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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순수한 영혼으로 보게 된 이 세상. 강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아름드리미디어

2004년 8월 4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선물 받은 책이다. 10in10 재테크 컬럼을 적다가 알게된 분에게서 선물을 받은 책이다. 나는 사실 어떤 선물보다도 책 선물을 소중하게 여긴다. 대학교 1학년 때 내 생일 파티(나의 20번째 생일이라 완연한 성인이 되는 날이기도 한 날이다.)에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재수 시절에 부산에서 같이 재수한 친구가 준 선물이 바로 책이었다.

재수할 때도 쉬는 시간마다 책을 보았기 때문에 내 취미가 독서고 난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 친구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받고 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싸진 않지만 책은 나에게 지식을 준다. 그것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은 지식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읽고 나서 사람이라면 때로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해야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감성적이고 인간 본연의 자세에서 인간 자체를 들여다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었던 책인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났다. '집으로'. 문명 생활과는 동떨어진 산에서 생활하는 인디언 가족의 얘기다. 그들의 순수한 눈에 비친 종교와 정치가 참 재밌게 표현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비판이고 조소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이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역사 소설 외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판타지 소설이나 멜로 소설등은 전혀 읽지 않는다. 그러나 선물이기에 그리고 선물을 한 사람이 분명 무슨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읽었다. 만약 선물 받은 것이 아니었다면 이 책의 존재조차 나는 죽을 때까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읽고 난 후, 정말 선물해준 사람이 얘기했듯이 따뜻한 소설이었다.

언젠가 나는 이런 얘기를 했었다. 사람은 뭔가를 알아가면서 더욱 사람됨을 잃어간다고. 개인적으로 공부나 연구를 좋아하다 보니, 지식은 넓어지고 지식이 넓어질수록 나는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나란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나가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미가 없어지는 것 같고, 너무 많은 것을 알다 보면 사는 데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느끼고, 인간 세계에 대해서 회의도 많이 느낀다. 그런 때에 이 책은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높은 빌딩, 고급 승용차, 럭셔리한 소품들과는 전혀 무관한 가진 것 없고 보통의 사람들이면 소외하기 쉬운 인디언의 세계. 그러나 내면의 순수함만은 그 어느 인간들보다 맑고 투명한 그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한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들 중에 기억해둘 만한 것만 정리해본다. 아래 내용을 읽고 매력적인 책이라면 읽어보기 바란다. 그런 내용들로만 정리해두었다. 꼭 읽어보길...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관련 정보>
저자 포리스트 카터

<책 정보>
1991년 17주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2위
제1회 에비상[각주:1] 획득

1.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2.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3.
자, 봐라, 작은 나무야. 너 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만약 내가 그 송아지를 못 사게 막았더라면 너는 언제까지나 그걸 아쉬워했겠지. 그렇지 않고 너더러 사라고 했으면 송아지가 죽은 걸 내 탓으로 돌렸을 테고. 직접 해보고 깨다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었어.

4.
인디언은 절대 무슨 뜻을 달거나 이유를 붙여서 선물하지 않는다. 선물을 할 때는 그냥 상대방의 눈에 띄는 장소에 놔두고 가버린다.
선물을 받는 쪽은 자신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받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선물을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하는 짓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5.
사람들이 워낙 뿔뿔이 흩어져서 살기 때문에 한 가지 종류의 교회만으로는 사람들의 요구에 제대로 맞출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종파가 워낙 많다보니 사람마다 각각 다른 교리를 믿게 되고, 또 그로 인해 온갖 불화가 생기는 것이다.

비타협파 침례교도들은 일어나려고 하는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해 인간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그런 견해에 미친 듯이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장로파들도 있다. 각 교파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견해가 성경에 씌어진 그대로이며, 성경을 보면 자신들이 옳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증명할 수 있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니 나로서는 과연 성경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원시 침례교도들은 목사를 위해 '사랑의 헌금'을 걷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같은 침례교라도 비타협파들은 어떤 헌금도 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 점에서는 비타협파와 생각을 같이 했다.

또 침례교도들은 누구나 침례, 즉 시냇물 속에 온몸을 완전히 담그는 의식을 중요시했다. 그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리교도들은 물을 머리꼭대기에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맞섰다. 이 두 교파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교회 뜰에 서서 성경책을 펼쳐보이곤 했다.

사실 성경책에서는 두 가지 방법이 다 적혀 있는 것 같았다. 더구나 어느 한쪽의 방법을 이야기할 때마다 다른 방법으로 해서는 안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적혀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그들 말에 따르면 그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구세주파인 어떤 남자는 목사를 목사님이라고 불렀다가는 당장에 지옥행이라고 했다. 그 사람의 주장은 목사를 'OO씨', 'OO형제'라고 부르는 것은 상관없지만 '목사님'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책을 펼쳐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걸 밝혀주는 구절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역시 성경 속에서 목사를 '목사님'이라 불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구절을 찾아냈다.

구세주파의 그 남자는 워낙 중과부적인지라 그 자리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지만, 원체 고집불통이어서 자기 주장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일부러 목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목사를 'OO씨'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남자와 목사 사이는 갈수록 험악해져, 한번은 교회 뜰에서 몸싸움을 벌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가 사람들이 뜯어말린 사건도 있었다.

나는 물과 관계된 종교상의 분쟁에 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또 나는 목사를 어떤 호칭으로도 부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인 것 같다, 그때그때마다 성경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생각하다가는 어이없게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지는 신이 그런 하찮은 일로 언쟁하는 멍청이들처럼 속이 좁다면 천당이라도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1. American Booksellers Book of the  Year / 선정기준 : 서점이 판매에 가장 보람을 느낀 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