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194번째 영화. 로맨틱 코미디의 명작이라 할 만하다. 1960년작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나오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보다도 낫다고 하겠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5분 정도만 보면 뭐 대충 내용은 알게 되니 얘기하자면 혼자사는 주인공은 자신의 아파트를 직장(<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보험회사로 나온다) 상사의 불륜 장소로 제공한다. 이로 인해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고. 그러나 주인공이 초고속 승진을 위해서 그렇게 한 건 아니다. 매우 순수해서 부탁한 걸 들어주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여기에 로맨스가 들어가는데, 로맨스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매우 재치있다.
실제 1950~60년대(영화가 1960년작이니) 금융회사(영화에서는 보험회사)의 고위직들이 이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예나 지금이나 금융인들은 참 드러븐 녀석들이 참 많은 직종 중에 하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직종이 금융 관련 직종이다. 색안경 끼고 보는 거 아니냐? 색안경 낄 필요가 있다. 그네들에게는 사람 보다는 숫자가 더 중요하니까. 그 어렵다는 금융공학 공부해서 한다는 짓거리가 어떻게 하면 회사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을 설계하느냐고. 미국과 같은 경우는 정치와 연계하여 지네들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고. 아. 정말 싫어~
개인적으로 금융인들에게는 그런 시선을 던지는 나인데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 나오는 금융인들은 그리 미워보이지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로맨스를 돋보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니까. 사실 그들의 불륜 행각 덕분에 로맨스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고. 단순히 불륜과 로맨스가 대조되어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불륜과 로맨스가 아주 재치있게 연결된다. 그래서 재밌는 거고.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스토리가 더 돋보였던 영화다. 재밌다. 그러니 추천. 1960년 영화인데 러닝 타임이 2시간이 넘는다.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아~ 개인 평점 9점.
각본과 감독을 맡은 빌리 와일더
<7년만의 외출>, <뜨거운 것이 좋아>로 마릴린 먼로와 함께 했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7년만의 외출>은 별로였고(<7년만의 외출>은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를 잡는 모습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추천하는 영화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뜨거운 것이 좋아> 다음 작품.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제3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감독상, 미술상, 작품상, 편집상 5개 부문을 휩쓴 영화다. 그 외에도 각종 영화제에서 다양한 상을 휩쓸었고. 상 많이 받았더라고. 나야 영화 보기 전에는 이런 거 잘 안 찾아보거든. 일단 영화부터 보고 나서 평가하니까. ^^;
빌리 와일더의 작품이 다 괜찮은 거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오션스 일레븐>의 원안을 만든 장본인. 우리가 아는 <오션스 일레븐>은 리메이크 작품으로 1960년대 빌리 와일더가 각본한 <오션스 일레븐>이 원작이다. 1995년 해리슨 포드와 줄리아 오몬드 주연의 <사브리나>도 리메이크 작품인데 원안이 빌리 와일더라는. 다 내가 본 영화만 뒤적거렸는데 그렇다. 나머지 영화들은 잘 모르겠고. ^^; <선셋대로>라는 영화는 좀 땡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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