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205번째 영화. 이 영화를 왜 이제서야 봤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재미나게 봤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나게 볼 수만은 없는 블랙 코미디다. 사실 나는 최해갑이란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다. 나도 그러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나도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게 되더라. 나 또한 속물인지라 돈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더라. 뭐 그런 생각하면서 말이다.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이지만 그 속에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어서 참 유쾌했었다. 그래서 내 개인 평점은 8점 준다. 추천하는 영화다. 한 번 보기를 권한다.
법치국가라고 법이 절대적인 기준일까?
세상에는 많은 기준이 있지만 법치국가라는 말 아래 법이 마치 절대 기준인 양 얘기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 법은 누가 만드나? 국민의 세금을 받아 먹으면서 자신의 잇속 챙기는 데에만 급급한 인간들 아니던가. 과연 그들이 만드는 법이 국민을 위한 것일까?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 그럼 질문을 바꿔서 과연 자기의 이익에 위배되는 법을 그네들이 만들까? 글쎄올씨다. 나는 정치라는 거에 대해서 혐오를 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보니 불신만 가득하다. 일단 믿지 않고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영역인거든. 이익을 보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곳 아니던가?
최근에 헬스장에서 운동 끝나고 옷 갈아 입다가 뉴스에서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물론 나는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건 노회찬 의원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고 대변해주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바른 말 하는 의원이 많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연봉 인상안에는 찬성표를 대부분 다 던졌는데(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거에는 적도 아군도 없이 모두 행동을 같이 했는데) 극소수의 의원들만 반대했다. 그 중에 한 명이 노회찬 의원이다. 노회찬 의원은 그런 사람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 아니 법의 기준에서 잘못이라고 할 만한 부분도 있겠지. 그러나 노회찬 의원에게 법이란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이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응? 법, 법 좋아하니까 그럼 진짜 법의 기준대로 다 처벌해봐? 내 주변만 보더라도 법하면 일단 뭔가 큰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문제를 크게 확대 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식이 많고. 나도 나이 드니까 그렇게 되긴 하더라. 참. 내 스스로 그런 걸 세상과 타협하면서 산다고 하는 거고.
비록 최해갑과 같이 극단적이지는 못해도 나도 나름 고집이 있다. 예전에 재판을 받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그걸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법적인 기준에서 잘못이라고 한다면 법대로 판결을 내려달라. 나는 판사 앞에서 그랬다. 나 외에도 여러 명이 같이 재판을 받았는데 대부분은 잘못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난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법치국가에서 삶을 영위하는 내가 법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판단은 판사님이 해라는 의미다. 나는 그에 따를 뿐. 지금도 재판 진행중인 게 하나 있는데 마찬가지 논리다. 다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부터는 나도 법을 활용할 생각이니까. 드러운 새끼한테는 드럽게 대해줘야 한다.
<남쪽으로 튀어>의 최해갑만큼 극단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나 또한 현실에서는 다소 극단적인 성향이 강한 캐릭터다 보니 최해갑을 통해서 대리 만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유쾌했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쪽으로 튀어> 속의 최해갑의 말과 행동 모두가 내 생각과 같다는 걸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도 이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미약한 사람인지라 그렇다. 그래서 요즈음에 생각한 게 이거다. 드러운 새끼들이 하는 마냥 나도 세상의 시스템을 좀 이용해야겠다고.
그렇다고 해서 나도 드러운 새끼들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 드러운 새끼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네들과 똑같아질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이이제이(以夷制夷)란 말이다. 드러운 새끼들은 드러우니까 그렇게 해도 나는 그렇지 않으니 내 방식대로 한다? 순진한 생각이다. 그러니까 당하는 거고. 그네들에게는 똑같이 그렇게 대해줘야 하는 거다. 에고~ 참 별 얘기를 다하네.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내 생각의 단편인데 말이다. ^^; 그만큼 요즈음 세상에 드러운 새끼들 참 많다는 거다. 근데 공통적인 게 있다. 그 새끼들은 사는 이유가 쉽게 돈 벌어서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쓰는 데 있다는 거. 나는 법 이전에 인간으로서 기본 상식이 더 중요하고 우위에 있다고 본다. 인간이면 누구나 응당 이건 아니지 하는 짓거리 하는 녀석들은 그게 비록 법에 위배되지 않을 지라도 맞아야 돼. 근데 때리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드러버서.
