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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부당거래: 참 재밌게 봤는데 씁쓸하네


나의 3,199번째 영화. 류승범이 나와서 그렇고 그런 스토리인 줄 알고 안 봤었다. 뭐 한국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이라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여튼 그러다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평점을 봤더니 상당히 높길래 찾아서 봤다. 어우~ 이걸 왜 이제서야 봤댜~ 정말 재밌게 자알 봤다. 영화 스토리 괜찮다. 뻔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던 지라 결말이 어떻게 날 지가 궁금했다. 다만 한 가지. 씁쓸한 뒷맛.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영화 자체가 뭐 어떻다는 게 아니라 영화 속의 현실이 참 실제와 같은 느낌이라 그렇다는.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엔딩 크레딧 보고 알았다. 류승완이라는 걸.

각본 누가 썼나 찾아보니 박훈정이란 사람인데 <부당거래> 이외에도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각본을 담당했고, <신세계>는 감독까지 했더라. 음. 재능이 있는 분인 듯. <부당거래> 스토리 좋았다. 캐릭터 설정도 그렇고, 얽히고 섥힌 관계와 충분히 개연성 있는 스토리 전개까지 모두. 맘에 들었다. 마지막에 마동석이 죽을 때는 이런 장면 왜 집어넣나 없어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장면 또한 결말을 위해서는 필요한 장면이었다는. 간만에 재밌게 잘 본 영화다.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안 봤다면 봐라~ 재밌다. 다만 뒷맛이 씁쓸해~ ^^;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이 돋보였다

1) 양아치 검사역 류승범


<부당거래>에 등장하는 배우들 해당 캐릭터에 잘 들어맞는 거 같다. 첨에 류승범이 검사 역으로 나올 때 아~ 너무 안 어울린다 그랬는데 양아치 검사 역이다. 딱 어울리네. 딱. 류승완 감독이 동생이 어떤 역이 잘 어울리는지 정확히 아는 듯. ^^; 다음의 장면을 보면 류승범이랑 검사랑 매치가 될 듯. 역시~ 류승범은 이런 연기가 딱이라니까.



2) 양아치 건설회사 대표 유해진

외모 때문에 고급스런 배역이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 유해진이지만 연기는 참 잘 해. 양아치 연기 하면 아마 국내에서는 최고인 듯. 나에게 유해진이란 배우를 각인시켰던 영화는 <공공의 적>에서 칼로 장난치던 장면이었는데 참 연기 맛깔스럽게 잘 하더라고. 근데 요즈음은 연기의 폭을 상당히 넓히는 거 같은데 안 어울려~ 연기를 못 해서가 아니라 안 어울리는 걸 우째~ ^^; <부당거래>에서는 건설회사 대표를 맡았는데 처음에는 아~ 안 어울리는데 했는데 보다보니 양아치 역이라 어울리더라고.

3) 의리파 경찰 마동석

<부당거래>에서 참 멋진 배역을 맡기는 했는데 사실 마동석이란 배우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영화는 <부당거래>가 아니라 <이웃사람>이었다. 비록 <이웃사람>에서는 사채업자 역을 맡기는 했지만 <부당거래>에서 경찰 역보다 오히려 마동석이란 배우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역이었던. 운동으로 다진 몸과 오리지널 부산 사투리가 구수했었다. 왠지 모르게 사채업자 역의 마동석이 실제로도 그럴 거 같은 느낌이 들 정도. 갑자기 <범죄와의 전쟁>에서 마동석이 했던 대사 중에 "똥 낀긴 소리 하고 앉아 있노"가 생각난다. 이거 정말 나도 어렸을 때 자주 썼던 말이다. ^^; 마동석이란 배우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이웃사람>의 명장면 올린다.



