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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난 여기서 인생과 경영 철학을 배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32권, 대망 완역판)

도쿠가와 이에야스 제1,2,3부 - 전32권 세트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솔출판사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신 유일한 책이었던 책이 '대망'이었다. 집에 있는 두껍고 세로줄의 예전 '대망' 1권을 언제 한 번 펼쳐들었는데 세로줄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읽기도 버겁고 두꺼운 책이라 감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무슨 생각으로 아버지께서 추천을 해주셨는지는 모르겠다. 또 내 나이 20대 후반즈음에 다 읽고 나서 느낀 느낌과 감상이 아버지께서 추천해 준 이유인지도 모른다. 물어본 적도 없다.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경영 필독서라고 일컫는 것이 누가 옳다 즉 누구의 스타일이 어쩌다 하는 얘기들이 전부였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의 내 느낌은 그들과는 다르다. 그것은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떠하다 해서 나는 그들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읽어보고 그들과 생각이 같아지면 인정한다. 그러나 핵심은 그들과 달랐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의 스타일이 어쩌다는 것은 매우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난 좀 더 크게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버지의 추천으로 읽으려고 생각만 했던 책을 읽게 된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라고 책 이름이 바뀌고 '솔'이라는 출판사에서 공을 들여 32권 완역판을 낸 시점에서다. 그게 세트 전권 판매가 2001년도 즈음이니 내 나이 20대 후반과 일치한다. 당시에는 책이 한 권 한 권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나올 때마다 사서 읽어보았던 때였다. 32권 전권을 1권씩 다 사서 읽어보았다. 읽어보자는 어떤 단순한 의지에서 시작한 이 '대망'읽기에서 내가 이 대망을 탐독하게 된 이유는 바로 주군과 가신과의 관계 속에서 그려지는 사람의 심리와 서로 각기 스타일이 다른 주군들이 한 시대에 살면서 서로간의 갈등을 심리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들의 스타일의 비교보다는 그들의 스타일이 서로 충돌이 되고 서로 갈등이 되었을 때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심리를 가지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가 내게는 더욱 중요한 핵심이었다. 한 사람의 스타일은 한 사람 파악이니 지엽적이라 생각하지만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스타일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각 상황에서의 갈등과 심리는 아무리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게 마련인 것이 세상이다. 이것은 우리가 난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야 해도 상황에 따라 내 스타일이 아닌 경우의 행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는 것이다.

또 내가 눈여겨 본 것은 주군들 간의 심리적 갈등 뿐만이 아니다. 독특한 세 명의 주군들을 따르는 가신들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그 가신들간의 갈등과 주군과 가신들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심리적 갈등 또한 매우 눈여겨 보았다. 이는 마치 세 회사의 CEO 와 그 회사의 직원들(핵심 인재들)을 보는 듯 하여 지금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많은 얘기거리들이 이 소설 속에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같은 뜻을 품은 세 명의 인물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는 상황에 따라 어떤 스타일이 더 그 상황에서는 유리한 지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스타일보다는 그런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 지난 과거에 어떤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터득하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히 스타일이 유리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본다.

경영자는 유해야 한다. 그래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닮아야 한다? 그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에요시가 없었다면 저처럼 태평천하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이 유한 경영자가 있어야할 시기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유해도 어떤 정책을 쓰는 사람이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단편적인 얘기들만 듣고 이 책을 읽기에는 사실 이 책의 맛을 10%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동호회던지 아니면 친한 사람들의 모임이던지 아니면 회사이던지 어느 곳에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발생할 수 있는 사람들 간의 내부적인 갈등이 가장 핵심이며, 당시의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가신과 주군의 관계에서 엿보이는 심리 관계 그리고 그러한 집단들 간의 행위와 그에 반응하는 심리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때는 인간들 사이에 있을 때이다. 즉, 인간끼리 있기 때문에 어떠한 갈등이 발생하고 이러한 것이 현대의 조직 사회에서도 위계질서라는 구도하에서도 항상 발생하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읽어볼 만한 것이다.