극단적인 캐릭터, 아나키스트 차해갑
<남쪽으로 튀어>의 차해갑은 아나키스트다. "나 그럼 국민 안 할래"를 외치면서 노후 보장을 위한다며 정부에서 국민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끔 한 국민 연금을 거부하고, 주민등록증도 버리고, 보지도 않는데 왜 TV 수신료를 거두냐면서 TV 수신료도 내지 않는다. <남쪽으로 튀어>를 보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한번 즈음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곤 하더라도 어느 누가 차해갑과 같이 살 수 있을까? 인간은 욕망의 동물 아니던가? 내가 욕심이 있어서 탐하기 보다는 남들이 탐하다 보니 나도 지기 싫어서 탐하는 경우도 있잖아.
차해갑이란 캐릭터는 그런 걸 다 초월했으니 그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냐고. 속세를 떠나 수련을 하는 스님들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그런 사람들만 모인 제한된 공간에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네들은 속세에 사는 이들에게 뭐라 하거든. 속세를 떠난 이들이 속세에 사는 이들에게 뭐라 한다. 음... 패스~ 할 말이 많지만 하고 싶지 않아~ 다만 속세에 살면 그렇게 말처럼 살기가 쉽지 않다고. 그래서 차해갑이란 캐릭터가 극단적이라고 하는 거고, 영화니까 가능하다고 하는 게지. ^^; 그래도 그런 캐릭터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유쾌하고 통쾌하다고 느낀다면, 그걸로 이 영화는 값어치 있다고 본다. 적어도 내게 <남쪽으로 튀어>는 그랬고.
오랜만에 보는 배우들과 임순례 감독
<남족으로 튀어>에 김윤석이 나온다는 건 영화 개봉할 때부터 알았고 나머지는 누가 나오는지 정말 몰랐다. 그만큼 관심을 안 뒀다는 얘기. 최해갑의 아내역인 안봉희 역을 맡은 오연수는 TV 드라마에는 자주 나오는지 몰라도 TV를 안 보는 나는 아주 오랜만에 본 듯 하고, <범죄와의 전쟁>으로 데뷔해서 지금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균도 나오고(배우 김성균을 보면 참 세상 일이라는 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 많이 든다. 어떻게 첫 영화에서 그렇게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이후 영화에는 별론지), <코리아>에서 유순복 역을 맡아서 나는 배우 이름보다는 맡았던 배역이었던 유순복으로 기억하고 있는 배우, 한예리도 나온다. 근데 한예리 프로필을 보니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던 경력이 있다. 음. 요즈음 독립영화에 관심 두고 있는지라 이런 게 눈에 띄네. 쩝.
그리고 임순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봤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볼 만하겠다는 생각에. 다른 영화는 몰라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봐야겠다. 평점도 상당히 높고 박원상, 황정민, 류승범, 박해일까지 나온다. 한국영화라고 하면 잘 보지 않아서 그런지 왜 안 봤지? 급 보고 싶어지네. 비록 <남쪽으로 튀어>가 그리 큰 흥행을 얻지는 못한 영화라 할지라도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한 번 즈음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싶다.
원작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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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은행나무 |
원작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란다.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거니 다소 한국식으로 바꾼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이건 소설도 참 재미있을 듯 하다. 원래 원작이 소설이면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더 재밌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온라인 서점에 책 내용 일부만 봐도 참 재밌네 그랴. <남쪽으로 튀어>란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대사들도 보이고. 근데 성장통이란 말이 나오는 거 보면 이거 성장 소설인게야? 그러면 주인공이 영화 속 막내딸? 영화로 봤을 때는 전혀 그렇게 안 느껴지던데. 대부분 차해갑이란 인물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되다 보니. 쩝. 여튼 소설 좋아하는데 이 소설 안 봤다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네.
예고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