4) 진짜 불쌍해~ 우정국


보는 누구나 느끼는 바가 아닐까 싶다. 우정국이란 배우인데 정말 <부당거래>에서는 불쌍하게 나온다. 국내 배우 중에서 이렇게 리얼하게 불쌍한 역을 소화할 배우가 있을까? 연기를 아무리 잘 해도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따라잡기는 힘들 듯. 필모그래피를 보니까 단역만 하다가 최근 들어 조연도 하는 듯 한데 연기하려고 고생 많이 한 듯 하다. 단역 배우로 살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말이다. 외모 때문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좋은 배역 많이 맡기를 바란다.


씁쓸하네 씁쓸해

<부당거래>를 보고 나면 경찰이건 검찰이건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인 양 느껴진다. 원래부터 작정하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강자의 편에서 봐주기식 수사를 하는 검사와 비경찰대 출신이지만 경찰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형사를 대비시키면서도 나중에는 그 형사도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바뀌어가는 걸 보면서 씁쓸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꼭 그 형사가 스스로 그랬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이 믿고 따르던 국장이 하는 얘기 때문에 그런 건데, 사실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말은 잘 듣거든. 뭐 이런 거다. 나는 뒷돈을 안 받아. 그런데 내 지인은 뒷돈을 받아. 그래도 이해해. 그걸 갖고 잘못됐다고 하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지인인데 사기꾼이야. 근데 나한테는 정말 잘 해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기꾼이 아닐까? 사기꾼은 사기꾼이고 그가 나한테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면 그건 잘못된 거거든. 나한테 그렇지 않다고 사기꾼이 아닌 게 아니니까. 근데 그렇게 떠들어봐바. 명예훼손죄로 고소 당해. 그게 지금의 나거든. 물론 나한테 피해는 없어. 그런데 옆에서 못 봐주겠거든.

그래서 지인이라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보고 잘못된 거는 잘못되었다고 얘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지인이 나를 이상하게 본다? 그러면 그 지인의 사고방식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거든. 그렇다고 잘못된 거 보고 인간 관계 끊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니까. 그럴 거면 얘기도 안 하고 그냥 인간 관계 끊어버리지. 연락 와도 안 받고 말이야.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듣기 싫은 소리 잘 못 하더라고.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군 인맥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자신의 입신양명만 생각하던 녀석은 전혀 문제가 안 생기고, 누군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다가 어떠한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온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번 했는데 그로 인해 쪽박 차게 된다. 참. 세상 불공평하지. 물론 회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원래 화 안 내던 사람이 화 내면 무섭게 느껴지는 것처럼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까 더 밉게 보이는 경우도 많잖아?

누군 원래 그러니까 그렇게 해도 그러려니 하고 누군 원래 안 그랬는데 그랬다고 변했다는 둥 하면서 더 미워지는. 거 참. 고등학교 시절에 어떤 친구였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내가 양아치 생활하면서 길 가다가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나보고 그랬다. "내사 원래 공부를 못 했으니까 이러지만서도 니는 공부 잘 하잖아. 와 그라고 다니노." 음. 여튼 <부당거래> 보다 보면 씁쓸하다. 학연, 지연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본 듯하고 말이다.

사실 일 잘 하는 사람과 말 잘 듣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진급이 빨리 될까? 일 잘 하는 사람보다는 말 잘 듣는 사람이다. 일 잘 하는 사람이야 돈 주고 뽑으면 돼. 그러나 말 잘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거든. 또 일 잘 하는 사람은 프라이드가 강해서 시킨다고 무조건 그걸 하는 그런 성향도 적고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뛰어넘으려면 남들과는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면 안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더라. 물론 조직 생활을 그렇게 오래하고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서 난 조직 생활에 안 어울린다고. ^^;

난 <부당거래> 보면서 검사한테 옷 벗고 무릎 꿇는 형사를 보고 아~ 뒤에 뭔가 반전이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 아~ 참 씁쓸하대.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이 정말 안쓰럽더라고. 그래도 그건 자기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를 따르는 팀원들과 가족들 때문에 그런 거라 생각하니 뭐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뭐 나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걸 보면 내가 이런 말할 입장은 아닌 듯 하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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