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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의리없는 전쟁(인의없는 전쟁): 야쿠자의 실제 역사를 담은 5부작, 의리란 로망일 뿐 (1973)


나의 2,884번째 영화. 10점 만점에 10점의 수작으로 의리는 로망일 뿐 현실에는 자신의 이익에 따른 배신만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5부작 영화다. 의리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식의 내용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상향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사실에 기반하여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뭐랄까? <카이지>라는 일본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도박묵시록 카이지. 39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NOBUYUKI FUKUMOTO (학산문화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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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는 조폭을 미화하고 있지만(의리를 중시하는 점에 있어서) 이 영화는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의리란 로망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단다는 걸 묵직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1973년도 작품이라 사실 재미있을까 하는 의심을 갖고 보긴 했는데 5부까지 한달음에 봤다. 도대체 몇 시간을 이 영화만 본 건지 모르겠다. ^^ 정말 재밌다!!!


의리없는 전쟁: 인의없는 전쟁


네이버 영화 정보에서는 <의리없는 전쟁>이라고 되어 있지만 원제를 보면 <인의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인(仁, 어질 인), 의(義, 옳을 의). 믿음과 의리란 로망일 뿐이라는 비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1973년도 작품이라 총소리도 싱크가 안 되고 핏빛 또한 가짜라는 게 티가나지만 내용만큼은 최근 작품 못지 않다.

물론 1973년도 당시에는 매우 리얼하게 묘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이 발달된 지금에는 티가 나는 부분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최근에 본 <닌자 어쌔신>과 같이 고어적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인물 간의 갈등 구조와 스토리. 그건 여느 조폭 영화들과는 차원이 틀리다. 그래서 이 영화를 야쿠자 영화의 교과서라고 부르는 것이겠거니...


야쿠자: Yakuza


<의리없는 전쟁>은 1948년부터 1970년대 서일본 야쿠자 항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스가와라 분타라는 일본 대배우가 맡은 히로노 쇼조의 실제 인물은 미노우 코죠라는 사람이다. 미노우 코죠가 옥중에서 자신의 야쿠자 생활에 대해 회의를 느끼면서 쓴 옥중 수기(회고록)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속 등장 인물은 이름만 바꾸었을 뿐 쉽게 알 수 있는 야쿠자 조직원들이며, 영화 속 사건들 또한 실제 사건이라 한다. 물론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로 만든 영화는 많다. <대부>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면서 미화된 부분이 많다. 그런 류의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 담는 데에 충실했다는 점이 다르다. 

야쿠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같은 류의 조폭인 서양의 마피아나 동양의 삼합회와 다른 이미지가 떠오른다. 손가락 절단이나 할복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조직에 충성하고 의리와 조직의 법칙을 중시하는 듯 보이나 이 영화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야쿠자 오야붕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면 정말 역겨울 정도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면 야쿠자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배신과 모략을 일삼는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죽이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사람들의 결말이 분명 좋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도 했지만 영화는 마치 내 귓가에 "이게 현실이야!"라는 얘기를 해주는 듯 했다. 그래서 씁쓸했던 게 사실이다.


아카시 구미와 야마모리 구미


영화 속에서는 아카시 구미와 야마모리 구미가 나온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구미와 카이가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구미란 조를 말하고, 카이란 회를 말한다.  ~구미 하면 ~조직이라는 뜻이고, ~카이라고 하면 ~회를 뜻한다. 영화에 언급하는 구미와 카이는 단지 명칭이 바뀌었을 뿐 실제 있었던 구미와 카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아카시 구미는 야마무치 구미, 야마모리 구미는 야마무라 구미를 뜻한다고 한다.


사카즈키: 盃事


<의리없는 전쟁>에서 보면 사카즈키라는 의식이 있다. 일본 야쿠자계에서 형제 혹은 부모의 예를 맺는 의식인데 잔을 따라 나눠마심으로써 가족이 된다는 의미다.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인데, <의리없는 전쟁>을 보면 알겠지만 그런 형제, 부모의 관계도 이익에 따라 배신하기도 하는 걸 여지없이 보여준다. 즉 야쿠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그런 가족이라는 개념도 다 한낱 로망에 불과하다는 얘기.


후카사쿠 긴지: Kinji Fukasaku


감독인 후카사쿠 긴지.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작품 중에서 우리가 알만한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배틀 로얄>. 이 감독의 작품 세계를 통해 영향을 받은 감독도 여럿이라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기타노 다케시, 오우삼. <의리없는 전쟁>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감독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임권택 감독과 같이 대단한 감독인 듯.


스가와라 분타: Bunta Sugawara


지금은 인상 좋은 동네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지만 <의리없는 전쟁>를 보면 매우 카리스마 있는 배우다. 뭐 우리나라 1세대 조폭들도 지금 보면 다 동네 할아버지 같지 않은가? 작년에 돌아가신 김두한의 후계자 조회장님도 그렇고. 


히로노 쇼조역을 맡았는데 이 역의 실제 인물인 미노우 코죠의 수기를 중심으로 이 영화를 구성한 것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리없는 전쟁>에서 보이는 히로노 쇼조는 인의없는 사람은 아니다. 의리를 중요시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따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히로노 쇼조가 나중에 잘 될 꺼라는 생각을 영화 보면서 잠시나마 가졌는데 그렇지는 않다. 그만큼 사실성에 중점을 둔 듯.


영화를 보면 1948년 2차 대전 패배 이후의 일본 야쿠자에서는 일본도보다는 총을 많이 사용한 듯 하다. <의리없는 전쟁> 보면서 우리 나라와 같이 총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대형 사건을 터지지 않게 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1인 다역의 배우: Actor playing a multiple role


내가 좋아하는 <대망>이라는 소설에도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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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도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등장 인물이 많다고 해서 헷갈리기 보다는 1인 다역의 배우들이 많아서 헷갈린다. 분명 저 배우는 무슨 역으로 나와서 전편에서 죽었는데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맡은 배역이 다르다. 다른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안 그러면 상당히 헷갈린다. 5부작을 앉은 자리에서 다 보면서 다소 헷갈렸다는...


테마곡: Theme Music


<의리없는 전쟁> 테마곡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디서 한 번 들어봄직한 곡이다. 일본 쇼프로에서도 종종 사용하는(첫 부분만) 듯. 


Fin


지금까지 3000여편 조금 못 되게 영화를 본 나도 이 영화는 처음 들어봤다. 그만큼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정말 걸작이다. 원래 1편만 만들려고 했던 것이 반응이 좋아서 5편까지 제작된 것인데(마치 <장군의 아들>과 같이) 몰입도 높은 영화다.

야쿠자 세계의 배신과 음모를 보면서 겉보기에는 의리를 중요시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에 있어서는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을 따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 영화 강추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