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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거북이도 난다

거북이도 난다 포토
감독 바흐만 고바디
개봉일 2004,이란,이라크
별점
date : Sep 18, 2005 / film count : 2355

2004년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2005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2004년 상파울로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슬프다 못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이 영화의 핵심 인물들은 쿠르드족의 어린이들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의 그들의 생활 방식은 자립적이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하다. 항상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생활. 영화에서 보여지는 비쥬얼한 어린이들의 모습만으로도 그들의 실상이 느껴진다. 다리가 접질러진 아이, 두 팔이 없는 아이,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 이 모두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상처라는 것은 자국 이기주의에 빠진 미국이 분명히 봐야할 다른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격인 인물은 네 명이다. 그들 모두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피난처에서 생활하게 되는 쿠르드족 속에서 어린애들을 이끌고 피난처에서 할 일이 많은 어린이로 리더쉽 있게 행동하는 "위성"이라 불리는 아이, 두 팔을 잃고 여동생과 또 여동생의 사생아와 함께 피난처로 왔지만 예지력을 가진 "헹고".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오빠 "헹고"를 따라왔지만 전쟁중에 강간을 당해 사생아를 낳게한 어린 소녀 "아그린"과 그 아들.

이들이 전쟁중에 살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나름대로 자립심 강한 "위성"이란 아이는 모든 아이들을 이끄는 대장이지만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 자체가 비참하기 짝이 없는 곳이기에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애절하기 까지 하다. 더더군다나 "아그린"은 사생아를 낳았다는 것 때문에 그 아들이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소녀에게 전쟁 중의 강간은 엄청난 충격이었던 듯 싶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남자와 달리 여자는 배가 아파 낳은 자식에 대한 생각은 남자가 생각하는 자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 소녀가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충격이 컸다고 미루어 짐작을 할 뿐이다.

스포일러성이 될 듯 하여 마지막 부분을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슬프다 못해 안타깝고 그래야만 했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주변에 어른들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그렇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전쟁이라는 것의 비참함과 그 이면의 것들을 이 영화는 어린이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쟁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또 전쟁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생각치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한 어린 소녀의 슬픈 종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든다.

슬프다기 보다는 안타깝고 놀랐다. 이런 결론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