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의 심리학 수잔 포워드 지음, 김경숙 옮김/서돌 2008년 3월 14일 읽은 책으로 같은 독서클럽의 회원이자 서돌출판사 마케팅팀의 천성권님의 제공으로 읽게 된 책이다. |
총평
심리학, 뇌과학류의 책들은 내가 즐겨읽는 분야의 책이다. 그만큼 내 관심분야라는 얘기다. 그러나 뇌과학과 같은 경우는 과학이기 때문에 Fact에 근거한 얘기들이라 어찌보면 무엇을 더 아느냐는 정보성 지식인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심리학과 같은 경우는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를 통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과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통계적 수치에 대한 결과론적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것 중에서 한 분야를 깊게 파다 보면 결국 인간이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도 인간 지식의 한계가 드러나는 듯 하여 과학을 보는 관점 또한 인문학적으로 변해버린다. 나 또한 이성과 지성, 합리와 논리를 좋아하는 지극히 이성에 기반을 둔 판단을 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에는 깨지기 시작한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내가 가진 벽이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메인 테마는 "감정적 협박"이다. 이렇게 명명해서 그런가보다 했지 사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항상 겪는 매우 친근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이 있어서 '아 그렇군'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뭐랄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나 할까? 너무 흔해서 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심리학을 좋아하게 된 것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될 때에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사람이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 이유"와 같은 심리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치료사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서 뭔가를 끄집어내어 잘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이 책의 내용은 내게는 사실 놀라웠다. 책 속의 많은 유형들 속에서 내가 종종 써먹던 방법들이 나와 있지를 않은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써먹던 것들이 여기에 잘 드러나 있다 보니 왠지 모르게 찔리는 구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내가 심리학을 좋아해서 그런 것만이 아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겪는 일들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 책 속에 있는 협박자의 사례를 한 번 즈음은 해봤거나 역으로 당해보기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매우 실제적인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로, 재밌게 읽으면서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4가지 감정적 협박
사실 나눈다고 해서 유형을 나누어 놓은 것이지 어떤 누가 꼭 하나의 유형에만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유형들을 복합적으로 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래도 잘 정리를 해두었다는 의미에서 책에 있는 테이블을 옮기고, 그 유형별로 내가 정리한 별도의 포스팅을 링크시켜 둔다.
협박 유형 | 설명 |
처별형 |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명확히 알려주는 사람들. 가장 노골적인 협박자들. |
자해형 | 자기 마음대로 해주지 않으면 자신을 학대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람들. |
피해형 |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자기는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사람들. |
보상형 | 자기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만 하면 근사한 것을 주겠다는 약속을 내거는 사람들. |
이 정도만 봐도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적 협박에 대해서 이해를 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에서는 말한다. 이러한 협박자들이 악의를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는 상대가 협박자들의 협박에 수긍을 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지 않은가 생각한다. 또한 역으로 실제 위의 협박자 유형들 속에서 자신이 당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해봐라.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이 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FOG(Fear, Obligation, Guilt)"라고 명명한다. 그런 협박의 순간에 마치 안개와 같이 앞이 뿌옇게 흐려서 사물이 불분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 FOG는 협박을 당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Fear), 의무감(Obligation), 죄책감(Guilt)이다. 참 미국 사람들은 용어나 말 만들기에는 능한 듯 하다. ^^
해결책은 SOS
- S: Stop(멈춰라)
- O: Observe(관찰하라)
- S: Strategize(전략을 수립하라)
- O: Observe(관찰하라)
- S: Strategize(전략을 수립하라)
이에 대한 단계적인 접근 사례와 심리 전략을 매우 잘 기술해 두고 있다.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고 공감하는 말이다. 뭐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초기에 협박을 당할 때 먼저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 상황을 피해야 한다. 그 때 할 수 있는 대답들에 대한 예시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 "당장 대답하긴 어렵고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 "급히 결정하기엔 중요한 문제군요. 생각해볼께요."
- "지금 바로 결정하는 건 내키지 않습니다."
- "지금으로선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시간을 갖고 다시 얘기해보기로 하죠."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매우 설득력 있는 얘기들과 그 해법을 제시해 주고는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이렇게 해야지 한다는 것은 매우 힘이 드는 일이다. 왜냐면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판단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상황에 이성적인 생각이 들지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고 그 순간에 내뱉는 말들이 많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위에서 말했던 FOG의 상황 속에서 위와 같은 이성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고, 그것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사나 종교와 같이 자신의 의지를 어떤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기대에서 강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나는 종교가 없다. 신이라는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신을 믿고 신이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스개 소리로 종교를 물어보면 나는 이런 대답을 하곤 했었다. "我敎"(아교). 나는 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것이지 신에 기대는 나약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그만큼 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순수한 믿음과 함께 신이란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충분히 자신이 의지를 갖고 극복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것이 똑똑하고 모자람의 차이 또는 많은 경험과 적은 경험의 차이 또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못났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들이 좀 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서포터들이 필요한 것이고 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나처럼 존심이 강해서 그런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면 스스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겠고 그런 속에서 의지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강해지는 법이다. 그만큼 세상은 공평하다.
비슷한 책 <대화의 기술>
대화의 기술 폴렛 데일 지음, 조영희 옮김/푸른숲 2003년 이전에 읽은 책이다. |
<협박의 심리학>을 읽으면서 이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여성 자기계발서이다. 여성들이 남성들의 요구에 적절한 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둔 책인데, 그 어투가 사뭇 공격적이다. 나 또한 공격적인 성향이기에 공격적인 것을 좋아라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궤변이다. 말도 안 되는 잡소리로 싸움만을 부추킨다.
최근 "남자와 여자는 이해의 순서가 다르다"는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성에 감성에 기반한 호소를 한다. 즉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은 매우 감성에 기반하여 한 쪽 얘기만 하고 있다. 여성측의 대변인인 양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들 중에서 최악의 책으로 평가하는 책이다. 최악의 책 두번째가 <시크릿>이다.
이 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비슷한 내용이라도(아마 읽어보면 알 것이다. 그래서 서돌 마케팅팀에서도 책을 읽고 타겟을 여성으로 맞춘 듯)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대화의 기술>은 내가 지금껏 책을 읽다가 찢으려고 하기도 하고 집어 던진 유일한 책이다. 그만큼 성질 돋우는 책이다. ^^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단호하게 나를 표현하는"이라는 카피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에 대해서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선생님들에게 몰매 맞고 배웠던 말"이다. "니가 왜 그런줄 알아? 죽도록 안 맞아봐서 그래."
이렇게 얘기한다고 이 책을 낸 출판사 관계자분들 흥분하지 마시길 바란다. 내가 비판하면 오히려 더 잘 팔리더라. 적어도 내 블로그를 통해서는 말이다. 그러니 오히려 오래된 책 조금이나마 나가는 데에 나는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나는 사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산다. ^^
끝으로
페이지는 260여페이지이지만 활자나 줄간을 보면 한 페이지 읽는데 보통의 책보다는 빠르게 읽힌다. 또한 내용이 재미있고 쉽다. 그래서 어느 누구나 읽어도 괜찮을 법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뭔가 큰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리는 잘 되어 있다. 특히나 사례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부분이었는데 잘 정리된 책을 보게 되어서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왜냐면 내가 자주 써먹던 것들이라서... ㅋㅋㅋ 활용하는 것은 독자들 몫이지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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