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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다큐

김광석: 당시에 이슈화를 시키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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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758번째 영화. 평점은 6점. 다큐라 재미없었던 게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느슨하게 전개함으로 인해 좀 지루했다고 해야할 듯. 보고 들었던 생각은 당시에 이슈화를 시키지 못한 게 좀 아쉽다는 거다. 진위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당시에 이슈화가 되었다면 파헤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1
보통 이런 류의 일들은 양쪽의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하고 양쪽의 얘기를 다 들어봐도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자꾸 그런 정보만 눈에 띄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 확신을 하기 마련인 법. 그러다 서로 간에 감정적인 충돌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기 확신을 너머 내 생각이 사실로 치부되곤 한다. 그래서 이런 걸 다룰 때는 조심스레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는 나도 3자적 입장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지 만약 관계자라고 하면 나 또한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이 실수를 범하기 쉽기 마련이다.

#2
최근 무혐의로 판결난 거야 김광석의 딸에 대한 부분이고, <김광석>이란 다큐에서 다루는 건 김광석의 딸이 아니라 김광석의 사망에 대한 의혹이기 때문에 둘은 좀 달리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이런 기사를 쓴 기자가 있다. 

[기자의 시각] 김광석도 '아니면 말고'인가

뭐 사람의 생각이야 저마다 제각각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저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역으로 나는 저 기사를 쓴 기자에게 당신은 이상호 기자같이 그렇게 현장에서 뛰면서 자료 조사해서 적은 결과물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글 몇 자로 한 사람의 피땀어린 노력을 아무런 의미없는 것으로 만드는 건 아니지. 그래도 다큐를 보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많은 얘기가 담겨 있잖아? 게다가 국민적 관심도 많이 받았고 말이다.

#3
지금 시대에 만약 저런 일이 벌어졌다면 얘기가 틀렸겠지만 그 때는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의혹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UFC의 코너 맥그리거의 말이 생각난다. 타이밍이 스피드를 이긴다. 그 당시에 이런 의혹이 제기가 되고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졌을 거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4
김광석의 딸 서연양에 대한 판결이 무혐의로 처리되었다고 해서 김광석 죽음에 대한 의혹이 풀린 건 아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상호 기자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게 당연한 거다. 부인 서해순의 말이 일관되고 의혹의 여지가 없게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실혼 관계인 김광석 친구와의 얘기에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얘기한 걸 보면,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거짓말도 하는 인간이라는 점(이는 김광석과 결혼 전에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을 미루어볼 때, 이상호 기자의 의혹 제기에 더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하지 않나 싶다.

#5
<김광석>을 보면서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혹보다는 오히려 나는 왜 못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서해순이 못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하는 얘기긴 하지만, 타살을 했다고 단정 짓는 게 아니라 적어도 서해순이라는 인간은 그리 좋은 축에 속하는 인간은 아니라는 확신은 들어서다. 나도 이상호 기자와 비슷한 류의 인간인지라 내가 당해봤던 과거의 경험을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게지.

물론 그 답을 알고는 있다.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선한 사람은 악한 사람의 사고 방식대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처럼 생각하지 못한다. 그게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선하기 때문에 그렇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치려고 하는 사람은 당해내기 힘든 것도 매한가지 이유다. 물론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기에 사람 사는 세상은 변함이 없고, 더불어 사는 그 사람들 중에 악한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선한 사람이 이기기 힘든 거다. 물론 악한 사람에게 당해본 경험이 쌓이면 악한 사람을 가릴 줄 아는 눈도 길러지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사람을 악한 사람인지 간을 보는 건 또 아니지 않는가. 또한 그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기에 조심을 해도 매순간 그렇게 이성적으로 따지지 못하니 또 당하는 거다. 그래도 당하는 회수가 늘어날수록 덜 당할 확률이 높긴 하지. 경험치가 쌓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