한 다큐, 다큐멘터리의 시초격인 영화 (1922)

風林火山 2014.11.26 17:30


<북극의 나누크>가 유명한 이유는 다큐멘터리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대단하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다큐멘터리의 시초라고 불리는 <북극의 나누크>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아서 편집한 게 아니라 조작된 사실을 담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걸 시초가 되는 <북극의 나누크>에서도 잘 보여준단 말.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아. 이거 사실이라고 해서 보고 감명 받았는데 알고보니 조작이야. 그러면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아질 수 밖에.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이 그렇게 했다고 해도, 이에 대해서는 분명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부분을 도외시하고, 내용만 봤을 때는 볼 만했다. 1922년작인데 지금 봐도 볼 만한 건 아무래도 북극이라고 하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북극의 나누크>에서의 주인공은 북극곰이란 뜻을 가진 나누크란 이름을 가진 사내의 가족이다. 보통 에스키모인이라고 부르곤 하지만 그네들은 스스로를 이뉴잇(Innuit, 인간이란 뜻)으로 부른다고. <북극의 나누크>는 나누크 가족들이 북극이란 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는데, 보다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네들은 사는 게 재밌을까? 뭐 그런 생각마저 든다. 너무 삶이 단조롭고, 먹고 살기 위해 즉 생존하기 위해 사는 듯 보이니까 말이다. 문명의 이기를 누려야만 행복한 건 아니지만, 글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안 들더라는. 러닝 타임은 79분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인상깊은 장면(인상깊다기 보다는 신기한 장면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들 정리한다. <북극의 나누크> 보다 보면 눈에 쏙 들어오는 장면들일 거다.


조그만 카누에서 가족들이 다 나오는 장면

첫장면은 나누크가 카누를 타고 해변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카누 위에는 알리라는 애가 있고, 알리를 내려놓고 난 다음에는 나누크의 부인인 닐라가 나오고, 어디서? 카누에서! 그 다음 애를 꺼낸다. 어디서? 카누에서! 다음엔 쿠나유가 나오고(자식인 듯) 그 다음에는 코모코라는 키우는 개가 나온다. 모두 다 카누에서 말이다. 카누 속의 텅 빈 공간에 엎드려서 들어가 있었다는. 안 답답했을라나? 첫장면이 이러했으니 신기해서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던 듯.

* 여기서 나누크의 부인으로 나오는 닐라는 실제 부인이 아니란다.


② 그 추운 데서 갓난 애기는 발가벗고 있던 장면

다른 이뉴잇들은 다 두툼한 옷을 입고 있다. 털 달린 동물 가죽을 벗겨서 만든 옷인 듯. 근데 갓난 애기는 옷이 없다. 엄마의 품 속에 발가벗긴 상태로 들어간다는. 그러니까 애는 발가벗긴 상태에서 옷 속에 넣는다는 얘기. <북극의 나누크>의 몇 장면에는 애를 발가벗긴 상태로 꺼내 밖에 두던데 안 추울라나? 이런 데서 생활하면 우리 피부도 적응하기 위해서 두꺼워지겠지?


③ 음악이 나오는 레코드판을 신기한 듯 보는 장면

여기서 음악이 나온다고하니 레코드판을 들고 이빨로 물어보는 나누크. 이거 연출된 장면이라고 한다.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


④ 물로기 사냥 후 이빨로 물어 뜯어 죽이는 장면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실에 바다코끼리의 엄니 조각을 매달아 이를 미끼로 이용해서 물고기를 유인한 후 작살로 잡는다. 저렇게 해도 물고기가 유인이 되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신기. 그리고 잡은 물고기는 이빨로 물어 뜯어서 죽인다.


⑤ 바다코끼리 사냥 장면

바다코끼리를 작살로 잡는데, 이 또한 연출된 거라고 한다. 이 때만 해도 총으로 잡았다고 하는데. 진위 여부는 나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카더라. 그리고 잡은 바다코끼리 가죽을 벗겨서 생살을 그냥 칼로 잘라 먹는다. 윽~ 비위가 약한 나라서리. 


⑥ 바다표범 사냥 장면

이 또한 신기했다. 갯벌에 뭐 잡으려면 숨구멍 찾는 거랑 비스무리. 구멍을 찾아 기다렸다가 숨 쉬려고 올라오면 그 때 작살로 잡는다고. 그렇게 잡은 바다표범을 날로 잘라서 먹는다. 맛있다고 흐뭇해하는 표정. 정말 배가 고프면 그렇게 되겠지? 생존 실화를 보면 나중에는 살기 위해서 인육을 먹는다고도 하는데 말이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⑦ 이글루 만드는 장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바다코끼리의 엄니로 만든 칼로 얼음을 잘라서 이글루를 만드는데, 하나의 이글루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 얼음을 올리고 그 틈을 눈으로 메워주면서 만드는데 창문은 투명한 얼음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난로를 피우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게 바다표범의 기름. 이렇게 만들어진 이글루 내의 온도는? 영상? 아니 영하. 왜? 벽이 녹으면 안 된다고. 


⑧ 이뉴잇의 잠자리

이글루 속에서 바닥에 가죽을 깔고, 그 위에 눕는다. 바지는 안 벗는데, 상의는 탈의한다. 남자건 여자건. 속옷은 없다. 그냥 위로 벗으면 그만. 그리고 이불을 덮는다. 이불 또한 큰 가죽이다. 그 가죽 하나로 식구 모두 다 덮는다. 어느 정도 추울 지 감이 안 온다. 분명 춥기는 할텐데, 워낙 추운 데서 사는 이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 정도의 추위는 추운 게 아닐 지도. 근데 이 장면도 연출된 거란다. 실제로 이글루 속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고.


⑨ 애기 목욕시키는 장면

아침에 일어나서 애기 목욕 시키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발가벗어 엄마 옷 속에 있는 애를 머리 위로 들어 빼낸 다음에 가죽에 침을 뱉어가며 몸을 씻긴다. 헐~ 몸에서 침 냄새 많이 날 듯. 그렇게 몸도 닦고 얼굴도 닦은 후에 얼굴에다가 뽀뽀해준다. ㅋㅋ 애는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 


왜 우리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나 그런 거 보다 보면 신기해서 계속 보게 되는 경우 있잖아? 그런 거와 비스무리하게 신기해서 보다 보면 영화가 끝난다. 대사는 없고 중간 중간에 자막으로 설명이 나오는데 꽤 몰입도 있게 만들었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1922년 당시에는 어땠을까 미루어 짐작이 간다. 지금 봐도 꽤나 신선한데 말이지. 아래 풀영상 유투브에서 퍼와서 올려두니 한 번 보길.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 사람이 뭔가 하나를 더 알게 되면 그만큼 앎에 종속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는. 그네들의 삶을 보면서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네들의 표정을 보면 사소한 거에 즐거워하고 그렇게 고난한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거 같다. 고난한 삶이라고 명명하는 것 또한 우리네 잣대로 그러는 것일 수도.




예고편



나의 3,430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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