조직 관리가 뭘까? 조직 관리의 그 많은 이론. 무슨 조직 행태론과 같은 이론을 왜 만들었을까? 그 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게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럼 원론적으로 돌아가 도대체 우리가 조직 관리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조직 내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직이 합심하여 한 방향으로 전력질주 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것을 하기 위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조직 관리의 이론이다. 조직 관리의 핵심은 위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바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 갖게 되는 저마다의 생각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어떠한 정책이나 기법이 모든 이들에게 만족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 소설은 경영자들에게는 인기 있는 소설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대부분이 스타일만을 두고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은 경영자로서 사람을 관리해본 사람이 아니라 경영이론이나 책을 적는 이론가에서 바라본 시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험도 중요하다. 실제 이론이 접목되어 시행하는 것도 사람이요 그런 사람들이 여럿이 있다보면 자연스레 사람들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지사인지라 그러한 것을 배제하고 스타일을 두고 운운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조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만났던 어떤 사장님과의 대화 속에서 그 사장님이 참 희한한 젊은이를 만나 재밌는 술자리가 되었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껏 '대망'을 읽어본 사람들 중에서 이렇게 독특한 관점으로 '대망'을 읽은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셨었다. 내가 말하는 것이 옳다 그르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지식을 갖고 책을 읽고 그 지식에 자신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는 소리일 뿐이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핵심은 그게 아니었기에...

대망을 읽으려면 최소한 다음을 유념해야 한다. 읽기 전에 나는 조직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장의 마인드와 직원의 마인드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게 없이 단순히 대학생 때 읽기에는 그 맛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장과 직원의 경험을 두루 갖추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봄직하다.

단순한 무협지가 아니다. 이 '대망'이라는 소설을 쓴 사람의 의도가 2차 세계 대전 패망 이후 군국주의적인 의도에서 쓰여졌다고는 하나 최소한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평이나 심리 묘사에는 그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왜곡되거나 잘못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패망 이후의 군국주의적 의도로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세 인물을 부각시켰다는 것일 뿐,(상대적으로 다케다 신겐은 비중이 약하게 비추어 지듯이) 그들의 관계와 심리 묘사에는 정말 뛰어난 작가적 기치를 발휘한 소설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왜 우리는 이런 역사소설이 없냐는 것이다. 이문열은 남의 나라 역사소설 '삼국지'를 적었지만 왜 조정래와 같이 우리나라 역사소설을 적지는 않았을까? 내가 이문열 작가를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이 이런 점이다. 정말 작가로서 한 시대의 문인이라면 돈을 버는 책을 적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책을 적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더불어 이 책에서 배워야할 점은 그 세 사람이 똑같이 추구했던 것을 어떻게 서로 달리 이루어 나가려고 노력했고 그게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는 정치라는 것을 볼 때 어떤 식으로 봐야할 지도 알려준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대망을 읽는 이들이 최소한 이 글을 본다면 잘못된 기존의 많은 분석가들이 분석한 누구는 어떻다는 식의 그러한 관점이 아닌 주군과 가신과의 관계 그리고 집단과 집단간의 관계 또한 주군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세 명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사상과 함께 그들의 기질 그리고 시대적으로 유효한 스타일등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식의 논점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각기 한 시대에 태어난 스타일이 다른 사람일 뿐이지 그들 중 누구 하나를 빼고서는 거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에 다 옳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단지 장단점만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가진 스타일 그래서 극복될 수 없었던 한계 허나, 그 한계로 인해 다음 사람이 극복한 시대의 흐름. 그러한 관점으로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은 내게서는 굉장히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사회 생활에 그리고 내가 앞으로 뭔가를 하는데 필요한 조직 관리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기법들에 대한 많은 것들을 깨우쳐주는 책이었다. 32권의 긴 장편 소설이지만 30대에도 다시 40대에도 다시 탐독할 지금까지 본 어떠한 소설이나 책들보다도 위대했던 역사 소설이었다.