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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겜블: 세계 최대 민간은행 베링스를 파산시킨 사람, 닉 리슨


나의 2,790번째 영화. 원제인 Rogue Trader가 뜻하듯이 악덕 거래인을 다룬 영화다. 230년 전통의 영국 세계 최대 민간은행인 베링스를 파산시킨 사람이 닉 리슨이라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영화는 실화다.)이 놀라웠다. 해킹을 기술의 문제라고 보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일깨워주었던 케빈 미트닉의 <해킹, 속임수의 예술>을 금융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해킹, 속임수의 예술
케빈 미트닉 외 지음, 최윤희 옮김/사이텍미디어(희중당)

리뷰: 해킹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으로 부터 <해킹, 속임수의 예술>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하다. 아무리 금융에서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해도 이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한 사람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맹신이 결국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을 보면 Risk Hedge는 사람을 다루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이든 맹신은 금물이다. 자신감이 맹신이 되면 자만심이 되는 것이듯이 말이다.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영국 은행을 개방한 대처 수상 덕분에 촌닭인 내가 베링스(Barings Bank)에서 일한다.

이 영화 도입부에 닉 리슨의 독백이다. 정부 주도하의 계획 경제에 반대하여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강조해온 대처가 집권시에 시행했던 일련의 정책들을 우리는 대처리즘이라고 부른다. 이와 항상 같이 거론되었던 것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화의 도입부에서 이 독백이 마치 신자유주의자의 정책 잘못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듯 하니 주의할 필요는 있다.

만약 이 독백을 통해서 신자유주의로 인한 문제점이라고 결부를 짓는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인 얘기들만 들은 것으로 그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영화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때는 베링스은행의 파산은 자유라는 말보다는 욕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욕망.

경제나 경영 그리고 과학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인문과 철학이 필수적이다. 요즈음에는 너무나 그런 데에만 얽매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IT, 시스템, 프레임워크 등. 무엇이든 맹신은 사람의 짝눈으로 만들게 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내 책에 온연히 담아낼 생각이다. 한 책으로는 퍽이나 얘기하기가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닉 리슨: Nick Leeson


배경이 영국이다 보니 주인공 닉 리슨 역에 영국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을 맡았는데 썩 배역에 잘 어울렸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했던 거짓말이었지만 손실을 메웠으면 그만해야할 것인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일을 벌려놓고 나몰라라 하고 도망가는 비행기에서의 대사가 가관이다.

베링스 안 됐지? 그러게 사람을 잘 써야지


물론 영화 속의 대사이고 영화 속의 장면이니까 그러려니 해도 이완 맥그리거의 웃는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그런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표정이다. ^^ 이 영화를 보면서 아마도 금융계에서는 Case Study로 다룰 만하지 않을까 싶다. Case Study를 통해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약하나마 이 Case를 통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욕망을 Risk Hedge하라."

나 또한 투자와 펀드 조성에 관여할 듯 한데, 나의 Risk Hedge의 핵심 대상은 욕망에 있다. 물론 투자를 하기 위해 사업의 핵심을 볼 줄 아는 것이나 투자 마인드 등등의 여타의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욕망에 대한 Risk Hedge에 따라 중요한 순간에 극과 극을 달리게 마련인 법이다. 투자의 세계는 그렇다.


투자와 도박: Investment & Gambling

닉 리슨과 비슷한 투자로 일확천금을 얻어 성공한 이후에 자산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위대한 투자가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은 자신도 그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 모니터를 보고 분석을 하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것은 극소수다. 나는 그런 것을 투자로 보기 보다는 도박으로 본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벤처 투자가 하는 것처럼 기술을 담보로, 사장의 마인드가 좋아서 투자하는 것 또한 일종의 도박이라고 본다. 그들이 하는 것은 도박이지만 좋은 도박. 즉 기부에 가깝다. 밀어주기 식이라는 얘기다. 투자는 냉철해야 한다. 그 속에서 기술과 마인드를 보는 것이지 사람이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부터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투자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런 데에 쓰는 것이 아니다.

투자의 맥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책에서는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수많은 사업계획서나 투자제안서에 나오는 기술에 따른 시장 규모와 그 속에서의 시장 점유율 계획 그리고 매출 계획은 소설이다. 그 소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하여도 그것은 그것대로 참조할 것이지 투자를 결정하는 맥이 될 수는 없다.


기타

01/ 베링스 은행은 네델란드 ING 은행에 1파운드에 팔렸다. 물론 채무를 승계하는 것을 조건으로.
02/ 당시 닉 리슨의 아내였던 리사는 리처드 브랜슨이 회장으로 있는 버진 애틀랜틱의 스튜어디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